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과 함께하는 국내 14산 산행
언제 : 2010년 11월27일
누구와 : 친구들과
어디로 : 팔공산(1,192.9 m)
지난주 토요일은 아버님 기일이기에 고향인 해미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휴일이 끼어 여유롭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 느낌이었다. 일요일 아침에 형님들과 배추도 따고 무우도 뽑아 가지고 와 김장을 담아 놓고 돼지고기와 배추 속으로 소주 한잔하니 꿀맛이었다. 매년 이맘때 아버님 기일이라 큰형님 댁은 동생들을 위하여 한해 수확한 곡식들을 조금씩이라도 보내기 위하여 한차례 소란을 피운다. 봉지에 하나 둘 준비하는 형수님 옆에서 연로하신 어머님께서 자꾸 참견하신다. 형수님보다 더 챙겨 주고픈 마음은 아흔이 얼마 남지 않으셨어도 부모의 욕심인가보다. 나이 마흔을 갓 넘겨 남편과 사별하시고 모든 풍파 다 견디시며 10남매를 혼자서 키워 시집장가 다 보내고 이제 고고히 늦어가시는 어머님을 뵐 때면 자주 내려가 뵙지도 못하는 아들이라 맴이 영 편치 못하다. 이번 산행이 팔공산이니 갓바위에 가서 건강하시라고 빌어나 볼까나……
11월에는 오은선과 함께하는 산행이 13일과 27일 두 번 진행하기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행사 일이 토요일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부산과 대구를 격주마다 내려가려니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금정산은 친구들과 금요일 저녁에 내려갔지만 이번에는 서울에서 내려가는 차가 있어 수월하게 다녀올 수 있어 다행이다. 이번 산행 대상지는 대구의 진산으로 가산산성(칠곡군 가산면)과 함께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이다. 최고봉인 비로봉(1,192.9m)을 중심으로 좌우에 동봉과 서봉을 거느리고 있으며,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편 것처럼 산세가 아름답다. 정상의 남쪽으로는 염불봉, 태실봉, 인봉, 노족봉, 관봉등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톱날능선, 파계봉, 한티재를 넘어 가산산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동봉일대는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대구지역 바위 꾼들의 크라이밍의 산실이기도 하며 수려한 경관을 대표하고 있다. 동쪽의 은해사, 남쪽의 동화사, 서쪽의 파계사 및 북쪽의 삼존석굴(군의: 국보109호)이외에도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고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가 많다. 특히 동남쪽에 위치한 관봉(850m)에는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단독 원각 부처인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 431호)이 유명하며, 본래의 이름보다 더 유명해진 갓 바위는 이 불상의 머리에 자연석으로 된 갓을 쓰고 있는 데서 유래 된 것으로 누구에게나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을 간직하고 있어 입시철에는 전국의 학부모들이 몰려와 자식들의 입시 소원을 빌기도 한다. 정상인 비로봉은 군부대와 통신사 및 방송사 시설이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던 곳으로 43년만인 작년(2009년)11월1일 개방이 되어 이제 일년이 지난 셈이다. 각각의 구역별로 시설관리가 잘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에도 좋은 곳이다.
다른 산행보다 일찍 부지런을 떤다 새벽 4시20분 알람과 동시에 씻는 둥 마는 둥 어제 저녁 준비해 놓은 배낭을 둘러메고 대문을 나서니 찬바람이 갑자기 불며 무지 춥다. 인터넷 검색으로 사당역까지는 50여분이 걸린다고 하니 택시를 탈까 하다 버스가 도착하니(택시비 아끼려고)그냥 올라 탄다. 일찍 도착해서 추위에 떠는 것 보다는 낫겠다 싶기도 하고……
차량 예약 때는 28인승 리무진 형 버스였지만 예약이 어려워 40인승으로 대체하여 대기중인 버스에 올라타니 서먹서먹, 6시가 좀 지나 출발이다. 차창에는 빗방울이 번지며 양재역에 도착 한 분을 더 태우고 출발, 옥산 휴게소에 도착까지 꿈속으로…… 7시30분 우동 한 그릇 때우고 동쪽에서 시뻘건 해가 올라오는 모습에 감탄하며 커피 한잔을 마시니 피로감이 확 풀린다.
