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사람들이 45년 동안 장애인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과 신실한 동역자들 덕분이다. 이사장을 맡은 강신석 목사님은 실로암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사장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어려울 때마다 거액(?)의 후원자를 연결해 주었다.
또한 일 년에 두어 차례 직원들에게 독일식 요리인 오리바켄을 사주었다. 식전에 사과가 나오고 오리바켄을 먹고 나면 토하젓과 양념장에 비벼먹는 영양솥밥이 나왔다. 문제는 오리바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강 목사님은 추가 주문을 했고 눈치 없는 우리들은 맛있게 먹었다.
상무정이 염주체육관 앞으로 이전한 후에도 오리바켄 회식은 계속되었다. 언젠가 이명자 집사님도 식사 자리에 함께했는데, 무진교회 성도들에게는 싼 것만 사주면서 실로암 식구들에게는 비싼 것 사준다며 실로암 올 때는 따라오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이명자 집사님은 강 목사님에 이어서 실로암사람들 이사로 함께했다. 몇 년 전 상무정이 문을 닫아 다시 맛볼 수는 없지만 강 목사님과 함께 먹었던 오리바켄의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강 목사님은 가끔 사무실에 들려 직원들을 격려해 주셨다. 인사를 나누고는 금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찾다 보면 쓰레기를 줍거나 빗자루를 들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계셨다. 그럴 때면 민망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며 궂은일은 남에게 요구하기보다 내가 먼저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강신석 목사님은 매사에 분명하고 단호한 분이셨다. 그런데 유독 실로암사람들에 대해서는 부드럽고 자애로웠다. 언젠가 직원들과 함께 무진교회에서 강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회 관계자가 도대체 저분들이 어떤 사람들이길래 강 목사님이 저리도 따뜻하게 대하실까 부러워할 정도였다. 언제부터인가 강 목사님은 실로암사람들의 영원한 큰 바위 얼굴이 되었다. (2021.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