2021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강론 (루카 11,39-56) (이진현 신부)

[eJesuits]

2021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강론 (루카 11,39-56) (이진현 신부)

찬미예수님! 안녕하십니까, 교우 여러분. 오늘은 성모승천대축일이면서 동시에 36년 간의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광복절이기도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도 모르지만 20세기 초반 온 인류를 잔혹한 살륙의 시기에 두 번의 큰 전쟁이 있었습니다. 이 잔혹한 인류 멸절의 위기를 벗어나 비로소 평화의 시기가 찾아왔을 때 아마 교회는 어머니의 자애로써, 어머니이신, 자모이신 교회의 품 안으로 온 인류를 위로하고자 이런 성모 승천이라는 교회에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성모님의 하늘로 들어올려지심, 몽소승천이라고도 하죠, Assumption이라고 합니다. Ascension은 올라가신 것이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거죠. Assumption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모후이신 어머님을 하늘의 영광 안으로 들어올리셨습니다. 그러니까 들어올려지신 것이죠. 그래서 Assumption입니다.
저는 이런 뭔가 거창하고 영광스러운 성모님의 이미지보다는, 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성모 신심, 오늘의 복음에 대한 메시지를 제 나름대로 이해한, 그 해석을 좀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전 제 지인으로부터 집 축성(축복) 부탁을 받고 가게되었습니다. 많이 망설였는데. 요즘처럼 그 코로나 상황이, 물론 그 때는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좀 긴장 속에서 갔는데, 그 부부가 거의 20년 가까이 고생을 한 끝에 얻은 집이라서, 요즘 많이 이제 유행하는 부동산 투기가 아니고 정말 순수히 정작하게 일을 하고 벌어서 집을 장만한 것인데요, 자기 집을 장만한 기쁨과 감동이 저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축성(축복)하러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큰 화려한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소박한 그런 정성들이 이제 집 안 곳곳에 담겨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제 집 축성도 축성이었지만, 그 아파트 안에서 있었던,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있었던, 아주 작은 기쁨이 하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갔었을 때, 지인의 가족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어느 아버지와 아들이, 다섯 살 내외가 됐을 거예요. 보자 마자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인데, 이렇게 이제 그 나이때쯤 하면 하는 인사들 있잖아요? 배꼽 인사라고, 배를 딱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이렇게 인사를 하는 거 보면서, 저는 어 이렇게 당황하다가, 굉장히 귀엽잖아요? 그래서 그 나이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게 인사일텐데, 그렇게 낯선, 그것도 이제 오십이 다 된 그 중년의 아저씨한테 이렇게 낯 가리지 않고 이렇게 아주 밝은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거 보면서 제 마음이 다 풀어졌어요.그래 그 코로나 상황이라는 그 긴장 속에서 막 괜찮을까 하면서도. 그래서 아버지는 ( )히 웃으면서 아, 요새 제 아들이 인사의 기쁨에 빠져 있다고,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족족 다 인사를 한다고. 그래서 그 다섯 살쯤에 보이는 그 아이들이 갖고 있는, 어떤 의도도 없이 그냥 사람을 만났을 때 누구를 만나든지 반가워서 그렇게 딱 건네는 인사 배꼽인사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 어른이 된 저의 입장에서 우리가 얼마나 낯을 가리는지, 얼마나 또 사람을 가리면서 또 인사를 하고 있는지. 재미있는 우스개 소리지만, 요즘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렇게 낯선 사람을 보면, 한 십년 전에는 다들 위를 쳐다봤잖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다 한꺼번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다 위를 쳐다봐요. 근데 최근 한 십년 전부터는 어떻게 된 줄 아세요? 다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죠. 인사하는 고개 숙이는 게 아니라 핸드폰 들고 다 고개 숙이고 있어요. 그래서 그걸 한꺼번에 하면 좀 굉장히 재미있는, 시트콤같은 웃음이 나오는데, 아니 이 꼬마 아이의 그 인사를 보면서,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그냥 보는 것 자체로 인사하는 그 기쁨, 그걸 느끼는 걸 보면서, 오늘 그 복음의 그 구절이 생각났어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만나서 인사말을 들을 때, 인사라는 말이 또 나와요. 그리고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이제 그 아이가 연관이 되어서 연상이 됩니다.
