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요일, 외씨버선길 11코스 '마루금길'을 걸으러 간다
오늘도 지난 구간 때 처럼 오후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현지의 날씨는 다행히 전혀 비가 올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1월 초 외씨버선길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지금까지 경상북도 청송, 양양, 봉화 지역을 잇는 10개 코스(연결길 포함 12개 구간)를 걸어왔고,
6월의 마지막 주말인 오늘 드디어 경상북도를 벗어나 강원특별자치도 영월 땅에 들어서게 된다
강원도 영월의 외씨버선길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탐방코스 : 상운사~늦은목이~선달산~회암봉전 안부~회암봉~회암령~어래산~곱돌령~954고지~곰봉삼거리~곡골삼거리~김삿갓문학관
11코스 마루금길 시작점인 상운사까지는 길이 좁아 대형 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 지난 구간에서 걸었던 생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상운사까지 2.7km 접속구간은 현지 주민을 섭외하여 트럭을 타고 이동한다
두 번째 트럭을 타고 시작점에 도착하니 9시 56분, 오늘도 맨 후미로 '마루금길'을 시작한다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작은 계곡이 있으나 그동안 가물었는지 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숲길 초입에 옅은 하늘색의 산수국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요즘 여기저기서 수국 축제를 하는 곳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화려하고 풍성하게 피는 수국보다는 그늘지고 습한 곳에 옹기종기 단아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산수국이 좋다
앙증맞은 숲 속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짙어져 가는 녹음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사실 생달마을 ~ 늦은목이 구간은 백두대간을 걸을 때 접속구간으로 두 차례나 걸었던 길인데도 모두 추운 겨울에 올라서인지 계절을 달리하여 여름에 걸으니 처음 걷는 것처럼 낯설고 생소하다
이 꽃이 '까치'와 무슨 관계가 있어 '까치수염'이라 부를까?
명칭의 유래를 검색해 보니 '큰 까치수염'이란 명칭에서 '까치'란 말의 어원은 '본래의 것이 아닌 비슷한 것'을 의미하며 조류인 '까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염과 닮은 꽃?' 그렇게 생각하니 잘 다듬은 '콧수염'을 닮은 것도 같다.ㅎ
이런 길은 이른 아침이나 비 온 뒤 끝에 걸으면 더 분위기 있겠다
출발점인 상운사에서 늦은목이까지 올라서는 숲길은 유순하고 완만하여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돌계단도 이렇게 정감 있게 다가올 수 있구나~
상운사 ~ 늦은목이 1.1km 구간을 이것저것 참견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약 20여 분만에 '늦은목이'에 올라섰다
'늦은목이'는 우리처럼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백두대간 주능선상의 봉우리인 갈곶산과 선달산을 잇는 안부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으나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과 봉화군 물야면의 경계에 위치하면서, 과거에는 봉화군에서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가기 위한 길목에 위치한 중요한 고갯마루였다
대간산행을 할 때는 '늦은목이~남대리'와 '늦은목이~생달마을' 구간을 접속구간으로 오르내렸는데 늦은목이→남대리 방향은 하산길로, 생달마을→늦은목이 방향은 등산길로 이용하였었다
소백산~마구령~갈곶산을 지나온 백두대간 마루금은 늦은목이에서 선달산을 지나 박달령~옥석산~도래기재로 이어진다
늦은목이의 '늦은'은 '느슨하다'는 뜻이며, '목이'는 노루목이나 허리목 같이 '고개'를 뜻하는 말로 '느슨한 고개' 또는 '낮은 고개'라는 의미라 한다
근처에 '늦은목이 옹달샘'이 있는데 이번 탐방길에서는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이 옹달샘은 내성천의 발원지로서 봉화군과 영주시, 예천군을 지나 문경시 영순면 달리지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늦은목이에서 옛 추억에 잠겨 잠시 머물다 다시 선달산 방향으로 올라선다
늦은목이(786m)에서 선달산(1,236m)까지는 1.8km 거리로 고도 편차 450m를 올라서야 하는 오늘 탐방길에서는 가장 긴 오름길이다
늦은목이에서 선달산까지 1.8km의 중간지점을 지난다
오늘은 울창한 숲 사이로 만개한 싸리꽃이 자주 눈에 띈다
싸리꽃 군락 사이로 분위기 있게 이어지는 선달산 오름길
뭐니 뭐니 해도 오늘 탐방길에서의 볼거리 '갑'은 (가는 잎) 그늘사초 군락이다
어릴 때 산에 가면 잎을 묶어 놓아 걸려 넘어지게 하며 장난을 치던 풀인데 숲 속에 넓게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는 사초가 숲길을 유난히 차분하고 분위기 있게 만들어 준다
수많은 나리 종류 중에서 줄기에 잎이 동그랗게 돌려나는 나리를 '말나리'라고 하는데 말나리 중에서도 꽃이 하늘을 보고 핀다 하여 '하늘말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외씨버선길은 이 지점에서 좌측 길로 들어서지만 30여 미터 전방에 있는 선달산 정상에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어 직진하여 정상으로 향한다
선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과거에는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었는데 1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새 정상 주변에 잡목이 우거져 답답한 가운데 정상석만 덩그러니 서 있다
선달산 정상에서 5km 거리에 지난번 코스에서 다녀왔던 박달령이 있다
선달산 ~어래산
선달산~어래산 구간은 평균고도 1,100m의 마루금길로 이루어져 있다.