9시30분 팔공산 톨게이트를 지나 정확하게 10시 행사장인 동화사 입구에 도착하니 부산 금정산 산행보다 참가자들이 많아 보인다. 접수 확인 및 준비운동 후 10시20분 출발이다. 수능향탄금계석을 경유 좌측에 인공암장을 지나 동화지구 야영장을 끼고 진행 10분만에 우측으로 다리를 건너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등산로가 나온다. 행사에 참여한 인원이 많다 보니 그 넓은 등산로도 꽉 차서 진행 조금씩 간격이 벌어지면서 한 줄로 이어지는 모습도 장관이다. 통나무로 설치된 계단을 이용 능선에 도착하니 깔딱 고개라는 이정표가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왼쪽으로 완만한 등산로를 진행 소나무 숲을 지나 또 다시 급경사 길을 오른다. 건조한 날씨 탓에 약간의 바람에도 낙엽들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아우성이다. 40여분 진행하여 소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잠시 휴식, 다시 좌측 능선 길을 조금씩 고도를 높여 걷지만 정체가 심하다. 케이블카용인 듯 굵은 배관이 등산로를 가로 질러 위쪽으로 올라가는 보기 싫은 모습을 뒤로 약간의 공터가 나타나며 오은선 대장이 잠시 휴식하는 곳은 너도 나도 사진 찍기 바쁜 모습이다. 동봉 2Km라는 이정표를 지나 너덜지대를 오르고 있던 중 여기까지(깔딱 고개)구두를 신고 올라온 여인이 있으니 모두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이다. 그것도 굽이 높은 하이힐을…… 의식을 했던지 나무 뒤로 모습을 감추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윗도리는 고어텍스로 치장을 했으니 추위는 이겨내겠지만 평지에서도 걷기 힘든 신발을 신고 올라온 배짱은 과히 여러 사람의 눈을 집중시킬만하다. 급경사 너덜지대를 헉헉거리며 올라 능선에 도착하니 왼쪽으로 완만하게 진행한다. 들머리에서 한 시간 진행, 오른쪽으로 정상과 동봉이 시야에 들어오며 계곡 아래 염불암이 고즈넉하게 다가 온다. 처음 산행 코스는 염불암을 지나 염불봉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제 보니 케이블카 방향 등산로를 이용하여 올라온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지만 모두들 선두만 따라 진행하다 보니 이런 실수를 한 것이다. 산에서의 실수는 자못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일이다. 행사 주체 측에서 좀 더 세심한 안내가 필요하겠다. 하지만 풍광은 으뜸이라 생각한다. 염불봉 아래 단애가 바로 대구 바위 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3개의 리지가 개척되어 있으며 동봉 주변의 괴암괴석들이 자꾸 진행하는 나에게 한눈을 팔게 만든다. 바위지대와 우측으로 우회코스가 있어 난 우회코스를 이용 진행하며 큼지막한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는 참가자에게 옆에 버려진 휴지들을 주워 준다. 지난번 금정산 보다는 산이 깨끗해 보인다. 경사를 이용 계속 진행하니 바위지대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위험구간을 지나며 힘들어 하는 모습들을 맞은편에 올라 사진 몇 장을 찍어주고 조망이 좋아 한바뀌 돌아본다. 약간의 한기가 느끼지만 기분만은 으뜸이다. 오른쪽에 아스라이 보이는 팔공산 컨트리클럽의 노란 잔디가 스키장을 연상케 만든다. 데크계단이 나오며 어느덧 철탑사거리가 내 앞에 나타난다. 이곳부터 케이블카 등산로에서 탑골등산로로 바뀌며 사거리에는 어디 가나 있는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컵나면등을 파는 좌판이 설치되어 있고 이정표에는 오른쪽으로 염불암 0.7Km(동화사:2.6Km), 왼쪽으로는 수태골 2.7Km, 직진하면 정상(동봉:0.8,비로봉:0.9Km)방향으로 표시되어 있다. 바위지대에서 우회하며 친구들과 헤어진 상태라 휴식도 못하고 왼쪽으로 돌계단을 이용 계속 진행하여 철탑사거리에서 15분 지나 정상과 동봉 갈림길이 나타나며 이곳부터 종주등산로로 바뀐다. 나는 0.3Km 남은 오른쪽 동봉방향으로 오르면서 친구들을 찾아본다. 