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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에서 내려다 본 전망... 우리 모두가 구름위에 떠 있는 듯...>
지리산 노고단...
방송에서.. 신문에서...
매스컴으로 늘 회자되던 지리산 노고단....
그동안 몇번의 갈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가보고 싶었지만.....
그 때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늘 가슴을 후벼파며 아쉬움을 달래고, 애써 외면하며 서운함을 떨쳐 버리곤 했었다.
그런데 기회는 참 쉽게 찾아온다.
뜻하지 않게 성동신협산악회에서 지리산 노고단을 간다니 말이다...
그런걸 보면 세상일이 다 그런가 보다.
기회를 놓쳤다고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용트림을 해가면서 까지 억지로 무리수를 두어가며
기회를 만들어 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리하다 보면 바둑에서 이야기 하듯 필히 악수를 두기 마련이다.
관운이든 재물운이든 공통사항이다...
아무리 재물을 모으려해도... 재물을 쫒아가면 갈수록 멀리 달아나고..
결국엔 갖고 있던 재물 까지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저 잠지코 기다리다 보면 우연히 기회가 찾아와 재물이 손에 잡힐때
잡는것이 진정 나의 재산이 되고, 우리는 그런일 을 주변에서 흔치 않게 볼수 있다...
이는 직장에서 승진이나 진급같은 관운 또한 마찬가지다.
승진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고 작전을 동원하고 아부와 아첨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승진을 쫒는 사람은 결코 승진 하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생각지 않던 승진의 기회가
쉽게 다가오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다...
그렇게 쉽게 지리산 노고단을 향해 발걸음을 내어딛는 새벽....
언제나 그랬듯이 택시를 타고 첫차를 타기위해 병점역을 향해 달렸다
칠흙같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이지만 나를 태운 택시는
일각도 주저 하지 않고 용케도 질주를 계속한다....
10여분 남짓 달렸는데 벌써 병점역이다.
병점역 개찰구 앞에서니 출발시간이 아직 10 여분 더 남아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서성이는데 수원소녀님이 해맑은 미소를 띄며
내앞에 나타났다...
갑자기 병점역사에 광채가 비추듯 역사 안이 환해 졌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닌가 보다.
옆에는 아이돌 닮은 사내 한명이 계면쩍은 미소를 띠고 쭈뼛거리며 서성대며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전전긍긍 한다...
수원소녀님이 초딩동창이라며 내게 소개를 해주신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첫 전철에 몸을 실었다.
늘 새벽 첫차를 타고 혼자서 가던 길을 이제는 셋이서 가게되니
뿌듯함이 더 해온다.
이제는 수원팀이 성공나라, 수원소녀, 그리고 수원소년까지 3명....
아니다 팬더님까지 오시게 되면 4명이나 되는 셈이다....
성동신협 산악회에서 버스를 4대씩아나 동원할 만큼 성장해 가듯
수원팀도 4명으로 늘어날 만큼 함께 성장해 가나 보다.
드디어 평택역에 도착했다.
플랫홈에 첫발을 내어 딛는데 아직도 어둠 속 그대로다.
역사를 나와 어둠을 뚫고 버스 승강장으로 내려오니
또 한명의 소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평택소녀...
이들은 모두 한상무님 초딩 동창생들 이라고 한다.
이름을 모르니 그냥 평택소녀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분은 정말 자태에서도 얼굴에서도 소녀티가 흠뻑 배어 나온다.
훤칠한 키에 갸날픈 몸매... 앳딘 얼굴이면서도 눈동자가 총명해 보이는 인상이다
버스를 네대씩이나 동원하나 싶더니...
한순희 상무님 동창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나보다..ㅋㅋ
그러는 사이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는 우려했던 대로 이미 자리가 점령 당해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한상무 어머님 도움으로 간신히 자리하나를 얻어 앉았다.
버스가 4대라니.. 그래도 자리가 조금은 여유가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 밖이다.
버스가 공설운동장을 통과할 즈음 낮익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옹달샘님, 럭셔리님. 옥분님...
아 그리고 지난달 동악산에서 처음 알게 되었던 고향 여선배님까지....
그 선배님도 차에 올라 자리가 없자 여간 당혹스런 표정이 아니다...
내가 자리를 양보하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나보다 두살위인 그 선배님은 고향에서 여고를 졸업하셨단다...
