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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시와표현 원문보기 글쓴이: 최 희
고래 외 4편 / 민왕기
고래
어촌을 걷는다는 것은 뼈만 남은 고래를 만져보는 것처럼 희고 오랜 일이었다
앞 지느러미 부근에 어판장이 있고 꼬리지느러미 쪽에 등대가 서 있어 천천히 걸어보았다
살점과 내장은 팔려나간 지 오래라서 골목은 가늘어졌고
갈비뼈 사이에 듬성듬성 자라난 집들은 바다를 바라보는 곡진한 방향이었다
비어 있던 시간을 오래 쳐다봐 쭈글쭈글해진 얼굴의 어르신들은
한나절씩 마당에 앉아 나물처럼 미역처럼 저무는 일 같았다
고래의 혀가 있었던 자리에 앉아 좋아해, 라고 말하면 바람이 왔고
심장이 있던 자리에서 좋아해 좋아해, 라고 말하면 커다란 뭉게구름이 왔다
그렇게도 희고 아름다운 고래를 꼭 껴안고 우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어린 마음이 찾아올까, 가만히 앉아 햇볕 쬐고 싶은 날 있었다
흰 뼈로 누워 있는 고래를 찾아 늦었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는 말, 하고 싶었다
바람 속에 마음을 다 흘려주고 나야만 고래의 말간 눈을 보게 된다는 마을에서
왈칵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그건 너무 희고 오랜 일이라서 그만 다 잊은 일 같았다
아늑
쫓겨 온 곳은 아늑했지, 폭설 쏟아지던 밤
깜깜해서 더 절실했던 우리가
어린아이 이마 짚으며 살던 해안(海岸) 단칸방
코앞까지 밀려온 파도에 겁먹은 당신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속삭이던,
함께 있어 좋았던 그런 쓸쓸한 아늑
아늑이 당신의 늑골 어느 안쪽일 거란 생각에
이름 모를 따뜻한 나라가
아늑인 것 같고, 혹은 아득이라는 곳에서
더 멀고 깊은 곳이 아늑일 것 같은데
갑골에도 지도에도 없는 아늑이라는 지명이
꼭 있을 것 같아
도망 온 사람들 모두가
아늑에 산다는, 그런 말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았던
당신의 갈비뼈 사이로 폭폭 폭설이 내리고
눈이 쌓일수록 털실로 아늑을 짜
아이에게 입히던
그런 내밀이 전부였던 시절
당신과 내가 고요히 누워 서로의 곁을 만져보면
간간한, 간간한 온기로
사람의 속 같던 밤 물결칠 것 같았지
포구의 삭은 그물들을 만지고 돌아와 곤히 눕던 그 밤
한쪽 눈으로 흘린 눈물이
다른 쪽 눈에 잔잔히 고이던 참 따스했던 단칸방
아늑에서는 모두 따뜻한 꿈을 꾸고
우리가 서로의 아늑이 되어 아픈 줄 몰랐지
아니 아플 수 없었지
우리의 지나는 어디로 갔나
미군들이 몰려와 새벽까지 술 마시던
진아하우스, 햄버거집 불을 끄고 맥주를 팔던 그 철 지난 집에서 난 늙은 여자를 사랑했네
지나는 쉰 살, 고기를 구우면서 도라지 담배를 멋지게 빼물었지
보라색이 그녀의 얼굴을 감쌀 때 우리는 어느새 고향 앞바다로 고동을 주우러 갔는지도 모르네
지나가 항상 말하던 어느 날처럼
묵호 쪽에서 원양선박이 부웅, 하고
뱃고동을 울리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서 돌아오고 싶지 않은 구름들, 새떼들
무관으로 흘러갔고 혹은 아득으로 사라졌다고 전하네
아직 나는 그리로 가고 싶어 안달 난 젊은이
아마 늙어서도 그럴지 모르네
그때가 되면 어린 손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지나처럼 말해야지
언젠간 무관으로 갈 거란다 그곳이 어딘지 아직 모르지만 무관이란 결국 알 수 없는 곳이란다
레인보우 클럽에서 허탕을 친 미군들이 몰려오면
지나는 그 녀석들에 줄 고기를 구웠지
때로 홍등가에서 늙은 창녀들이 넘어오기도 했는데 지나는 그들에게 말했어
오늘은 뭘로 줄까? 그들은 말했지 늘 같은 걸로!