선달산(1,236m)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능선 길이 펼쳐지고 1,136 삼각고지를 지나 회암령을 거쳐 어래산(1,064m)으로 이어지며, 거리는 약 6km로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예상된다.
이 구간에서는 숲을 뒤덮고 있는 부드러운 '가는 잎 그늘사초'와 고사리과 식물인 '개면마' , '우산나물' 군락을 만나면서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구간을 걷다가 내려갈 수 있는 길은 선달산을 지나 약 3.7km 정도에 있는 회암령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거리는 2.2km 정도 소요시간 40분 정도면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 경로당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정상에서 40여 분을 쉬고 되돌아와 다시 외씨버선길을 이어간다
선달산에서 외씨버선길로 들어서자마자 탐방로 주변을 뒤덮고 있는 부드러운 녹색의 사초 군락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런 건 사진으로 남겨둬야 해~.^^
혹시 어릴 때 기억을 살려 뒤에 오는 사람 넘어지게 사초 잎을 묶어 놓고 계시나요?^^
나는 '이런 길은 하루 종일 걸어도 좋겠다'며 또 입방정을 떨었다.ㅠ
회암봉을 넘어서면 길고 긴 마의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일행들은 아름다운 숲을 즐기느라 시간과 체력을 너무 많이 허비해 버렸다.^^
사실 산행을 할 때는 이 식물을 단순히 '관중'으로만 생각했었다
양치식물은 비슷한 종류가 하도 많아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다시 검색해 보니 잎이 줄기 밑에서부터 나는 '관중'이 아니라
이름도 생소한 양치식물 고사리목 면마과 야산고비속에 속하는 '개면마'가 맞겠다(확실치는 않음)
'개면마'는 관중의 다른 말인 '면마'에 접두사 '개'가 붙여진 이름인데 면마, 즉 관중과 비슷하다는 의미의 고사리과 식물이란다
'관중'은 고사리목 관중과 관중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가는 잎 그늘사초 군락을 지나니 '개면마' 군락이 기다리고 있다
군데군데 둥글래 군락도 눈에 띈다
오늘 탐방로변에서 이따금 얼굴을 보여준 '기린초'의 꽃말은 '소녀의 사랑' '기다림'이란다
선달산~회암봉 전 안부까지의 구간은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지만 많이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선달산 정상에서 출발한 지 약 50분 만에 회암봉 前 안부를 지난다
첫댓글 저도 선달산을 두번이나 겨울에만 올라봐서 그런지
여름 선달산은 낯설었답니다^^*
15년 넘은 풍경에 세월의 무상함도 느꼈구요
산은 한 번 보다는 두 번, 두 번 보다는 세 번 가보는게 볼거리 얘깃거리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대간을 할 때는 백두대간 능선상의 한 봉우리 정도로만 생각하고 인증사진 한 장 남기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다시 가 보니 거기에 추억이 더해지네요.^^
우와 사진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걸어도 좋겠다던 강바우님 말씀에 선뜻 대답 못 하던 순간만 해도 참 좋았는데.....그 다음은.....ㅎㅎ
그러게요
그래서 함부로 입방정을 떨면 안되는 건데...ㅎㅎ
예상했던 것보다 오르내림이 많고 코스가 길어 좀 힘들었지만, 볼거리도 많고 아직 때 묻지 않은 울창한 숲길이 매력적인 구간이었네요.^^
배낭 하나도 버거운 날이었는데 풍광 담아 전해주시느라 아주 많이 힘드셨을것 같아요.덕분에 많은 추억을 봅니다.
저는 그냥 멍 때리며 걸을 때가 심심하고 더 힘들답니다.
근데 이번에는 말미에 카메라가 무겁게 느껴지더만요.ㅎ
많은 사진 고맙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 사진들을 볼때
많이 고마워하면서
그리워하겠죠 🧏
감사합니다
나중에 좋은 추억거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곳을 지나면서도 보는 눈은 모두 다른가 봅니다.
이처럼 멋진 사진과 스토리가 있는 길인데, 그걸 느껴보지도 못하고 낑낑대기만 했으니.....
수고하셨고, 사진도 잘 보고 갑니다..
제가 본 걸 못 보신게 아니라 저 처럼 사진으로 남겨 놓지 않으셨으니 그새 잊혀진 거겠지요.ㅎ
저도 남들이 올려 놓은 사진들을 보면서 제 사진에 없는 걸 보면 '이런데가 있었나?'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