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실린 [한국 청소년의 우울 증상과 부모 자녀 관계]에 따르면 우울한 청소년은 부모-자녀관계에서 친밀감과 존경이 낮은 특징이 있다. 이 논문을 발표한 김동연 등(2015)은 부모와의 친밀감이 낮고, 부모가 엄격하거나 비일관적이고, 처벌을 자주 하거나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청소년의 우울 증상이 심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중요한 관계적 특성을 보여준다. 청소년의 우울 증상이 개인의 취약함뿐만 아니라 부모의 양육 방식도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안이 높고 통제 경향이 강한 부모와 우울하고 무기력한 아이들이 상담센터에 많이 찾아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상담실에서 확인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자녀가 불행해질까 봐 미리 안타까워하며, 걱정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이든 다해서 부모가 바라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문제 원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으며, 찾은 원인에 따라 부모가 직접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야말로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그런데도 현실의 아이는 동기가 없고 무기력하며 마치 사고가 멈춰버린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상담도 부모의 이런 태도로부터 시작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은 자신이 제공할 수 없는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만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담실에 오는 아이 중 대다수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고, 현재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곤 초기 상담만 하고 다시 오지 않는다.
2013년 한국 상담학회의 상담학 연구에 실린 김유리, 김희정의 [부모의 심리적 통제와 청소년 자녀의 정서적 단절의 관계]를 보면 부모의 심리적 통제, 자녀의 정서적 단절, 부정적․긍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이 있었다. 특히 부모의 심리적 통제가 높을수록 자녀는 통제에서 회피하기 위해 정서를 단절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녀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완벽주의적 태도 때문에 자신을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지만, 오히려 이 욕구가 커질수록 정서적 단절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고 하였다.
심리적 통제는 부모가 자녀의 정서적 및 심리적 욕구에 반응하지 않고, 자녀의 독립적인 표현 및 자율성을 억압하여 정서적 및 심리적 발달을 침해하는 양육 행동을 말한다(김도아, 최은실, 2019). 심리적 통제는 부모가 특정한 행동에 대해서만 반응하게 하여, 부모의 기대나 요구에만 따르게 한다. 이러한 태도가 오랫동안 반복되면 자녀는 자기의 생각, 감정, 행동을 부모의 요구에 맞춰 적응시켜 버린다. 이에 따라 자녀가 부모에게 순응하게 하여,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기-결정적 기능 발달을 방해하게 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부모가 어떤 형식이든 자녀를 통제하게 되면 자녀는 스스로 자기 결정적 행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상담센터에 방문한 불안한 부모와 자녀는 서로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서적 교류가 일어나는 경우가 적었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기의 불안을 자녀에게 전가하기 시작하면 자녀는 부모에게 동조하거나 반항하는 방법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녀는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려 한다. 또한 독립하여 스스로 자기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중 대부분은 독립보다는 의존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부모가 있어도 혹은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건강한 부모의 역할과 심리적 통제의 간격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가 자기 객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는 자기의 걱정 범위와 수준이 적절한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노력과 방식이 적합한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필요하다. 물론 개선을 위한 노력의 주체가 자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모도 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는 매우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말과 행동에도 빨간펜의 흔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내 아이 회복을 위해 가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
아름다운 변화가 시작되는 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
김도아, 최은실, 2019 부모의 심리적 통제 개정판(PCDS) 타당화 연구 발달지원연구, vol.8, no.2, pp. 15-37 (23 pages)
김동영, 박기정, 김효원, 2015, 한국 청소년의 우울증상과 부모자녀관계, J Korean Acad Child Adolesc Psychiatry 26(2):120-128
김유리, 김희정 2013 부모의 심리적 통제와 청소년 자녀의 정서적 단절의 관계, 상담학연구, vol.14, no.5, 통권 77호 pp. 3041-3064 (24 p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