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던 자전거 그립이 그 뼈대가 들어날 만큼 많이 닳았더군요. 교체하려고 보니 문득,
생활차로 시작해서 이제는 산악차로 완전히 변신에 성공한 이 자전거의 변신사를 기록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7년 5월31일 사진
04년식 아메리칸이글 모델 AE4300 KAGO 초기 원형에 에르곤그립을 달고, 쳐지는 핸들바 가방을
단디 걸기 위해 바엔드를 가운데 몰아 낀 상태로, 남아 있는 사진중 원형에 제일 가까운 형태입니다.
앞뒤샥 모두 고급 기능이 전혀 없는 스프링 막샥의 상태로 05년 4월에 15만원에 구입해서 약 2년간
속초는 물론 신월산과 수리산등 경기도 일대 야산들 임도 그리고 핸들바백에 짐받이 패니어 붙이고
강원도 오대산과 방태산 일대에서 십여일간 나홀로 캠핑까지 즐겼던
정말 뭣도 모르고 잘도 쏴돌아 다녔던 왕초짜 최막강 생활차였습니다.
08년 5월14일 사진
06년 10월에 홍제동으로 이사온 이후 산을 조금씩 타게 되면서 생활차 부품들이 빨리 소모되고
돌길등에서 진동충격등이 심해서 앞샥을 락샥 듀크, 리어샥을 폭스플롯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투입한 가격대비 체감성능을 제일 크게 받았던 기억이 있군요.
이때만 해도 강북쪽 난지수변과 방화수변쪽은 자전거 길이 없었고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오지의 강가였습니다. 유일한 접근로인 가양대교에서도 한참을 돌아와야 하는 곳,
지금은 가양대교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있군요^^;
성산대교쪽에서 걷기는 많이 먼거리, 자전거로는 다닐만 했지만 강변 돌길과 골창, 둔덕들에
우거진 수풀밭을 헤집고 다녀야해서, 일반 자전거들은 접근하기 많이 어려웠던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이곳 느티나무골에서 수영복 차림에 선탠을 즐겨도 사람보기가 어려웠었는데
상암쪽에 있던 난지캠핑장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쉽게 갈수 있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09년10월3일 사진, 이때는 앞에 락샥 시드 뒤에 락샥바가 붙어 있군요.
리어샥인 폭스플롯이 허용된 최대 공압을 넣어도 너무 물러서 뒤가 푹푹 가라 앉아서 급경사 오르기가
잘 안되는등 여러모로 불편해서, 조금 단단하고 리바운드 조절이 가능한 락샥 바 모델로 교체하고
듀얼에어 방식인 락샥 시드의 여러 성능이나 작동특성등을 파악하던 때입니다.
이때는 시내 다닐 일들이 많아서 핸들바 양쪽 아래로 사이드 미러가 달려있군요.
직전만 해도 여전히 림브레이크에 생활차 타이어를 썼었는데, 이 생활차 타이어는 좀 무겁다 뿐이지
일반 라이딩에서는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른 것을 써보지 못했으니 마사토 깔린 바위길, 산길에서는 그냥 당연히 미끄럽다고 생각만 했었을
뿐인데, 고급형인 노비닉 타이어로 바꾸고 보니, 전체적인 무게가 1kg이나 가벼워진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간 미끄러워 잘 못다니던 산길들 상당수를 그냥 타고 오르내리게 되더군요.
만만치 않았던 경량화와 타이어 폭과 트래드의 차이였습니다. ^^;
10년12월30일 사진
이때는 앞에 F1RST 샥, 뒤에 락샥 모나크를 달고 샥들의 특성을 파악하던 때입니다.
10년초부터 동네산이 정비되며 계단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계단을 좀더 편하게 다닐수
있을듯한 고급형 샥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1년간에 걸쳐 F1RST 샥과 08년 SID와 11년식 락샥
레바 3개를 구입하여 사용해보니 셋 모두 이전에 쓰던 락샥듀크와는 그 성능이 확연히 다르더군요.
F1RST 샥은 기존 사용하던 락샥 듀크대비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하달까? 부드러움의 정도를
조절 할 수 있는 컴프레션 기능을 처음 사용해 보면서, 100mm 스텐션 샥의 풍부한 완충이 좋았지만
시드나 레바 보다는 전체적으로 단단해서 포장도 주행쪽에 맞춘 에어샥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28mm 스텐션 튜브를 채용한 08년식 SID는 얇고 가볍고 작동이 매우 부드럽고 빠른대신, 스탠션이
얇아서 그런지 약간 낭창거리며 조금은 낮선 쫀득한 느낌, F1RST샥 보다는 한수 위인듯 했습니다.
