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5. 수요일
어제 농활팀을 방문해준 채원이의 언니를 곡성 터미널에서 배웅하고 10시쯤 센터에 도착했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난로부터 켜고 내일이 마지막 만남인 영어 동기부여 수업을 준비했다.
선생님께 따뜻한 차를 타드리고 수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노트북을 켰다.
벌써 다음 주로 다가온 수료식에서 발표할 수료사를 쓰려고 했지만,
한 달 동안 시골사회사업을 맛보면서 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글로 담으려 하니 쉽지 않았다.
<시조의 창으로 엿보는 한국사>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11시가 넘어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시조의 창으로 엿보는 한국사’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담양으로 견학 갈 준비를 시작했다.
우준이와 우성이, 영준, 재욱이까지 아침 일찍부터 센터에 와있었기 때문에 출발을 제때 할 수 있었다. 박경희 선생님의 도움으로 센터의 자랑 ‘웃땅이’를 타고 12시쯤 첫 번째 여정인 옥과로 향했다.
차로 20분쯤 달렸을까. 옥과에 도착해 이명희 선생님과 신규호 선생님을 만났다.
이명희 선생님의 남편이신 신규호 선생님께서는 귀농하셔서 현재는 옥과에서 연 재배를 하고 계신다. 시조로 한국사를 가르쳐주셨던 이명희 선생님뿐만 아니라 신규호 선생님께서도 우리나라 역사와 문학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계신분이신데, 우리 친구들의 뜻 깊은 견학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셨다.
12시 30분, 조선중기 옥과의 현감으로 있었던 하서 김인후 선생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한 마을에 도착했다. 하서 김인후는 인종의 배움을 담당하던 충신으로, 인종이 억울하게 단명하자 그길로 세상일을 모두 내려두고 옥과로 낙향하여 글 짓는 일에 몰두 했던 인물이다.
그의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있진 않았지만 그가 머물던 마을에 들러 서원의 터를 둘러보며 김인후 선생의 생애와 시조에 대해 설명 듣자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옥과를 뒤로하고 다음 여정인 담양으로 가는 길에 점심을 먹기 위해 창평을 들렀다.
그곳에는 때마침 5일장이 열려 있었다. 장 구경을 하며 엿도 사고 그곳에서 제일 유명한 국밥집에 들러 맛있는 머리국밥도 먹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차를 타고 30분쯤 달렸더니 2시 30분쯤 아직도 송순의 숨결이 흐르고 있는 면앙정에 도착했다. 면앙정에서는 송순의 생애에 대해 듣고, 수업 중에 공부했던 ‘십년을 경영하여’라는 시조를 읊었다. 전에 배웠던 시조이지만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 직접 면앙정에 올라 청풍에 몸을 맡겨 뒤로는 숲을 앞으로는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조가 절로 나올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시조를 다시 음미해보고 정자를 면앙정을 내려왔다.
다음으로 송강정을 들렀다. 송강정은 당파싸움으로 벼슬에서 물러난 정철이 유배생활 후 창평으로 낙향하여 기존의 죽록정이라는 정자를 고쳐 세운 정자이다. 정철은 이곳에서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사미인곡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주변에 고속도로가 새로 나고 인간의 손으로 강산이 깎이고 다듬어졌지만, 정철이 지은 훈민가를 읊어보고 당시 정철이 어떤 마음으로 정자에 올랐을지 상상해보니 당시의 정경이 그려지는 듯 했다.
4시가 넘어 마지막으로 들른 식영정 역시 정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정철이 성산 일대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며 성산별곡을 지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정철이 지은 정자는 아니다. 식영정은 서하당 김성원이 자신의 스승이자 장인인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로, ‘그림자도 쉬고 가는 정자’라는 뜻이 가지고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식영정 바로 옆에 위치한 가사문학관 둘러보았다. 그곳에서 시조에 대해 쉽고도 자세히 설명해주는 영상를 관람하고, 여러 문인들이 자랑스러운 우리의 가사문학을 서예와 그림으로 남긴 작품을 감상했다.
‘시조의 창으로 엿보는 한국사’의 마지막 수업으로 여태까지 배웠던 시조들과 관련된 유적지 견학을 간 것은 행운이었다. 물론 우준이와 우성이의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워낙 뛰어나 센터 내에서 이루어진 수업에도 집중을 잘 했었지만, 시조와 관련된 역사적 명소를 가봄으로써 공부한 내용을 한 번 더 되새겨보고 조선 문인들의 흔적을 직접 찾아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으로는 산 속에 있는 정자를 둘러보는 견학이라는 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텐데, 신규호 선생님의 흥미로운 설명 덕분인지 평소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조와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난 뒤, 그와 관련된 장소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껴보니 설명이 귀에 더욱 쏙쏙 들어오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 겨울방학 배움터 이후에도 이렇게 견학을 가는 프로그램이 또다시 만들어진다면 견학을 가기 전 사전답사나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5시 30분쯤 센터로 돌아와 옥과,담양에서의 시조 기행이 있는 동안 센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저녁 쉐어링을 하고 8시에 귀가했다.
첫댓글 이제야 글 보네요.
예지 선생님 수고많으셨어요.
멋진 기행문 읽으며 역쉬!! 감탄을 했어요.
웃음만땅 친구들 잊지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