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20. 승가의 조건 ③ 칠불쇠퇴법
포살·갈마 부재 부작용 승가가 절감할 것
불법·율 기준 결정, 청정할 때 불교 중흥
지난 2회에 걸쳐 승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결계와 화합갈마의 실행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해 언급했다. 결계는 화합승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며, 화합승이란 갈마의 여법한 실행을 통해서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율장의 입장이다. 결국 승가가 승가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은 포살을 비롯한 갈마의 올바른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승가에서 갈마를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승가란 말은 산스끄리뜨어 상가(sagha)라는 말의 음사어로 원래 모임이나 집단을 의미하는 보통명사였다. 특정한 권력자가 지배하는 일 없이 질서를 가지고 합의제로 운영되는 상공업자의 조합이나 공화제의 부족국가 등의 공동체를 부르는 일반적인 말이 불교교단에 도입되어 사용된 것인데, 이 말이 담고 있는 특징 역시 그대로 이어받은 불교승가는 특수한 지배권을 가진 권력자에 의해 운영되지 않고 모든 일을 대중들의 합의로 결정하고 운영해 가는 방법을 지향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 자신조차 승가를 이끌고 있다거나, 승가가 자신에게 의존해 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따라서 후계자를 지명하는 일도 없었다.
부처님 당시 16대국 가운데 하나였던 왓지국(Vajj)사람들은 공화정치를 펼치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한데, 초기『대반열반경』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이들이 실천하고 있던 7가지 행동을 매우 칭찬하시며, 불교의 출가자들 역시 이 행동을 본받음으로써 영원히 쇠퇴하지 않고 번영할 것이라고 가르치셨다고 한다. 보통 칠불쇠퇴법(七不衰退法)이라 불리는 것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출가자들이 종종 회의를 열고, 회의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한, 둘째, 출가자들이 화합해서 집합하고, 화합해서 행동하며, 화합해서 승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한, 셋째, 출가자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정하지 않고 이미 정해진 것을 마음대로 깨지 않으며, 이미 정해진 대로 올바르게 계율을 지키고 실천하는 한,
넷째, 출가자들이 경험풍부하고 법랍이 높은 장로들, 승가를 이끌어가는 자를 공경하고 대접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다섯째, 출가자들이 윤회를 불러일으킬 갈애에 지배되지 않는 한, 여섯째, 출가자들이 숲속의 주처에서 머무는 것을 바라는 한, 일곱째, 출가자들이 각자 ‘아직 오지 않은 선한 도반들이 오기를, 또 이미 온 선한 도반들은 쾌적하게 보내기를’ 이라고 마음을 내는 한, 승가는 쇠퇴하는 일 없이 영원히 번영할 것이다.
이 칠불쇠퇴법의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승가는 특정한 권력자가 자신의 방침에 따라 마음대로 운영해가는 공동체가 아니다. 모든 대중들이 필요할 때마다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부처님께서 남기신 법과 율을 기준으로, 또 경험이 풍부한 장로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내린 올바른 결정에 따라 화합해서 함께 행동하며, 출가자로서의 스스로의 청정, 그리고 도반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생활해 가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공동체이다.
필자는 동일한 경계 안의 모든 스님들의 출석과 올바른 회의 형식을 거친 만장일치에 의한 진행, 법과 율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훌륭한 장로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정을 중요시하는 갈마법이야말로 출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존엄시하면서도, 엄격한 기준 하에 불교승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승가의 운영방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불교승가가 율장에 비추어 볼 때 승가라고 볼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물음에 정작 답변을 주어야 할 사람은 필자가 아닌, 승가 안에서 직접 생활해 온 스님들일 것이다. 포살을 비롯한 갈마의 부재가 초래해 온 부작용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당사자들이 더 절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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