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사박사박
여유가 있던 마음까지 모두 빼앗아갈 것 같던 비로봉 바람과 마주한 뒤, 비로소 국망봉이 일출의 설경을 보여줬다.
그때까지만해도 산에 오는 이유를 찾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고치령 1키쯤 남은 지점에서 국화님은 저 멀리 먼저 걸어가고 배미정님 뒤에서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다.
소곤소곤
사박사박,
낙엽을 밟고 오르는 소리가 온 산을 적막에 이르게 한다.
이 작은 소리가 겨울의 집을 만들어가던 황량한 숲을 잠재울 수 있단 말인가?.
치열하게 경쟁하게 만든 하루의 구조를, 복잡한 나라의 정치적 환멸을, 그리고 너와 나 사이의 갈등까지 멀리 밀어낼 수 있단 말인가?.
몇 걸음 더 걸어가도 나는 이 기분잡혀 있는 순간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향연을 정리한 플라톤은 로고스를 정리해 의미를 취하고 싶었다면, 나는 답답해진 내밀한 세계를 벗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샤르트르의 無도 결국 대상을 느끼는 대자적 관점을 사유하고 얻어낸 자유가 아닌가?.
이 빠져있는 순간을 오래 연장하고 싶은 마음도 욕심일 수도 있다.
미래의 공간을 서두르거나 체념하는 것이 아닌
소곤소곤, 사박사박, 함께 걸어갈 것이다.
*사진은 란선님이 찍어주셨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 묘비명과 같던 바람과 맞서 '향연'을 즐긴
소백산에서 같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헌사를 바칠 충분한 매력의 소백 절경이
혼탁한 세상을 견디어 낼 쉼이 되니
정말 다행입니 다.
자유의 갈래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오직 개인이 느끼는 강도가 다르겠지...
하지만 이 묘비명의 주인은 몰라도 소백산이 주는 자유는 저에게도 깊은 공감이 있습니다
산의 감각적인 변화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란선님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산행의 재미중 하나가
세상만사 내려 놓고
떠나는것도 있을 것입니다.
사그락 거리는 소리 또한
흥겨웠겠죠.
매섭게 추웠던 어제
수고했습니다
세상만사 내려 놓고 떠나는 기분을 안다는 것도 행복 중 하나이겠지요
말그대로 산벗인 좋은 칭구,
늘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거친 자연이 선사하는(?) 시련을 보듬기도 어려운데 수준 높은 철학적 사유까지 곁들여 걷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느낌입니다.
무쏘 님 호탕한 웃음소리가 소백산 자락에 짙게 묻어 있을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실 이번 산행이 토요일이었고, 나라가 너무나 혼란스러워 어찌할까 망설이다 대간길을 따라나섰습니다
역시나 걷고 걸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세상사도, 멀리서 일어나는 카오스적인 혼란스러움도,
내가 그것을 품고서 내 욕망의 기준에 맞추는 버릇에서 시작된 고약함 같았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답댓글을 올립니다
아름다운 밤 되십시요
반갑습니다. 무쏘꿈님!
산에서 잠시 말을 섞었고,
식사 자리에서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서
왜 닉네임이 무쏘꿈인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ㅎㅎ
필체 하나 하나에 동서고금을 막라한 인문학과 철학의 심오한
논리가 묻어나니, 범부로서 도무지 이해가 쉽지않으니,
앞으로 무쏘꿈님과 말이라도 섞어볼라면,
늘그막에 다시 젊은 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철학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ㅎㅎ
이번 낙동-산행을 통해서, 님을 알게 되어 즐거웠고,
앞으로 산에서 자주 뵐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산사랑제이님 함께 산에서 만나 넘 반가웠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렇게 꼭 아는척을 한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시요
참 좋은 분들과 오랫동안 산행할 생각하니 설레임이 있습니다
비로봉 초소 잘 기억해두겠습니다~ㅋ
고맙습니다
아이고, 무쏘꿈님! 제가 진짜 몰라서요.
인문학과 철학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되어,
요즘 틈나는대로, 공부 좀 하고 싶어서요.
학창 시절에 좀 소홀히 했었지요. ㅎㅎ
많이 도와 주십시요.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표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