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갯벌과 동천을 걷다-수도원 체험기-
최 화 웅(비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늘 아래에 있는 물은 한곳으로 모여,
뭍이 드러나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뭍을 땅이라,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부르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 9-10)
(하느님이 창조한 바다와 갯벌을 보니 아름다웠습니다)
강화는 내륙에서 흘러내리는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한 몸이 되는 지점이자 해양에서 배편을 이용해 내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입니다. 그 강화의 산기슭에는 하늘을 향한 동천(洞天)이 열리고 바닷가에는 광활한 갯벌이 열렸습니다. 동천은 하늘 아래 첫 동네로 산과 내가 어울려 경치가 빼어난 곳을 일컫는 말입니다. 옛 사람들은 동천에 신선이 살았다고 믿었습니다. 그만큼 동천은 숲이 울창하여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내리는 계류가 폭포를 품고 우거진 숲 아래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우리가 그리는 궁궁촌(弓弓村), 즉 아름다운 낙원을 펼쳐놓았습니다.
(바다에도 바닷길과 골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강화갯벌과 함허동천(涵虛洞天)으로 나갔습니다. 간척사업으로 외딴 섬, 마니산이 뭍과 연결되면서 마니산의 함허동천은 예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강화에는 함허동천 뿐만 아니라 하늘 아래 바다와 땅이 만나 질펀한 생명의 밭, 갯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진흙이 덮인 모래톱입니다. 카스테라 위에 초클릿을 덧칠한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낙동강 하구와 순천만 갯벌이 유명하지만 인천과 강화도 주변에는 7.3m나 되는 간만의 차로 갯벌이 더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5대 갯벌중 하나인 강화갯벌)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강화갯벌은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바다 쪽으로 폭이 4Km나 되는 넓은 갯벌이 들어납니다. 그 넓이는 서울 여의도의 53배에 가까운 1억여 평에 달한다고 합니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 거제, 진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섬입니다. 미국 CNN 산하 아시아 매체 CNN go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개 중 8 번째'로 강화도를 선정했습니다. 강화도는 석모도와 교동도, 서검도와 주문도, 불음도와 말도 등 유인도 11개와 무인도 18개 등 모두 28개의 섬을 거느린 섬 중의 섬입니다.
(강화 갯벌 안내도)
강화도는 고려와 조선시대 이래 계속된 간척으로 섬이 커지면서 해안선의 길이는 112Km나 됩니다. 장흥리 쪽은 민물과 만나 진흙갯벌이 만들어졌고 동막리는 바닷물에 의한 모래갯벌입니다. 동막해변은 강화 유일의 해수욕장입니다. 강화도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태초의 장관을 연출합니다. 특히 남쪽에 자리한 화도면의 강화리로부터 동막리에 이르는 동막해안은 낙조와 함께 절경을 이룹니다. 썰물과 밀물로 하루 두 번 바다와 땅이 번갈아 나타나는 강화갯벌의 갯골에 흐르는 물소리가 생명의 고동입니다. 그 갯벌은 생명의 낙원이자 철새도래지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사님들과 함께 강화에서 처음으로 낚아본 망둥어)
소란하고 지저분한 도회의 해변에 비해 강화해변은 반듯하고 소박한 갯벌을 배경으로 소소한 풍경이 편안하기 이를데없습니다. 노을이 내릴 때면 마음까지 석양에 물들어 사랑과 낭만이 파도를 타고 일렁이며 그리움에 사무칩니다. 동막해변에서 망둥어 낚시도 하고 수사님들과 함께 끝없는 갯벌을 걸어 나가 아름다운 바다와 만났습니다. 수사님들과 강화바다에서 망둥어 낚시를 하는 동안 저는 ‘사람 낚는 어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인내와 기다림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갯벌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골 따라 도대체 몇 Km나 걸어 나갔을까? 뒤돌아보니 까마득했습니다. 신기루처럼 촛점이 흐렸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함허동천에서 잠시 발을 담궜습니다)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었으나 눈부신 윤슬 속을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은 온통 진흙빛깔로 변신했습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을 걷기에 힘겨웠으나 그 너머 황해바다의 유혹은 차마 뿌리치기 어려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함허동천에 들렀습니다. 마니산 자락의 함허동천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으로 한창 더위에 쫒긴 피서객들로 붐볐습니다. 계곡으로 올라갈수록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자연이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맑고 고운 산새들의 속삭임과 계곡의 너럭바위를 타고내리는 물소리, 나뭇잎마다 그리움을 흔들어 깨우는 바람소리가 싱그러운 여름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신학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신부님의 배려와 수사님들의 도움으로 강화갯벌과 함허동천을 두루 답습할 수 있었던 일은 크나큰 축복이었습니다. 강화해협을 따라 강어귀에는 황해의 바닷물과 한강과 임진강의 민물이 만나 기수(基數)를 이루며 말없이 성(聖)과 속(俗)을 갈랐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단출하며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신 주님께서는 저에게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강화의 원형과 분단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시며 스스로를 성찰케 하셨습니다. 오만과 독선을 찾아볼 수 없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어울리기만 해도 신이 나고 흥에 겨웠습니다.
