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C 주정부도 적극 권장하고 지원해주는 창문 교체 건축>
한국에서 캐나다로 놀러오신 지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죠.
“왜 캐나다의 집들은 전부 멍멍이 집처럼 생겼냐? TV나 영화에서 보면 통나무 집이 환상적이던데 실제 집들은 왜 전부 다 이 모양이냐?”
대부분 밴쿠버 주택들은 목조 건물에다가 50년 이상의 연식을 가진 집들이 대부분이고, 그 당시 주택 스타일이나 구조를 고려해보면 지금 보이는 캐나다의 집들이 멍멍이 집과 비교된다는 게 어쩌면 당연한 연상일지도 모릅니다.
밴쿠버 주택들은 대부분 경량목조 주택인데요, 이 주택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내구성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목조주택은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에 비해 약해 보이고 싸구려로 보이지만 “빌더의 능력에 따라서, 그리고 유지, 보수 관리만 잘 하면 100년을 보는 집”입니다.
100층 높이로 지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어마어마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그런 건물은 30년만 지나도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균열이 가고 비가 새고 설비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미국 건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지 아시나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사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는 매년 수십 억원의 유지 보수비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1년내내 공사를 하는 빌딩이기도 합니다.
억대 연봉의 엔지니어가 항상 빌딩에 상주하면서 매일매일 점검하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최초의 모습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건물 자체의 힘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엠파이어 빌딩을 올라갈 때 내는 입장료는 사실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건물을 유지, 보수 하기 위한 기금입니다.
그 기금이 없으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곧 역사 속으로 들어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밴쿠버에 수두룩한, 엠파이어 빌딩과 같은 해에 태어난 주택들은 아직도 짱짱하기만 합니다.
외관만 낡고 바래졌을 뿐 아직도 그 구조는 누가 돌보지 않아도 튼튼하기만 합니다.
엠파이어 빌딩을 지은 위대한 건축가보다 이름 없는 목수가 지은 밴쿠버의 집이 더 오래간다는 것은 목조가 가진 고유의 힘을 증명하는 예입니다.
특히 30년 동안 집의 외관을 레노베이션 하지 않았다면 집의 볼품이 크게 떨어지죠.
이럴 때는 집도 노화방지를 위해서 성형수술을 해주어야 합니다.
성형수술의 제일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주택의 눈이라고 불리우는 ‘창문’입니다.
창문은 집 주인이 생각하는 단순한 유리가 아닙니다.
구조 엔지니어에게 있어서 창문이란 외벽의 다른 형태이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창문이란 아름다운 오브제이며, 설비 엔지니어에게 있어서 창문이란 온도 조절과 환기의 수단입니다.
집을 지을 때 사실 가장 먼저 설치하는 주택 요소중의 하나인 창문은 그 창문만 보고도 집 전체의 견적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집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유리와 창호가 어떤 수준인지가 그 집 전체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오래 전에 밴쿠버에 지어진 대부분의 집들은 창문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밴쿠버의 기후는 굉장히 온화한 편이기 때문에 두꺼운 유리나 고급 샤시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미닫이 창문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죠.
창틀과 유리 하나면 따뜻한 햇살도 잘 들어오고 살짝 창문을 열어두면 시원한 바람도 잘 들어왔고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기온 덕에 겨울의 추위도 그럭저럭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밴쿠버의 기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존층의 영향인지 태양의 자외선도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고, 날씨도 끈끈해지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겨울이 예전에 비해 많이 혹독해진 듯 합니다.
창 틈 사이로 들어오는 냉기와 우풍은 안 그래도 기나긴 겨울 장마를 더욱더 으스스하게 느껴집니다.
집의 내부와 외부가 호흡하는 창문이 오래되고 효율이 낮으면 집을 관리하는 전기비용도 많이 상승하게 되고, 또 집 전체의 수명도 크게 줄어듭니다.
BC 주정부도 밴쿠버의 많은 집들의 창문이 노화가 되었다고 생각했는 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창문을 에너지 스타(Energy Star)등급의 창문으로 교체를 하면 창문당 약 60불의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서 집의 외관도 바꾸고 기능도 향상시키는 창문 교체를 고려해 볼만 합니다.