그게 전부였지
언제나 떠돌던 마음들은 허기에 지쳐 식탁 앞으로 돌아온다고 그녀는 말했었네
아아 지나 쓸쓸해서 죽을 것 같아, 라고 내가 말했을 때도
거짓말 마 죽을 수 없다면 밥을 먹어야지, 라며 웃어주더군
사실 그게 전부였어
내가 아주 오래전 그 마을을 떠나와 다시 그리로 돌아갔을 때
불 꺼진 진아하우스 앞에서 생각했지
그런데 우리의 지나는 어디로 갔나?
그리곤 그녀가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 났다고 노래해 주었네
그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네
논물 보았음
오래 묵혔다가 꺼내보는 아버님의 영농일지
논물 보았다
소 팔았음
촌부는 감정 없이 일상 한 줄을 적고
그날따라 흘려 쓴 글씨는 아랫목에 몰래 돌아누웠던 흔적 같은데
안말 배충부와 품앗이 문제로 싸움
툇골 숙자 할머니 장사, 열무 씨 사다 밭에다 뿌렸음
왕기가 책가방을 마당에 버리고 나가 종아리 넉 대를 때렸음
그도 난중(亂中)이었나
단문으로 끊어지는 고적만 가득인 여덟 권짜리 영농일지
암 투병 힘겨우실 즈음, 신부님 돌려보내고 나를 앉혀놓고는
나는 너로 이어질 뿐이라던 촌부의 유물론
어렵게 울어 유언도 없었던, 한 사내의 평생 같았던 영농일지의 마지막 문장
논물 보았음
세 편의 시로 남은 청춘·1997
#아버지가 문간방에 쪼그려 울고 있었다
나는 그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알았다 바람이 드센 변지(邊地)에서 빈 바랑처럼 어둠이 펄럭이고, 누군가 서늘히 등 뒤를 스칠 때, 나는 사방에 떨어져 뒹굴던 마른 이파리처럼 가볍게 옷자락을 날렸다
그때 하늘에선 흰 나방처럼 커다란 눈송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묘지 숲은 온통 실신한 나방들로 가득하였고, 툭툭 발에 밟혀 터지는 나방들, 아무도 소리치지 않는 긴긴 밤은 찾아들었다 겨울이었다
스스로의 무덤 속에 억지로 또 하나의 죽음을 묻어주는 대지가 보였다 아무것도 살아 있지 않았다 온통 흰 눈꽃들만 어지럽게 날리고 어둠에 곱게 머리 빗은 묘지만 가래톳처럼 솟아 있었다
내가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묵연하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울지 말라는 편지를 남겼다 그리고 얼마 뒤 눈이 내렸다 묘지 위로 죽은 눈들이 퍼붓고 죽어 있는 것들 위로 짙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강물이여, 이제는 나의 얼룩진 가면을 벗기어 주십사
나무그늘 밑에 서면 짙어지는 그림자 속으로, 깊은 강물은 흘렀다 그 아래 소금이 담긴 얇은 반지(半紙)를 접어 띄우던 저녁, 나는 풍금을 타고 나의 살던 고향을 목메어 부르며 숲으로 떠나갔다, 물이 꽉 찬 장마의 숲, 유물처럼 꺾여 죽은 숲속의 나뭇가지, 앞서 지난 자들의
나는 그것을 따라 걸으며 물그늘로 얼굴을 가렸다 아무도 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흉, 조, 들, 조, 차 그러나 내가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을 때, 그때는 이미 나·무·의·강·물·풀·잎·의·강·물·나·의·강·물이 모여 숲의 강을 이룬 다음이었고, 죽은 나뭇가지들은 그 강물 아래 젖은 책장의 모습으로 잎들을 떨구고 있었다
나의 눈물이 그친 다음, 나에겐 지워지지 않는 가면, 어둑한 표정의 저녁 물그늘만이 남아 있었다 그 무렵 새들은 서로의 둥지 속에 알들을 뒤바꾸어 버리고,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숲속으론 고요한 단잠 나는 강물 속으로 얼굴을 헹구며 울지 않는, 울지 않는 나뭇잎이 되어버렸다
숲에는 아직 무수한 나날들이 남아 있을 것이므로 새들이 입을 틀어 막힌 채 잠드는 저녁, 그 어디에도 쉽사리 납득할 만한 슬픔은 없었다 강물 속에도, 나무그늘 밑에도 표정을 알 수 없는 그림자만 짙어져 가고, 자꾸만 눈물을 훔치던 사람도 저녁 어스름께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한 마리 개가 모래수렁 속에 빠져 있다*