아마도 내가 1학년쯤에 여고 3학년이었을 터이다.
그 시절은 남녀공학이 드믄터라 학교를 따로 다녀서인지 얼굴을 뵌 기억이 전혀 없다.
아마도 그 선배님은 성실한 범생(아이들말로 모범생)이셨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그만 시골에서 전혀 뵌 기억이 없을리가 없을 터인데..
문예회관앞 버스가 도착하니 자리의 주인공들이 올라와 자리 하나씩을
차지해 가니 이미 올라있던 산우님들이 어쩔수 없이
다른 차로 자리를 찾아 이동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다른 버스도 만석인가 보다...
다시 돌아와 자리를 구걸한다.
베테랑까지도 자리를 찾아 버스에서 버스를 옮겨 다니며 자리 구걸을 해야하니...
그렇게 버스 4대가 만석이라니..
정말 수학여행 버스가 아니고서는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참으로 성동신협산악회 가 장족의 성장을 거듭함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 네대의 버스가 모두 이렇게 만석이랍니다... 그리고 버스가 깨끗하고 화려합니다. >
6시 15분...
4대의 버스가 늦가을 새벽 어둠을 가르며 일제히 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가뿐하게 고속도로를 올라서서 총알처럼 내달려 나간다.
그렇게 4대의 버스가 커브를 돌아설때는 헤드라이트를 현란하게 밝힌 행렬이
시야에 한꺼번에 들어온다. 참으로 장관이다.
가는길에 휴게소를 두어번 들락거리고...
차안으로 배달되어진 김밥이랑, 가래떡..
주머니에 급하게 넣고온 초콜릿, 귤이랑 친하게 지내고...
때로는 꿈나라 멋쟁이들과 노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지리산 가까이 다가섰다.
그런데 창밖을 내다보니 근심이 내려 앉는다...
분명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 흐림이다...
간혹 굵은 물줄기가 창문을 타고 흘러 내린다....
분명 빗줄기는 아닌 듯 한데....
다시한번 창밖을 유심히 살피니 짙은 안개가 지붕에서 결로가 되어 흘러 내린 듯 하다.
하지만 안개라고 생각하기엔 창밖이 너무 어둡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노고단 성삼재 휴게소를 향해 등판을 시작하고
한굽이 한굽이를 돌아 올라 설때마다 하늘이 조금씩 열려간다.
< 창밖은 어둡고 굵은 물줄기가 차창에 흘러 내려 비가 올까 두렵습니다..>
굽이진 길을 가파르게 돌아 오를때 마다 가드레일에 붙어 있는 경고문이 섬뜩하다...
"브레이크 파열 주위" " 하강시 반드시 저단기어 사용할것" 등....
승용차야 이미 오토가 보편화 되었으니 저단기어라는 용어가 무색하겠지만
버스나 트럭은 아직 스틱이 대세이다.
그러니 저단기어를 사용해서 엔진브레이크를 작동시켜야 주브레이크가 덜 작동한다.
주브레이크의 열부하 부담을 줄여 브레이크 파열을 막아 보자는 이야기다.
사실 버스나 트럭같은 과중량 차량들이 여름철 혹서기에 가파른 비탈길을
한시간 이상씩 주브레이크에만 의존해서 내려오다 보면 브레이크 패드 과열로
인하여 브레이크가 파열되는 예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가파르면서도 S 자를 넘어 거의 8자에 가까운 코스를 계속 돌고 비틀며 오른다.
만석을 채운 버스도 힘에 부치듯 엔진소리가 더 요란해진다...
하지만 속도는 더 떨어지고... 기어 변속횟수가 많아진다....
어느새 버스가 8부 능선쯤 오른 듯 하다.....
창넘어 시야에 들어오는 산아래를 힐끔 쳐다보니 장관이다....
은빛 솜사탕 구름호수가 끝없이 펼쳐져있고 그 가운데 듬성듬성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마치 내가 하늘나라에 올라와 손오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참으로 신비스런 광경이다.. 묘한 감회를 느낀다.
그제서야 내 둔탁한 두뇌가 산아래 비가 올 듯한 날씨를 깨닫는다.
구름 속을 힘겹게 뚫고 올라오는 동안 창밖이 자욱하게 뒤덮혀 있었다는 것이
저 아름다운 은빛 솜사탕 같은 구름이었다는것을...