도대체 얼마나 빨리 갔기에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지 아니면 아직도 뒤에 따라 오는지 생각하지만 동봉에 도착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고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는 동봉아래 도착하니 계단에는 오르내리는 등산객으로 정체가 무척 심하다. 기다리는 시간에 상의를 입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동봉에는 초만원이다. 우선 주변을 돌아보니 친구넘들 바람을 피해 바위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ㅋㅋㅋ. 인증사진 한 장 찍고 비로봉 정상을 바라본다. 중계 탑들이 흉물스럽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하여 산 높이를 파헤쳐 놓아 아마 동봉보다도 낮게 느껴지며 43년 동안 등산객들의 왕래가 없었으니 이곳 동봉이 정상이듯 오인하는 이들이 많다. 아니다 동봉과 서봉을 거느리고 태고 때부터 장엄하게 버티고 있는 비로봉이 이 곳 팔봉산의 정상이다. 동봉 표시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쁜 산객들을 뒤로 하고 눈이라도 퍼부을 냥 먹구름이 밀려오는 동봉을 벗어나 친구들과 염불봉으로 하산 할까 생각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지난해 개방한 정상은 다녀와야 하기에 다시 백하여 내려서니 비로봉 가는 길은 아리따운 여성이 통제를 한다. 우쒸~ 처음 산행코스대로 하자 하면서도 진행상 어려움이 있겠다 싶어 포기하고 철탑사거리 인근에 도착, 옆으로 빠져 점심을 해결한 후 1시20분 염불암 방향으로 길잡이를 한다. 급경사를 벗어나 염불암에 도착 경내를 돌아본다. 대웅전 바로 앞에 청석탑(벼루재질인 흑색점판암으로 제작된 나지막한 10층 탑)이 유리상자로 보호 되어 있으며 제작년도는 알 수 없지만 염불암이 세워질쯤 고려초기였지 않나 싶고 대웅전 우측 바위 남면에는 마애불상이 간결하면서 힘이 느껴지는 선으로 선명하게 만들어 져있다. 염불암이 세워진 내력에는 지금 법당 뒤의 바위에서 염불소리가 들려 이곳에 암자를 세우고 염불암이라고 하였다 한다. 이곳 팔공산에는 신라 때부터 불교 문화가 왕성하여 사찰 및 암자가 많으며 바위에 암각되어 있는 부처상도 많이 산재해 있다 특히 이곳 부처는 중생의 모든 재난과 질병을 없애주고 고통에서 구제해 준다는 약사여래상이 많으며 갓바위 부처가 대표되는 예라고 생각된다. 대웅전을 돌고 난 후 상찬이 친구가 내려오라고 전화다. 돌탑이 즐비하게 세워진 포장도로를 10여분 하산하니 영진암 갈라지는 도로가 나오며 우측 계곡 아래 등산로에는 몇 사람만이 이용한다. 우리도 저곳으로 하산해야 되는데, 하지만 어느덧 동화사 주차장에 당도 안내소에 들러 대구의 안내책자를 받고 우측 동화문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좌측 연못을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산행도 좋지만 산 주변에 있는 문화재도 둘러보는 여유가 있어야 되는데 영 맘이 편치 않다. 동화사는 신라초기에 세워졌으며 신라 흥덕왕 7년에 중창 될 때 오동나무가 꽃을 피웠다 하여 이름 붙여졌으며 대구시에서 지정한 문화재가 5점이나 있는 곳이다. 조선 초 문신이며 학자인 서거정이 노래한 대구 10경중에도 포함된 곳이기도 하며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영남승군사령부를 두어 승군의 훈련 및 지휘하던 곳이기도 하여 호국의 산이며 사찰이라는 것에 금정산과 일맥상통한다. 공사중인 호수를 끼고 동화문을 지나 바로 앞 동화문 휴게소 마당에 막걸리 잔치를 벌려 놓아 한잔 받아 마시니 금정산 산성막걸리 맛과는 대조적이지만 갈증에 최고다. 하늘이 무겁게 가라 앉기 시작하니 속히 행사장에 도착 확인 후 버스에 오르니 어느덧 2시50분이 지나고 있다. 조금씩 내리는 비를 뒤로 이번 산행을 마감한다.
후기
팔공산도 능선종주로 보면 지리산 종주 버금간다. 1박2일로 정하여 동쪽(은해사)에서 서쪽(가산산성)으로 많은 산 꾼들이 종주 길에 나선다. 이번 산행은 동화사코스로 다녀왔고, 몇 년 전 아들넘 수능 때 와이프 성화에 갓 바위 지구 쪽으로 다녀왔기에 다음엔 종주를 한번 해보고픈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