락샥 레바는 샥작동 느낌은 시드와 비슷했지만 32mm 스텐션튜브를 사용하여 낭창거리지 않고
든든한 느낌이랄까요? 대신 1400g 시드 대비 1750g으로 조금 무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드와 레바는 듀얼에어방식이라 제 취향에 맞도록 세팅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듀크포함 모두 4개의 샥을 각각 한달씩 사용해보니, 체력의 한계를 맛보는 극기와 으시시한 바위나
급경사를 빠르게 내려타는 스릴 보다는, 오롯한 산길을 천천히 다니며 산자체를 여유롭게 즐기는
제취향에는 락샥 레바가 제일 적절하였고
리어샥인 락샥 모나크도 구입할때 약간의 사연이 있어 A/S 왔다갔다 하느라 몇달씩 공백이 생기며
애를 먹였지만 그사이 사용해본 폭스플롯이나 락샥바, 락샥 아리오등 다른 리어샥들에 비해
그 반응특성이 좋고 제 라이딩 취향에 잘 맞아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뒤샥을 고급형으로 바꾸고 동네산에 부썩 많아진 계단들을 내려타는 연습을 하면서
이전에는 너무 부드러워 전혀 안먹히던 호핑등 약간의 기본 테크닉도 조금씩 되기 시작하더군요.
11년 2월 4일 사진
동네산외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 장거리 라이딩, 한강변 라이딩과 수색산, 수리산, 신월산과 아마존
정도의 초급 코스들이라 할지라도 5년을 넘게 다닌 프레임, 아무래도 누적피로가 제법 있을 것이라
오래전, 부품 사용을 위해 사놓고 보관만 해왔던 같은 카고 모델의 프레임으로 교체한 모습입니다.
앞샥을 100mm로 세팅하고 뒷휠은 여전히 림브레이크를 사용하던 때인데, 이때부터 산악라이딩
테크닉에 관심을 갖고 짬될때 마다 조금씩 계단타기와 큰 턱 타내리기를 홀로 연습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산악자전거 테크닉에 관하여서는 따로 나온 교재나 자료들이 거의 없어서 완전 요령부득~
그저 자전거만 혹사시키고 힘은 힘대로 드는 하나마나 마구 들이대기식의 엉망진창 비효율.. *.*
해서, 인터넷을 두루 검색하여보니 마침 산악 테크닉을 전문적으로 가르키는 곳이 있더군요.
한동안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며 등록하고 배울 기회를 봤으나, 당시 제가 일하는 시간이 워낙
불규칙 하여서 그 교육일정에 맞추기가 참 어렵더군요.
그렇다고 따로 시간잡아 고가의 출장 개인지도 까지 받아가며 여가생활을 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차피 여가수단인 것이니 시행착오 자체도 하나의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며, 나름의
경험칙으로 교육에 임하는 초급자들의 마음과 행동 형태를 알고 이해 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
건강상의 문제로 몇년 쉬었던, 수년전에 업으로 하였던 수영, 스키, 보드 등 레포츠 교재들을
기획하고 출간했던 전력을 살려서, 동호회 차원의 MTB 기본기 교육방법과 나홀로 습득 방법론
들을 체계적으로 정돈해보기 위해서, 나홀로 느긋하게 익혀보기로 했습니다.
11년 11월 1일
뒷휠에 딸려 올라온 찡긴 나무가지에 림 브레이크 패드가 비틀리며 타이어 옆구리를 쓸어내 못쓰게
만든 경우가 발생 되어서, 뒤쪽 브레이크 어뎁터를 깍아 만들어 디스크브레이크로 교체한 상태입니다.
크랭크도 아직 교체하기 전이며 사진을 보니 16T 라쳇을 쓰는 뒷휠상태로군요
포장도나 임저정도의 비포장길에서의 일상적 사용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저단기어비에서 패달 유격이 그만큼 크다보니, 험로와 돌탱이와 바위턱등을 오르내릴때 등
일정 수준이상의 테크닉을 적시적소에 구사하기 위한 정밀 컨트롤을 요할때는 불편하더군요.