마침내 버스가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비탈진 도로끝 가드레일까지 다가서니
한발짝 다가선 산아래 구름호수가 그림처럼 수를 놓는다....
호수처럼 끝없이 펼쳐진 운무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가운데 듬성듬성 올라 어우러진 봉우리 들이 한폭의 동양화다.
문득 그 봉우리 한켠에서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달려 나올 듯 하다.
발길을 옮겨 휴게소 앞을 가로질러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니
인파가 인산인해다.
지리산이 아니라 내가 명동 한복판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인파에 발길이 걸려 걸음을 옮겨 놓기가 녹녹치가 않다.
< 노고단 입구에 인파가 인산인해여서 우리 일행들은 찾는데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
잰걸음으로 인파를 헤집고 달려 나가니 노고단이 가까이 다가온다.
한걸음에 올라설 듯 가깝다.
허긴 지리산 8부능선까지 버스를 타고 올랐으니 노고단 정상이 가까울수 밖에....
노고단을 향해 오르는길도 시멘트 포장길이어서 순탄하기만 하다.
한참을 더가니 포장길이 끝나고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조금 가파름이 시작되려니 하더니 벌써 끝이다....
그렇게 노고단 대피소 까지는 가볍게 올라선다....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노고단 까지 오르는 길 또한 지금까지 오른 길과 대동소이하다.
노고단까지 편안한 행보가 계속된다....
드디어 노고단에 도착한다...
지리산 명성에 비해 너무 허무할만큼 수월하게 오른 듯 싶다.
허긴 노고단까지 오르는 길은 임도가 개설되어 있어 조금 돌아 도로를 따라 오르면
수월하게 노고단 정상까지 오를수 있다. 자동차로도 접근 가능하니 대수는 아닐테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노고단쯤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노고단에 오르니 산아래 구름호수는 아직 그대로다....
호수의 깊이는 그대로인데 넓이는 두배정도 넓어진 느낌이 들고....
아름다움에 웅장함이 더 해진 느낌이다.
산우님들이 이 광경에 심취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느라 정신이 없다.
아쉬움을 떨쳐 버리고 발길을 돌려 피아골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한라산님께서 조금아래 조망 좋은 전망대가 있다고 귀뜸을 해주신다.
귀가 얇은터라 호기심이 더 해져 주저없이 전망대로 발길을 옮긴다....
200 여미터를 내려 왔다고 생각 되어질 즈음.....
사람들이 몰려있는 목재데크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전망대인가 보다.
전망대로 성큼 다가서 올라서니....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너도나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어 셔터를 눌러 대느라 정신이 없다.
그중 한라산님이 한사람 한사람 위치와 전망 좋은 곳들 택해 지정해주고
정성스레 전문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작품을 담아 내신다.
늘 그렇게 정성스레 산우님들의 모습을 담아 카페를 화려하게 장식하신다.
구름호수가 한층 가까워졌다. 팔을 길게 뻗으면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햇살을 받아 광채를 띤 호수가 반짝이 조명을 받아 현란한 물결을 일으키고
요동을 치며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한참을 그자리에 망부석처럼 굳은채 그 광경을 응시하며 깊이 빠져 들어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름도 흐르고... 모양도 생김새도 다양한 연출을 해가며 그림을 바꿔 그린다.
정말 여기가 하늘나라 인듯 싶다. 보이는 것 모두가 눈아래이고 발끝 밑에 있으니....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것이 구름위에 얹혀 있으니 말이다..
구름속에 뾰족히 솟은 산봉우리에는 은하수를 건너는 쪽배가 있어야만 다가설수 있을 것이다...
물롯 돗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필요없을 터이다.
하늘 나라 쪽배는 자기가 알아서 갈길을 찾아갈 터이니 말이다.
화가의 붓끝에 물감이 떨어져 가는지...
영원히 찬란할 것만 같았던 작품, 은빛 호수도 차즘 빛이 바래지더니 수증기가 되어 하늘을 오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수가 작아진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피아골로 향하려는데.....
낮익은 여인네들이 다가 온다.
가까이 다가오고 나서야 우리 성동신협 산우님들임을 알아 채렸다.
그런데 이 분들은 나처럼 조망을 감상하려 온것이 아니란다.
다만 피아골로 가는길을 잘못들어 이쪽으로 내려오는 중이라고.......
하마터면 우리가 지나왔던 노고단대피소로 다시 내려갈뻔 하지 않았는가...