저는 이번 수도원 체험을 통해 더 넓은 맥락에서 제 삶과 신앙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강화수도원 체험에서는 놀랍게도 저의 삶과 신앙이 한 점에서 맞닿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믿음의 길을 스스로 다지게 했습니다. 특히 갯벌을 걷는 동안 버려진 채 묻혀있는 저의 신앙을 재발견하고 발굴하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곧 길을 잃어버린 제 영혼이 믿음의 방향을 새로운 할 수 있는 변화였습니다. 순수한 강화갯벌을 거쳐 함허동천을 오르면서 저는 감격에 겨워 ‘태양의 찬가’를 흥얼거리며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태양의 찬가
성 프란치스코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마음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 몸 있음을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이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첫댓글 선생님!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표정이 온화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몸소 체험하시는 피정을 하셨네요.
저희 부부도 올해에는 강화에 가고 싶은 꿈이 이루어지길 바래봅니다.
"태양의 찬가"는 제가 여고를 가톨릭학교를 다녀서
그 때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닿아 힘들때면 부르곤 하였는데...
오늘도 주님 안에서 사모님과 함께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율스님! 강화나라의 가족들은 모두가 천사였습니다.
수도원 체험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하루 하루가 축복이요 피정의 시간이었어요.
강화에서 보내는 감동이 저에게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에 빠져들어
'평화의 기도'와 '태양의 찬가'를 마음껏 노래할 수 있었답니다.
엘리를 위한 차간 짝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양하게 체험하신 그리움! 삶이 묻어나시는 멋진
글 읽노라라면 어떤 것도 마다 하지 않으심을 살짝
엿보게되네요."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알겠어요
소박,겸손이 함께 하는 강화 산,바다,계곡.갯벌...
저도 강화를 더더 좋아했고, 하고, 할걸요.
일출,일몰을 멋있게 볼수 있는강화. 매력있는 곳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심에 더 맘이 커져옴은?
그리움님! 맘 맘껏 훔쳐봅니다.~**~
건강,행복하세요**Have a good day!!!
선생님! 강화의 자연과 수도원 체험이 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저는 맑고 깨끗하고 정결한 수도원의 영성을 거침없이 받아들였습니다.
행운이었습니다.
이제 바람부는 추운 들판에 서 있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충만하고 행복합니다.
더불어 살았던 신부님과 수사님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부디 건강한 나날 보내십시오.^^*
저도 신부님과 함께 강화에서 갯벌을 구경한 경험이 생각납니다...자연 안에서 하느님을 느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하늘 아래 강화의 갯벌과 자연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 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바뀌었을 뿐이죠.
주님의 크신 사랑을 곱게 간직하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강화 갯벌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망둥어는 낚시는 못해봤지만 잡으면 재미 있을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나눠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시몬씨! 언젠가 우리 강화갯벌에서 낚시를 해보자구요.
고기도 낚고 조개도 주으면서 바다를 함께 걸어요.
그런 날을 위해 기도합니다.^^*
강화도 갯벌 체험을 하시면서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취하시고 주님을 찬미함이 제가 그 자리에 함께하듯 생생합니다.
좋은 글로 감동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 속에도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가 이 아침 너무 행복하게 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체험은 동행하도록 하죠.
저는 몇 차례 다녀온 아시시보다 강화들녘이 아름답고 찬란합니다.
동행을 통해 함께 기도하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주님의 은총을 청합니다.
아가토비님! 행복을 한아름 전합니다.^^*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Fr.성인이 지으신 찬가가 너무 좋아
혼자 불러봅니다. 가난한 마음들이 모여 신나고 흥겨워 주님을 찬양하는 곳이 바로 강화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고요. 아름다운 글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명절 되세요~^^*
하늘인연님! 강화가 아름다운 것은 저의 체험기에
선생님께서 쳐주신 맞장구가 새로운 기운을 일으켰습니다.
버리고 비우고 낮춘 마음에 가난한 영성이 넘쳐흐르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저희들이 살아가는 동안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함께 하시길...
아멘,^^*
삶이 막막하고 소란스러울때는 그저 갯벌로 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짠물과 하얀소금기 덧칠한 바위에 앉으면 갯벌은 포용과 들고, 나감을 조용히 가르쳐 주었죠!
많은 것들을 넉넉하게 품고도 그저 아래로만 향하는 갯벌의 겸손은 저를 참으로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강화의 갯벌에서 하느님의 선물을 듬뿍 받으셨군요?
나누어 주시는 다음 체험기 기다리겠습니다.
주님과 함께 하시는 행복한 설날 되십시요!
갯벌에서 버리고 비우며 낮추는 자연의 삶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저의 삶이 새로운 신앙의 길을 찾아가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강화갯벌을 걸으면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번뇌도 씻어냈습니다.
'Here and Now'에 충실한 자신을 찾기로 했습니다.
낙동강 하구의 갯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