이끼 낀 검은 옷, 해진 그물 속으로 희고 불분명한 묵주알들이 들어가 박힐 때, 물 묻은 검은 우비처럼 밤은 오곤 하였다 그런 밤이면 단바람 부는 가래나무 숲속엔 푸른 잎사귀들이 자라나고, 숲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엔 눈물그릇 같은 달이 그렁그렁하였다
그러하였다 사색이란 언제나 산책과도 같이 가벼워 생각 끝에 숲을 빠져나올 즈음이면, 등 뒤엔 항상 무거운 묵상이 무섭게 무섭게 흐느끼고 있는 듯하였다 그러하였다
눈감은 어둠 속, 한참 동안을 자폐 환자처럼 고요히 서 있을 땐 오래지 않아 지나는 비라도 내릴 듯 적막한 바람이 불어왔다 눈 가리고 계집이 울 듯 달 가리는 구름이 몰려올 것만 같았다 그럴 듯하였다
가래나무 숲, 바람꽃들은 물 맺힌 바람 속에서 죽고 바람 속에서 나는 몰래 울고 있다 머지않아 큰 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지고 숲속으론 심금이 울겠지만, 누구에게도 내 소소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음은 무엇 때문인가
눈감아 편한 어둠 속, 푸른 연무 가득한 마을이 잠기고 어두운 바람은 그렇게 불어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어둠 속에서 흰 보자기 나풀거리는 환한 오후의 방패연, 바람꽃처럼 죽은 흰 방패연을 볼 것이다 그럴 것이다
* 고야의 그림. 원제는 The Dog.
민왕기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단국대학교 영어영문과 졸업. 계간 《시인동네》 2015년 가을호에 〈고래〉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前 《강원일보》 문화부·정치부 기자, 기자협회보 기자. 현재 《뉴스1》 기자로 재직 중.
식탁 위의 풀밭 외 4편 / 이어진
식탁 위의 풀밭
오후엔 풀밭 위에 앉아 식사를 한다 이것 좀 더 먹어 너는 접시 위에 꽃잎을 올려놓는다 아카시아 무성한 숲에서 비릿한 입 냄새가 몰려온다 이런 냄새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멀리서 먹구름이 후드득 떨어지고 너는 다시 아카시아 향기를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이런, 이런 꽃냄새가 흘러넘치고 있군 조바심 나는 계절처럼 너는 꽃잎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생명선에 이상은 없는지 손바닥의 언덕이 웃는다 손금의 지평선에는 음식 걱정은 없을 듯 한데 깊은 눈매로 바람을 긁어모으는 손가락에선 지난 계절의 빚 냄새가 난다 풀밭 위에 앉아 다리가 네 개였던 식탁 위의 봄을 생각한다 웃음을 곁들인 지난봄은 고기를 구우며 즐거워했다 하나만 더 먹어 너는 꽃잎 한쪽을 내 그릇 위에 올려놓으며 꽃냄새로 빚을 갚을 수 있는지 묻는다 산등성이에 매달려 있던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진다 이런 냄새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우리는 풀밭 위에서 식사를 한다 꽃멀미가 이는지 두 눈에 꽃물 든다
목련 기술자
꽃잎이 손톱으로 조금씩 번져오는 정류소 앞, 머플러는 바람을 재촉이며 걸었네 어머니는 나무 밑에서 무언가를 끓여내고 있었지 내일은 나무의 얼굴이, 얼굴이 좀 더 싱그러워질까 가족들을 뒤적이던 어머니,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곤 했네
일요일엔 두 손을 모으고 착한 여자가 되고 싶었네 내 무늬를 좋아하는 남자와 키스를 하고 돌아와서는 차곡차곡 빨래를 갰지 아무리 빨아도 지지 않던 흰색 팬티 위에 돋은 달[月], 얼룩이 부끄러워서, 창밖은 철마다 목련 꽃잎을 피워낸다 나무 위에서 꽃잎은 다리가 길어지고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공장 밖으로 하얗게 흘러나오는 여자들, 목련 하고 부르면 자물통이 잠긴 집을 열어줄 것 같다 목련을 생각하는 동안, 창문은 세탁기에서 뭉개진 꽃잎을 꺼내 빨랫줄 위에 사뿐사뿐 걸고 있다