나는 이 여인네들을 정중히 모시고 다시 노고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피아골로 향하는 길몫으로 앞세우고 나는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나는 오늘 하루 참 좋은 일을 했다는 안도감보다는 위기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 분들 내가 아니었더라면 아예 반대편으로 내려갔을것 아닌가....
남의일 같지 않아 가슴을 쓸어 내렸다.
누구나에게 있을수 있는 실수, 나 또한 예외가 될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고단에서 피아골 삼거리 까지 이어지는 돼지령 등산로는 비교적 평탄하고
그다지 험하지도 않다.
비교적 다닐만한 보통의 등산로와 유사하다.
돼지령 능선이 편해서일까.. 고개를 들어 시선을 멀리하고 걷다보면
지리산 산세가 참으로 묵직하고 웅장함을 실감한다.
능선이 사방으로 하늘향해 뻗어 있어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쪽끝은 서울에 닿아있고 또 한쪽의 끝은 제주에 닿아있을 듯 싶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내내 단풍다운 단풍을 만나지 못했다.
지난주 설악산을 갔을때도 단풍이 이미 시들어 보지 못했거늘....
이번주 지리산은 단풍이 절정일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품고 왔건만
어찌 벌써 단풍이 시들어 말라 비틀어진채 박쥐가 되어
앙상한 나뭇가지에 의탁해 초라한 겨울잠을 준비하는 것일까....
< 노고단 정상에는 단풍이 이미 시들어 말라 비틀어져 겨울잠을 준비하는 박쥐가 되어 애처롭게 매달려 있습니다.>
단풍이 없다해도 지리산이 을긋불긋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등산복으로 온산을 물들인 인파가
단풍을 대신해서 온 산을 을긋불긋하게 수놓으니 말이다.
이 또한 볼만하지않은가..
한참을 내려오다 운좋게 억새밭을 만났다.
가을햇살을 받아 황금빛 억새밭이 눈부시다.
억새밭 한가운데 몸을 내어 맡기고 두어시간쯤 포근한 억새에 묻혀
깊에 잠들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누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면서도 눈길을 떼지 못해 한참씩 뒤를 돌아보곤 했다.
< 지리산 능선에 이렇게 아름다운 억새밭이 있을줄 몰랐습니다..>
드디어 피아골 삼거리가 나타났다.
이미 먼저 도착한 산우님들의 점심 잔치가 한창이다.
우리 일행들 또한 그 옆자리 한켠에 자리를 폈다.
그리고는 늘 그래왔듯 만찬을 펼친다.
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처음 오신 평택소녀가 범상치않은 메뉴를 꺼내 놓으신다.
연잎밥...아기호박밥... 나는 보도 듣지도 않았던 생소한 메뉴다.
수원소녀의 배낭에서는 보쌈.. 메밀전병...
암튼 별식이라고 할만한 메뉴들이 즐비하다..
궁중 수랏간의 대장금이라야 겨우 만들어 낼 만한 고귀한 음식을 산꼭대기에서도
먹을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터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최후의 만찬을 먹고있는 느낌이란다...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대접받는 초호화 음식이라는 뜻일까...
듣기에 따라서 조금 섬뜩하기는 하지만....
아뭏든 쉽사리 먹을수 없는 소중한 음식들이라는 의미 일게다.
< 보기드믄 연잎밥, 아기단호박밥이라고 합니다...>
< 최후의 만찬답게 점심상이 진수성찬입니다... 산악인들이 왜 이렇게 먹어대는지 솔직히 이해는 안갑니다..ㅋㅋ>
점심을 끝내고 피아골로 내려오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경사의 굴곡과 기복이 심하고 돌멩이로 형성된 너덜지대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잠시도 발끝에서 눈을 뗄수없는 너덜지대는 가도가도 끝이 없다.
너덜지대는 참으로 힘들고 피곤한 길이다.
발을 옮기기 전에 착지점을 확실하게 선정하고 조심스레 발끝에 힘을 주어 정확하게
착지를 해야 넘어지는 사고를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너덜지대 행보의 원칙이다.
둥근돌을 착지하는 것보다 모서리가 많은 돌을 착지 하는것이 안전하다.
착지하기전에는 돌이 구르거나 움직이지 않을만큼 견고한 돌을 반사신경으로
순식간에 찾아서 착지점을 선정하고 발걸음을 내딛는 고된 훈련이 계속된다.
