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악산, 시명봉 가기 전 전망바위에서
그러나 가장 멋진 것은 파리에서 릴케와 함께 산책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을 깨어난 눈으로 그것들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
소한 것도 주의 깊게 바라보았고, 간판에 씌어진 희사의 이름까지도 리드미컬한 울림을 가지고
것처럼 생각되면 기꺼이 소리내어 입 밖에 내보았다. 이 파리라는 도시를 가장 구석진 곳과 깊
숙한 곳까지 알아낸다는 것이 그의 정열이었으며, 내가 그에게서 인정한 유일한 정열이었다.
--- 슈테판 츠바이크,「어제의 세계」
▶ 산행일시 : 2010년 6월 26일(토), 흐림, 바람 붐
▶ 산행인원 : 11명(영희언니, 버들, 메모리, 숙이, 드류, 더산, 감악산, 사계, 메아리, 정경식,
가은)
▶ 산행시간 : 10시간 1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9.1㎞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27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24 - 원주시 신림면 금창리(禽唱里) 흑천동, 산행시작
09 : 49 - △947.5m봉
10 : 13 - ┤자 갈림길, 1,064m봉
11 : 08 - 1,100.8m봉, 무덤
11 : 45 - 시명봉(1,196.0m)
11 : 52 ~ 12 : 15 - 점심식사
12 : 46 - 남대봉(南臺峰, 望景峰, △1,181.5m)
13 : 59 - 향로봉(香爐峰, △1,042.9m)
14 : 53 - △971.2m봉
15 : 55 - ┤자 갈림길, 왼쪽은 입석사 1.2㎞, 직진은 비로봉 1.3㎞
16 : 29 - 치악산 비로봉(稚岳山 飛盧峰, △1,282.0m)
17 : 13 - 다시 입석사 가는 갈림길
17 : 47 - 입석사(立石寺)
18 : 25 - 원주시 소초면 흥양리(興陽里) 황골, 산행종료
22 : 13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와 그 주변
▶ 남대봉(南臺峰, △1,181.5m)
매우 드문 일로 양 대장(대간거사, 상고대)이 빠지니 오늘 산행 팀이 어쩐지 왜소해 보이고 산행
또한 소풍가는 기분이다. 중앙고속도로 신림(神林)IC에서 빠져나와 5번 국도 타고 치악재(가리
파재) 쪽으로 간다. 마을 입구에 ‘흑천동’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없었더라면 지나칠 뻔했다. 흑
천동은 깊숙한 산골짜기 마을이다. 다리 놓는 공사 중이라 차는 더 들어가지 못한다.
나이프 리지 타듯 공사 중 교각을 넘고 마을 어귀 뽕나무에서 까만 오디의 지린 맛을 본다. 능선
맨 끄트머리에 붙고자 밭두렁으로 돌아가자 아랫밭에서 김매는 아낙네가 그리로는 길이 없다
며 왼쪽의 소로로 계속 가면 산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고 권하지만 괜찮다며 일렬 행진한다. 동
요의 캐보나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감자는 캐보나마나 하얀 감자다)인 자주꽃 핀 감자밭 두
렁을 지나고 묵밭의 망초 꽃무리 헤쳐 산속에 든다.
묵은 임도와 만나고 얕은 고갯마루까지 함께 간다. 임도 주변에서 더덕을 여러 수 캔다. 향기 진
한 것으로 미루어 족보가 산더덕이다. 신림(神林)의 근처라 나무숲이 울창하고 금창(禽唱)이라
는 지명대로 새 또한 노래하는 산길이다. 금방 비 뿌릴 것처럼 어둑하다. 한줄기 시원한 바람 스
치고 갈잎 우수수 소란스런 끝에 가랑비 흩뿌린다. 배낭 커버 씌운다. 그러나 비는 잠깐 내리는
시늉만 하고 말았다.
돌길 나와 무료 달래고 잘 생긴 사면 나와 들락날락한다. 잘 생긴 사면이란 펑퍼짐한 초원을 말
한다. 너른 헬기장 지나 바짝 오르면 오른쪽 능선과 만나는 △947.5m봉이다. 평전이다. 삼각점
은 아무리 두리번거렸어도 찾지 못했다. 꾸준히 고도 높인다. 1,064m봉 직전 ┤자 갈림길. 가리
파재에서 오는 길과 만나고부터 한갓지던 산길은 끝난다. 심심하다.
등로 살짝 벗어나 숨어있는 오른쪽 아찔한 절벽 위 전망바위에 다가간다. 경점이다. 용두산 석
기봉 감악산 싸리재 매봉 선바위봉 등 영춘기맥의 장쾌한 산세가 펼쳐진다. 매봉 아래 저 삼거
리는 마의 알바구간이었다. 후미 불러 이 전망바위에 꼭 들리게 하고 물러난다. 암릉이 나온다.