창문의 교체에는 좋은 창호와 유리의 선택, 그리고 솜씨 좋은 목수가 필요합니다.
창문을 설치하는 건 건축업자가 하지만 창의 선택은 집 주인이 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의 기초 상식을 참조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선 유리를 살펴보면 유리는 싱글, 페어, 트리플, 로이(LOW-E), 하이퍼포먼스(아르곤) 유리가 있습니다.
싱글은 말 그대로 유리 한장으로 된 창을 말하구요, 페어는 이중 유리 사이에 건조한 공기를 주입하여 습기를 빨아들이도록 만든 유리를 말합니다.
트리플은 당연히 삼중 유리를 말하구요.
싱글 보다는 페어가 2배 더 좋고, 트리플이 3배 더 좋은 건 아시죠? 방열, 방한, 방화의 기능이 2배, 3배가 되지만 가격과 무게가 2배, 3배가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3중창은 너무 무거워서 사실 잘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로이(LOW-E)라고 불리우는 유리부터 사실상 ENERGY STAR의 등급이 부여되는데요, 로이는 유리 안쪽에 특수 코팅을 한 이중창을 말합니다.
이 코팅은 자외선을 막아주고 뜨거운 태양열을 차단하면서 내부 온도는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로이 유리를 사용하시면 많은 햇빛이 집안에 들어와도 자외선 걱정이 없으니 마음껏 태양을 즐기셔도 됩니다..(눈에 보이고 인체에 무해한 것이 가시 광선,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고 인체에 영향을 주는 햇빛이 자외선/적외선입니다) 하이퍼포먼스 유리는 페어글라스 사이에 특수 코팅도 하고 단열효과가 우수한 아르곤 가스를 주입한 유리를 말합니다.
에너지 효과는 싱글 유리에 비해 약 4배를 가지고 있으며 방음, 방습, 방열, 방화의 기능이 뛰어나 소위 말하는 ‘시스템 창호’에 쓰이는 유리입니다.
집이 북향이거나 높은 지대에 있다면 하이퍼포먼스 유리를 사용하시는 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창호는 유리를 잡고 있는 창틀, 영어로는 샤시라고 합니다.
샤시는 크게 알루미늄, PVC(영어는 바이닐, 비닐이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하이샤시로 통칭),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집니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아름답지만 열전도율이 높아서 결로가 많이 생기는 단점이 있고, PVC는 기능적으로 우수하지만 고급제품이 아니면 외관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무로 된 창호는 기능이나 외관에서 나무랄 데가 없지만 가격이 아주 착하지 않으니 선택을 하실 때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 자주 보고 접하는 ‘시스템 창호’가 캐나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데 그 이유는 한국의 시스템 창호가 북미식이 아니라 유럽식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시스템 창호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유리와 창호를 선택하셨으면 좋은 목수 혹은 창문 설치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창문을 설치할 때는 기밀성이 중요한데요, 말 그대로 빈틈 없는 설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창문은 외부에서는 기능적으로, 내부에서는 미관적으로 재밍(Jamming)과 케이싱(Casing)이 되어야 하므로 목수의 마지막 손길이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화룡점정이 됩니다.
참고로 재밍이란 드라이월이나 목조 프레임으로부터 창호를 감싸는 사각의 박스를 말하구요, 케이싱이랑 창호의 고정이 끝나면 창틀과 재밍박스 주위에 몰딩이나 장식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려운 단어 외우고 이해하기 힘드시면 좋은 건축업자나 목수님을 만나서 잘 상의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창문을 바꾸시기로 결정을 하셨으면 외벽 페인트도 같이 고려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창문이 사람의 얼굴에 있어서 눈이라면 페인트는 얼굴의 피부이니까 눈을 성형하실 때 피부까지도 고려하신다면 완벽하게 아름다운 얼굴로 다시 태어날 수가 있겠죠.
창문과 외벽의 페인트 공사를 하신다면 다음 번 지인이 방문하실 때면 “이제야 진짜 캐나다 집 같은 곳에서 사는구나!”라는 칭찬을 받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권진선
건축 프로젝트 매니져
아트포인 건축
더 디자인/604-868-5908
<출처: 밴쿠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