이러한 너덜지대는 고도의 집중력과 끈질긴 인내력을 요구한다.
암튼 이런길을 한시간 이상 지속하다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머리도 허리도 고통을 감내 해내기가 쉽지않다.
중턱쯤 내려서니 단풍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누렇게 물들어간다.
아래로 차츰 내려올수록 그 색갈은 진해지고....
누런색에서 노란색으로..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붉은색에서 빨간 색으로 순차적으로 색갈을 덧칠해간다...
< 단풍이 금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조금더 내려가면 자두빛으로 물들겠지요...>
3부능선으로 내려서니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단풍도 제법 화려한 티를 물씬 풍긴다.
간혹 기생처럼 빼어난 색채를 자랑하며 자태를 뽐내는 단풍도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단풍이 숲을 이루거나 군락을 이루지는 않아 보인다.
조금을 더 걷다보니 단풍이 산세와 골짜기가 어우러져 단풍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피아골의 단풍을 한마디로 상징할 만큼 화려하다.
아마도 여기가 지리산의 십경중 하나라고 불리는 피아골 단풍인가 보다.
그 한가운데 신협 이사장님이 걸음을 멈추고 내가 다가서기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내가 갖고 있는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 미신다...
이래야만 성공나라의 산행일기에 등장할수 있을것 같아서란다...
가슴이 뭉클하고 콧등이 찡하게 시려올 만큼 감사하다.
흔쾌히 카메라를 들이 밀고 이사장님의 순수함을 사진을 담았다.
사실 이사장님 만큼 내 글에 정독하고 아껴주는 적극적인 팬도 드믈다...
언제나 꼼꼼히 읽어 주시고... 댓글또한 꼬박꼬박 달아 격려를 주신다...
늘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할수 있어 다행이다.
< 성동신협 이사장님.. 지리산 십경중 하나라고 불리는 피아골 단풍숲속에서 홀로 카메라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참을 더걸어 내려왔다.
앞서가던 한상무님이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든다...
갑자기 표정이 굳어진다... 뭔가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도 돌아오는건 대답대신 가벼운 미소다.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비추지만 근심스런 눈동자는 감추지 못한다.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먼저 든다.
마침내 조심스레 입을 열더니 사고가 난 듯....
아무래도 119를 불러야 겠단다...
헐~ 하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란다...
성동신협산악회 일행중에 몸이 조금 불편하신분이 종주산행에 욕심을 부리셨던 모양이다.
도중에서 아마도 체력이 고갈되어 탈진상태 인 듯 싶다..
불행중 다행이다. 함께있던 모두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몰아쉰다.
언제나 그러하듯 산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터득한다.
조그만 사고 소식을 접한 탓일까...
일행들이 말이 없다. 침묵한채 터벅거리는 발걸음만 소리가 요란하다.
그렇게 침묵하면서 계곡 끝까지 내려섰다. 참으로 길고 긴 피아골 여행이었다.
이제부터는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동반산행을 하는 계곡이 이어진다.
피아골이 이렇게 길고 깊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
과연 그러니 지리산 아니던가... 산이 산다워하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지리산은 지리산 다웠고, 피아골은 피아골 다웠다.
그러니 6.25전쟁이 끝나고 미처 북으로 퇴각하지 못한 북한군들이 지리산으로 숨어들었고
피아골, 뱀사골을 근거지로 하여 빨치산부대를 조직하고 공비짓을 해가며 마지막까지
국군에 저항했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은 교통의 현대화로 피아골 깊은 골짜기도 비교적 접근이 쉽지만....
당시에는 피아골 이 깊은 골짜기에 은신처를 마련했다면 쉽게 찾아 낼수 없었을 터이다.
아니 한겨울에는 미처 발길조차 닿지 않았을게다...
문득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쯤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내 생각대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마도 피아골 대피소쯤 되지 않았을까...
국군이 접근하지 못할 골짜기의 끝이면서....
뱀사골이나 통신골 같이 다른 골짜기에 은신해있는 조직들과 교류하려면
노고단이나 정상 근처에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아뭏든 지리산은 어느 골짜기에 숨어 들어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갑자기 생뚱맞은 질문이 두뇌를 두들긴다.
왜 이 아름다운 골짜기를 "피아골"이라고 부를까...