1,100.8m봉 근처일 것. 왼쪽 사면으로 돌아간다. 한참을 돌다보니 문득 아까운 생각이 들어 생
사면을 올려친다.
주능선 마루금은 인적 드문 잡목 숲이다. 조망은 가렸다. 괜히 나뭇가지사이 기웃거리다 절벽으
로 떨어질라 삼간다. 등로 내림 길은 짧은 슬랩이다. 축축한 안개 속에 든다. 무덤 있는 봉우리
내리고 잠시 휴식. 메모리 님을 비롯한 선두는 후미 해찰하는 동안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
게 가버렸다.
안개비가 내린다. 양다리 뻑적지근하게 올라 시명봉. 암봉이다. 넘고 보니 시명봉이었다. 안개
가 자욱하여 아무 볼 것 없다. 산허리 돌고 돌다 바위 아래 길바닥에 모두 모인다. 비가 더 내리
기전에 점심밥 먹잔다. 체온 유지하려 우비 쓰고 밥 먹는다. 내 입맛보다는 남의 입맛으로 먹는
다. 일어서기까지 23분 소요.
영원사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자 갈림길 안부. 우리 온 길이 금줄 친 비지정등산로다. 남대봉
이 가깝다. 남대봉의 너른 헬기장에는 여러 등산객들이 모여 점심식사중이다. 남대봉을 망경봉
(望景峰)이라고도 하는데 오늘은 무망. 안내초소 뒤에 삼각점이 있다. 2등 삼각점(안흥 27,
1989.7. 건설부)이다.
3. 오디 따서 먹고 출발
4. 매봉(1,095m), 시명봉 가기 전 전방바위에서
5. 백덕산 쪽 조망
6. 백덕산 쪽 조망
7. 배향산(?)
8. 백덕산 쪽 조망
9. 박새꽃
10. 천남성
▶ 향로봉(香爐峰, △1,042.9m)
치악산이 과연 명산이다. 오가는 등산객을 많이 만난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자주 등산객들을
만났던가! 수인사가 버겁다. 거대한 문설주의 석문을 데크 계단으로 넘고 가고가도 탄탄대로.
따분한 길이다. 그나마 봉우리 돌아 넘기 일쑤다. 한철인 함박꽃을 들여다본다. 하나같이 수줍
어 고개 숙인 터라 일행더러 부축하게 하여 카메라 앵글로 어렵게 눈 맞춘다.
너른 헬기장 지나고 향로봉이다. 돌탑 아래 삼각점(안흥 458, 1989 재설)이 있다. 향로봉 정점은
건너다. 원주 시내가 조감도마냥 자세히 보인다. 당초 하산은 곧은재 지나 △971.2m봉에서 황
골로 내리는 것이었으나 아까부터 다수가 비로봉을 보고자 욕심낸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시원
한 바람과 흐린 날씨가 한 부조하는 덕분이다. 안내도에 향로봉에서 비로봉까지 5.9㎞. 예상소
요시간 3시간 10분. 거리는 믿되 예상소요시간은 그다지 믿지 않는다.
쭈욱 내려 헬기장 지나고 ┼자 갈림길 안부인 곧은재. 비로봉까지 갈 조를 편성한다. 6명이다.
더산 님이 암만 부추겨도 메모리 님과 정경식 님은 포기하고 메아리 님은 자동으로 이들을 안내
한다. 숙이 님과 동일 티켓일 감악산 님은? 보이지 않는다. 향로봉 정상에서 주렁주렁한 다래꽃
을 함께 감상하였는데 이상한 일이다. 기다리다 먼저 비로봉을 향한다.
아, 이때 감악산 님은 혼자 맨 뒤로 향로봉을 내리다가 보문사 쪽으로 알바 중이었다. 느닷없이
‘보문사 0.5㎞’라는 이정표가 나타나더란다. 그 급경사를 내리고 오르느라 40분을 허비하였다니
애석한 일이다. 산행 마치고서 알았다.
11. 함박꽃
12. 남대봉 근처
13. 남대봉
14. 원주시내, 향로봉 가는 길에서
15. 향로봉에서 조망
16. 원주시내, 향로봉에서
17. 다래꽃, 향로봉에서
▶ 치악산 비로봉(稚岳山 飛盧峰, △1,282.0m)
통나무 계단 길 오르고 너른 헬기장 지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원주시내 내려다본다.
△971.2m봉 삼각점은 안흥 447. 뚝 떨어져 원통재다. 태종 이방원이 스승인 원천석을 찾다가
못 찾아 이곳에서 쉬면서 ‘못 찾아 원통하다’고 해서 유래하였다 한다. 예전에도 그렇듯 대단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1시간 남짓 그저 올라야한다.