인사라는 단어가 이제 이 오늘 복음에서 저한테 많이 다가왔는데, 인사에 대한 구문에서 저는 이제 이런 거를 좀 좋아하는데, 특정 단어가 복음 안에서 몇 번 나오나, 또는 이 단어의 원어가 무엇일까 한 번 찾아봤는데, 그리스어 원문에 '아스파스모스'라고, 그런 단어더라구요. 그래서 그 그러면 이 뜻은 또 뭘까, 라고 또 찾게 되죠 . '아스파스모스'의 그 담긴 의미가 뭘까 또 살펴 보니까, 첫 번째 환영하다, 두 번째 기억해주다. 그리고 세 번째 상대방을 허락해주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준다. 그러니까 인사라는, 그 하는 순간, 저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합니다. 있는 그래도 인정하겠습니다, 라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래서 세상에 문화가 세 가지 문화가 있는데, 저는 지중해권 또 라틴 아메리카권 나라들의 문화를 보면 키스를 하죠. 접촉의 문화에요. 인사를 할 때. 그러니까 살짝 볼에, 이렇게, 프랑스어로는 비주라고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지중해권이나 열대지방 중심으로, 따뜻한 지방 중심으로 그런 접촉의 인사가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 북유럽쪽, 조금 북쪽에 있는 알프스 이북의 지방에는, 이제 그 영국, 전형적인 앵글로-색슨 문화라고 그러는데 악수를 하죠. 1미터 문화예요. 그게 뭐, 설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무기가 없으니 안심해라. 이런 좀, 나는 너를 적대하지 않겠다, 뭐 이런 의미가 담겨있다고 그러는데, 근거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권에서 하는 인사가 있죠. 더 멀어져서 이렇게 정중하게 이렇게 절을 하는, 절의 문화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의 차이는 있겠지만, 접촉이냐 1미터 바운더리냐, 아니면 그 이상의 거리냐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어느 문화가 우열하고 또 옳다 그르다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리고 상대방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인정. 이것이 이제 사람 간의 인사에 담긴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인사야말로 소통의 시작입니다. 어찌보면 하느님의 구원 사업도 인사로 시작된 것이죠, 오늘 복음에서처럼. 인사야말로 첫째 가는 육화의 신비입니다. 가브리엘 천사와 마리아가 인사를 했고요, 이 복음 바로 직전에.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서로 인사를 했습니다. 태중의 아기 요한과 아기 예수가 서로 뛰어놀면서 인사를 했죠. 그러니까 서로 인사하는 소통의 과정 속에서 하느님이 육화하신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요즘 그 코로나 때문에 굉장히 서로가 단절이 되어있죠? 그런데 오랜 만에, 제가 뭐, 소규모지만 지인을 만났을 때, 예전에 그렇게 많이 알고 지내지 못했던 지인이었는데도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코로나라는 이 상황이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걸 알게 했습니다. 그래서 소통의 시작이 인사인데, 소통에 있어서만큼은 어찌보면 하느님의 갈망이 우리 인간의 갈망을 훨씬 압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도가 아니라 당신 스스로 그 메시지 자체가 된 거죠. 그 메시지가 몸이 된 거죠. 살과 피의 몸으로, 직접 사람이 되시어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소통이고 하느님의 인사고 하느님의 갈망입니다. 그 갈망에 성모님께서 협조를 하신 거죠. 저희 이냐시오, 그 영성의 전통 안에서 늘 기도는 감사로 시작한다고 얘기를 하죠. 감사로 기도를 시작하라고. 그렇지만 저는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감사보다 앞서 있는 것. 인사입니다. 감사보다 우선하는 것이 인사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아스파스모스, 서로 인사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