6.25사변, 여수반란사건...등
크고 작은 이념 전쟁이 발발할때 마다 한없이 피를 흘린 골짜기...?
아니면 전쟁때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골짜기...?
이런 그럴듯한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해답은 전혀 아니올시다...
어릴적 농사일을 돕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논에 나간적이 여러번이다.
아버지는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에 논에 들어가서 "피"라는 잡초를 뽑아 내셨다.
그 "피"라는 잡초는 벼와 똑같이 생겨서 어릴적에는 구분을 못한다.
이삭이 피어나고 나서야 구분이 가능하다.
이삭이 수수를 닮은것 같기도 하고, 조를 닮은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수분이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력이 강인한 "피"는
산등성. 골짜기를 가리지 않고 자란다.
아마도 논농사가 어려운 골짜기에서는 이것이 주식이었나 보다.
그래서 이 골짜기가 피밭이 많았다고 해서 "피아골"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듣고 나서 절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설프게 짧은 지식으로 멋대로 재단하려 했던 것이 마냥 부끄러워서다.
골짜기를 빠져나와 계곡으로 들어서니 단풍이 장관이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마지막 태양의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시다.
노란색은 더욱 노랗고... 붉은색은 더욱 붉고.. 빨간색은 아주 새빨갛다..
어느색상이고 원색에 가깝다.
오늘 하루종일 단풍이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여기서 이런 횡재를 하더니.. 바라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정도이다.
이런 단풍 비단길이 계곡을 내려오는 내내 단풍터널을 만들어 준다.
단풍터널을 빠져나오면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건너면 또 단풍터널....
그리고 수정보다 열배나 더 맑은 계곡 물줄기...
관악산이나 북한산... 그리고 지난주 다녀왔던 설악산조차.
가뭄에 시달려 물한방울 구경을 못했는데...
어찌 이 지리산 계곡은 이다지도 수량이 풍부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만큼 산의 규모가 장엄하고 웅장하여 잠수량이 크기 때문일게다.
< 갈수기에도 지리산 계곡의 물은 마르지 않나 봅니다... 수량이 참 풍부해 보입니다. >
고된 산행을 끝내고 버스에 오르니 피로가 몰려든다....
잠시 눈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버스는 벌써 평택을 지척에 남겨두고 있다.
길고 긴 여정이 다시금 아쉽다. 참으로 오랫동안 기억에서 머물것이다....
피아골 현란한 단풍 물결....
쏜살같이 달아날 가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피아골로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여기서는 피아골의 단풍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라고 나무란다면
오늘의 기억만이라도 내가슴 깊은곳, 아무도 찾아내지 못할 아주 은밀한곳에
오랫동안 숨겨 놓으리라...
달아나는 가을을 놓지고 싶지않은 내 마음을 헤아려 이 깊은 골짜기까지
데려다 주신 성동신협산악회 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저를 반겨주시고, 오늘 함께 해주신 모든 산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꾸~벅 ^^
2014.10.29.
성공나라.
☞ 자료사진입니다....
< 성동신협산악회 4대의 버스가 자랑 스럽습니다..>
<눈에 두건까지 두르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수원소녀... 근데 밤새 농성하다가 잠든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 그러고 보니 한상무님 초딩 동창생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들었네요.. 혹시 지난밤 동창회..? >
< 그 뒤에 럭셔리님은 아주 생생한 모습 보기 좋아요 오랫만에 뵈니 참 이쁘네요...>
< 노고단을 향해 오르는 버스에 내다본 전망... 조금씩 구름위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 성삼재 휴게소에서 내려다본 조망입니다...>
< 차안에서 잠에 정신없이 잠들었던 한상무님 동창생들... 귀엽기만 하네요.. 수원소녀,평택소녀 >