이런 것들은 기계적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겪어봐야 아는 내용이 될듯합니다. ^^;
이때부터 짬 될때 마다 스스로 촬영하며 스탠딩과 호핑등 산악자전거 기본 테크닉들을
하나 둘, 홀로 연습하고 촬영된 것을 보고 동작과 자세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며 교정하던 중,
아무래도 서툴다 보니, 무릎과 허벅지가 탑튜브에 쓸리거나 부딪기며 멍드는 경우가 제법 있어서,
탑튜브에 탄력 좋고 내구성 좋은 네오프레인 완충재를 2겹 두른 모습입니다.
어느정도 익숙해진 지금은 탑튜브에 무릎을 박거나 허벅지를 쓸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지만
외관상 그리 나쁘지도 않고 그런대로 편리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 8월17일 가장 최근의 사진
앞샥도 120mm 로 늘리고 크랭크도 경량형으로 교체하며 핸들바를 고각으로 바꾸었고
제 체형 대비 큰 프레임을 카바하기 위해 안장도 앞쪽으로 바싹 당긴 상태의 최근 모습입니다.
호핑과 턱 오르기등 테크닉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16T 라쳇을 쓰는 뒷휠의 패달 유격이
점차 거슬리기 시작해서 32T 라쳇을 쓰는 휠로 바꾼 상태입니다.
* 비비 위치가 올마보다 높아서 장애물 통과시는 좋지만 무게중심점이 높은 상대적 불리함.
* 프레임 해드부위가 생활차 답게 설계되어 있어서 해드부위에 힘이 많이 걸리는 낙차 있는
곳에서의 드롭이나 점핑과 낙차각이 큰 바위턱 다운 미션등을 삼가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고
* 체형 대비 휠베이스(앞뒤휠간 거리)가 넓어서 주행 안정성은 좋지만
앞뒤를 들거나 돌리는 형태의 고급 테크닉 구사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불리함
* 저단기어에서 강한 패달토크가 걸릴 경우, 차체가 "ㅅ" 자 형태로 꺽기며 안장이 치솟아
균형이 급격히 깨지는 싱글피봇의 단점을 그대로 간직한 불편한 산악차가 되었습니다만,
제게는 05년 5월에 강변 자전거도로를 달리던 생활차로 시작하여 7년넘게 전국 여러곳에서
여러 지기들과 멋진 추억들을 만들고 그간의 모든 소모품과 부속들을 스스로 바꾸고 정비하여
세부적 정비기술까지 익히게 해준 손때 묻은 산악차입니다.
마치 오랜세월 산전수전 공중전에 땅굴전, 잠수전까지 두루두루
여러 사연을 같이 한 오랜 지기겸 조강지처 같다 할까요?
물건을 사면 그 수명이 다할때 까지 사용하고, 새것 보다는 오래 사용해서 손에 익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손때 묻은 물건들, 나름으로는 전통있는 물건들을 좋아하며
산을 다녀서는 안된다 하는 정도도 아닌, 프레임 부러져서 죽을수 있다며
고물차로 감히 산에 오른다고 어쩌고 하며 뒷말 꽤나 많았던 생활차에 대해서,
기계구조나 재질에 대한 기초와 지식이 있는 전공 엔지니어 자격자의 오기
또한 자전거는 그 구조, 성능 가격여부에 상관없이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엔진이라는 나름의
생각과 오기가 발동하여 이렇게 오래 산악차 용도로 쓰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주의 : 제가 이렇게 생활차 프레임으로 오랫동안 산을 나돌아 다니다 보니 엉뚱하게도
생활차로 산을 타도 된다고 오인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생활차도 기본적인 주행 강성은 있는 것이라 산에 임하여 큰 충격이 없도록, 주어진
구조강성에 적절하게 다니면 된다는 정도인 것이지 일부러 권할만한 것은 아닙니다.
재질특성과 구조강성에 대한 기초와 이해가 있는 전공자로서 그를 적용하여 자전거를
탈만한 능력이 된다면 모르겠으되, 아무래도 산악차 대비 무겁고, 여러 형태의 강성이
떨어지며 기계적 구조상의 문제도 있어 산행에 여러모로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후기도 간편한 똑딱이 사진으로 더 간편하게 하는 판인데, 그러다 보니 문장력도 많이
떨어지고 머리도 많이 둔해지는것 같아서 오랜만에 많이 끄적여 봤습니다. ^^;
첫댓글 부디.. 예나보다는 길게~~
허걱 예나는 14년 반을 살았는데... 이 잔차로 앞으로 7년반을 더요? 4년만 더 쓸랍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