바람 가린 사면을 돌 때면 후끈하여 땀띠 솟는 것을 느낀다. 1,117m봉 넘어서야 가파름이 수그
러든다. 왼쪽으로 입석사 가는 ┤자 갈림길. 이정표에 비로봉 1.3㎞, 입석사 1.2㎞다. 목 추긴다.
다음 쉴 곳은 비로봉이다. 등로는 잘 다듬었다. 돌 또는 통나무 그루터기 깔았다. 삼봉 가는 능
선은 금줄 쳐 막았다.
비로봉 전위봉격인 1,223m봉. 오늘 같이 안개 자욱한 날은 너른 공터인 이곳을 치악산 정상으
로 오인하기 알맞다. 안개로 더 오를 곳 보이지 않으니 울퉁불퉁한 돌 평정하고 예전의 돌탑은
철거한 줄로 알겠다. 잠깐 내려 비로봉감시초소가 있는 ┼자 안부. 비로봉 정상까지 0.3㎞다. 데
크 계단과 돌길이 교대로 이어진다. 데크 계단 207개 올라 비로봉 정상이다.
치악산을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오른다는 말은 아득한 옛말. 숨소리 고르다. 사다리병창 또한
얼마나 잘 닦아놓았던가! 안개 자욱하다. 일전에 이런 날 칠절봉에서 가경의 재미 보았던 터라
가은 님이 아껴 품어온 정상주(국순당에서 새로 출시했다는 쌀막거리) 분음하며 안개 걷히기 기
다리지만 가망 없는 일이다. 바람 잔다.
우리나라 명산 중의 주봉은 비로봉(毘盧峰)이 흔하다. 모든 부처님의 진신(眞身:육신이 아닌
진리의 모습)인 법신불(法身佛)로 보통 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광명(光明)의 부처라고 하
는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에서 유래한다. 금강산, 오대산, 소백산, 팔공산(대구) 등에서 그러하
다. 속리산의 주봉은 천왕봉이지만 그 옆에 비로봉이 있다.
그런데 유독 치악산 비로봉은 飛盧峰으로 쓰고 있다. ‘盧’ 또한 그 새김이 밥그릇, 술집(賣酒區),
사냥개(田犬), 검은빛(黑色), 주사위(蒱戱), 창(矛屬), 둥글다(規矩), 깔깔 웃다(笑), 나나니벌(蜾
蠃), 말머리꾸미개(馬首飾), 눈동자(目中黑子), 포 이름(匏名), 말 이름(馬名), 성(姓) 등이라 하니
飛盧의 조어로도 실격이다. 나는 毘盧峰의 착오라고 본다.
비로봉에서 구룡사까지 4.7㎞, 입석사까지는 2.5㎞다. 입석사로 향한다. 줄줄이 내닫는다. 입석
사 갈림길까지 금방이다. 이제부터는 처음 가는 길이다. 잘 다듬었다. 그런데 골짜기 너덜 길
200m 내릴 때는 무릎이 시큰거리고 더하여 땀난다. 입석사. 조그만 절이다. 산사의 고적함을 오
롯이 느낀다. 절집으로는 요사채와 대웅전, 그 뒤로 삼성각이다. 일주문은 없다.
산릉에 오도카니 서 있는 바위가 입석대다. 묘하다. 소개에는 ‘높이 약 20m, 가로 세로 약 5m되
는 네모꼴의 석주. 30m가량 되는 절벽 위에 우뚝하게 서 있다.’고 한다. 이 근처에 있다는 신선
대는 몰라보고 지나쳤다. 아스팔트 포장길을 간다. 입석사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 1.6㎞. 지루
하다. 그 아래 큰골짜기 황골까지도 상당히 걸어야 하니 비로봉에서 사다리병창 타고 구룡사로
내리는 길과 얼추 비슷한 거리다.
18. 다래꽃
19. 치악산 비로봉, 더산 님
20. 입석사 입석대
21. 마가렛, 입석사에서
첫댓글 모처럼 비로봉 돌탑이 보이는 군요. 저는 하산시 혹시나 계속 정상을 바라 봤으나으로 끝내 보질 못했나이다
드류님! 비로봉은 원주에서보면 떡시루를 뒤집어 놓은 형상이라해서 예로부터 시루봉이라 불렀고 원주사람들 대부분은
지금도 그렇게 부릅니다 . 아마도 한자어로 조어하는 과정에서 불교식 명칭보다는 보이는 형상이나 지역민들이 부르던 명칭을 반영한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시루봉이 더 정겹고 진짜 시루처럼 보입니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