< 노고단을 향해 올라가는데 벌써 단풍이 말라 박쥐가 되려 하네요..>
< 마침내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 해맑은 수원소녀, 평택소녀가 노고단 대피소앞에서 인증샸~ >
< 아... 이분들은 내 고향 선내님들 일행입니다..>
< 이분 누군지 멋있어 보입니다..>
< 탁트이는 조망을 앞에 두고 카톡에 열심이시네요... 아직도 초딩 마음인가 봅니다...>
< 아침노을님.. 셀카봉으로 셀카사진만 찍네요 그러니 자기얼굴만 크게 나온 사진들이 많덜구요...>
< 선녀님들이 구름위로 날아 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드디어 선녀들이 구름위로 날아올라 떠다니십니다...>
< 노고단 전망대에서 초딩동창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
< 지리산 노고단에도 많은 인파가 인산인해 입니다.>
< 힘들고 피곤한길... 너덜지대의 시작입니다.>
< 지리산은 산세가 참 웅장합니다 그 능선의 긑이 어딜지...>
< 아.. 선배님 일행들이 여기서 점심을 드시네요 >
< 조금 내려오니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 하산길도 인산힌해 ... 정체까지 생깁니다.>
< 출렁다리 한가운데 포즈를 잡고 계시는 평택소녀님 >
< 고향선배님도 여기서 단풍을 즐기고 계시네요 >
< 다정한 모습 보기좋아요... 평택소녀, 수원소녀>
< 한상무님이 하산길 도중에서 근심스런 전화를 받고 계십니다.>
< 너덜지대를 오래걷다보니 갈증때문에 물이 다 떨어졌는데...한상무님 혼자 다 마셔버리네요 ...애처로운 수원소녀>
< 평택소녀가 꺼낸 물통도 빈 물통이 었습니다...>
< 물은 마시지 못했지만 즐겁습니다. 천진난만한 수원소녀 >
< 여기서 또 만났습니다 이사장님...>
< 지리산 10경중의 하나인 피아골계곡의 단풍입니다..>
< 한송이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
♣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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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성공나라님이십니다,,,,,
그날의 하루를 다,,,느낄수 있는 글을 올려 주셨습니다,,,,
처음부터~끝까지... 즐겁게
그날의 산행을 정독하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멋져부러요`~~~
오래토록`~건강한..즐건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영원한 팬 멋남님을 잊지않을겁니다..ㅋㅋ
휴우!! 이소리가 한숨입니까? ,힘이들어숨을몰아쉬는겁니까? 아니올씨다 그때그날을 회상하며 눈도깜빡이지않고 끝까지
내려다보니 끝까지 ..감사드림니다라서 아쉬움의 추억이끝나서 나오는 소리랍니다
우리신협의 산행과 위상을 한층 업데이트 해주셔서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생각중입니다 ㅎㅎㅎㅎ 다음산행에 필히오셔야합니다
이사장님 감사합니다 다음산행에 필히 가겠습니다.
늘 제글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그날의 일들이 새벽부터 늦게까지 하나하나 다 얘기해 주시니 저또한 그날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늦껴지내요.
첨에 뵙고 점심때 뵙고~~하산해서 식당앞으로 지나가시는거 뵙고~~ㅋㅋ
그래두 사진은 세개 있네요.
그나마 큰사고가 아닌게 천만 다행이구요. 임원진들과 신협 직원들은 얼마나 가슴 조리며 기다렸을지~~모두 고생많으셨구요.
성공나라님 후기 즐감하고 많은걸 늦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늘 제글을 읽어주셔서.. 근데 사진이 세개밖에 없음을 다행으르 여기셔야 합니다.
더 담고 싶어도 행보가 너무 빨라서.. 그동안 체력이 좋아지신거 같습니다.
담부터 후미 그룹 끼어다니셔면 용서 안할겁니다...ㅋㅋ
@성공나라 ㅎㅎ야심한 새벽에 안주무시고 모하셔요.~~ㅎㅎ
역시 나라님 후기는 짱이네요~~
존꿈꾸셔요~~^^*
오수휴게소와 노고단대피소 앞에서만 잠깐 뵙구 이
이었네요 
나라님의 펜은 여전하구여

글게요.. 이미 소심남님은 동질의 그룹이 아닙니다.
어찌 후미그룹 시절을 생각하십니까..
나도 소심남님처럼 선두 그룹을 달릴 날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울 성공나라님 덕분에 카페가 풍성해집니다
언제나 그렇치만 울 성공나라작가님의 글 솜씨 넘 멋지고 재미납니다
직업을 작가를 하셔아될듯 한번 도전해보시지요
이제 어여쁜 수원소녀도 함께하니 수원서 외로워마시고 꼭 함께하셔야 됩니다
그리고 다음엔 순대국 꼭 먹으로 가요
멋진글 감사합니다
성공나라님~~~오늘이시간되서야 산행후기봅니다~~다시한번 성공나라님글로~ 산행을되돌아보니 새록새록추억이되어 떠오르네요~~멋진글!예쁜사진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