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정경 / 기덕문(宇德)
장(場)에 가신 아버지는 호롱불 찾아오시고
식구들은 등불 들고 아버지 마중 나간다
손주들은 호롱불 아래서 옹기종기 책을 읽고 학교숙제를 하느라 호롱불 앞에 엎드렸다
할머니 성화에 호롱불 아래서 심청전을 읽어드리면 숨을 죽이고 고비고비 한숨을 내쉰다
큰방에서는 호롱불 켜고 달그닥달그닥 베 짜는 소리
한 올 흐트러지면 눈물이
두 올 흐트러지면 한숨이 며늘아기의 눈가가 허물어진다
사랑방에서 장정들이 호롱불 하나 켜놓고
새끼를 꼬고
짚신을 삼고
소쿠리를 만들고
간간이 신소리에 웃음이 터진다
아버지는 어까리에 담아서 감나무 위에 올려놓은 눈발 날린 홍시를 내려온다
이가 시리도록 차갑고 달콤한 홍시맛
아, 고향의 맛
호롱불정경
op.63(2019.1)
100. 어떤 기도 /기덕문(宇德)
못난 나그네
도포 입고 삿갓 쓰고
두 손 모아 빌고 있네
임이시어
임이시어
응답을 주옵소서
길을 인도하여주옵소서
몸매한 나그네
길을 잃었나이다
역사를 바로잡아주옵소서
그리고
부디부디 눈물을 거두어 주옵소서
매화꽃처럼
해마다
다시 피어나옵소서
비옵나이다
비옵나이다
op.76(2019.3)
*기황후는 행주 기씨 7세(世)로 자오(子敖)의 5남 3녀 중 막내딸이다.
기황후는 고려 출신으로 중국 원나라(大元帝國) 혜종 (순제)의 황후가 되어(1340) 30여 년간 권력을 장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아들인 황태자가 북원의 소종(昭宗)으로 즉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