소파를 위한 이중주
A : 소파 위에 누워 있다 당신이 나의 눈 속에 손을 넣고 휘휘 저었던 소파다 눈이 뽑혀 창을 응시할 수 없는 소파다 모습은 볼 수 없고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소파다 햇살이 내려앉은 텅 빈 동공을 가진 소파다
B : 이 소파는 그냥 소파가 아니다 당신이 누워 있던 소파다 아니 내가 누워서 나의 아픔을 어루만졌던 소파다 마음을 알 수 없는 소파다 내가 없어도 슬퍼하지 않는 소파다
A : 이 소파와 이 소파는 다르지 않다 이 소파는 다르다 소파 끝에 소파가 물려 있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 소파다
B : 이 소파는 피부의 감촉을 민감하게 느끼는 소파다 이 소파는 딱딱한 질감의 무중력을 사랑하는 소파다 감정이 사라진 소파다 어린 질감의 몸 안에 질긴 관념을 넣어주는 물소가죽 소파다 쓸쓸함을 찾잔 속에 넣고 음악을 듣는 소파다
A : 소파 위에 누워 있다 오래 누워 있으면 등이 휘어지는 소파다 소파 위에 꽃잎이 피어 있는 소파다 내 꽃잎에 입 맞추던 당신의 얼굴이 생각나는 소파다 기억이 소멸되면 죽음이 찾아오는 소파다 무릎이 굽어진 소파다
B : 등을 오그리고 앉아 당신을 기다리는 소파다 기다리다 다시 돌아눕는 소파다 돌아누워 다시 당신을 생각하는 소파다 당신도 없고 나도 없는 소파다 눈이 없는 소파 위에 내가 누워 있다 나도 눈이 없다
A : 이 소파는 그냥 소파가 아니다 내 위에 당신이 당신 위에 내가 얹혀 있던 소파다 소파는 여전히 눈이 없다
B : 햇살이 얼마나 푸른지 알 수 없는 소파다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이 소파는 우리들의 소파였다가 이제 우리들의 소파가 아니다
A&B : 이 소파는 그냥 소파다 기억 속에 앉아 꽃잎을 어루만지는 단지 그냥 소파다
시놉시스의 뒷면
물의 습성을 슬픈 화면 안에 담가놓는다
백치의 풍경으로 보이는 모습은 한층 감미로울 것이다
부드러운 살갗의 느낌은 관자놀이에서부터 타올랐다
당신이 보내준 밤과 낮의 줄무늬에선
하양과 검정의 격렬한 감정이 처형되고 있었다
그것을 복숭아가 열리는 과수원의 외연(外緣)이라고 하자
당신의 지문과 나의 지문은
봄이나 여름, 가을의 시놉시스를 나뭇가지마다 걸어둘 것이다
나무에서 꺼낸 붉은 알맹이는 검은 눈빛 흘리고 있었는데
당신은 더 아름다운 복숭아의 계절을 찾아 떠나고
그 외연(外緣)의 통조림을 내게 보내왔다
혀의 관습은 과일의 온도와 밀애 한다
당신을 스칠 때마다 돋아나던 눈물
나는 깡통 속에 들어가 한 개의 복숭아와 얼굴을 교환한다
복숭아가 열리지 않는 계절엔 나의 저녁을 기억해주렴
*추신 :
복숭아의 습관은 당신의 온도에 나의 습도를 섞었다 직박구리의 풍경 속에는 기형의 복숭아가 숨죽여 있었다 한 개의 복숭아 밑에 또 한 개의 복숭아, 어떤 복숭아의 맛은 다르다고 당신은 독특한 복숭아들을 내게 보내왔다 철 내음 속에 뿌리내린 복숭아는 당신 나무에서 알몸 냄새가 난다고 희죽거렸다 그 백치 복숭아 시놉시스를 동봉해 보낸다 부디,
레퀴엠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닮고 싶은 것 가늘고 매력적이고 목적지가 불명확한 것
풀의 뿌리를 닮은 것 달의 웃음소리가 스며 있는 것
플롯의 구멍처럼 비밀이 많은 것 그 구멍마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
그 아기의 목젖을 열어 발성 연습을 시키는 것
아기의 목소리를 찢고 나온 나무가 허공 위로 뛰어내리는 것
목소리의 날개는 꽃의 신발처럼 가볍게 하강하지
아름다운 이야기는 날개 밑에서 산산조각나지
얇고 가느다란 입술을 닮은 것 어린아이의 목청에서 핏물이 솟아오르는 것
계단의 뒤꿈치를 뛰어내리는 운동화
다급하게 달려가는 고양이와 검은 계단을 오르는 그림자
입 벌린 음계 위를 걸어가는 발자국 자꾸만 벌려진다는 입
발성하고 싶은 순간의 뒤통수를 비추는 달빛
어린 소년의 목소리를 닮고 싶은 것 길고 매혹적이고 목적지를 모르는 것
이어진
2015 시인동네 가을호 신인문학상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