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의 기후 회의가 끝났다. 이제 우리가 뛸 때다.
지난주,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이 40개국 정상을 초청하여 진행한 기후정상회의가 끝났다. 미국이 10년 내 절반, 참가국들은 대체로 기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는 말 뿐, 구체적인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감축 목표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권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4.4%(2017년 배출량 대비)로, 유엔에서 반려된 바 있다. 2050 탄소중립 전략 및 화석 연료에 대한 공적 지원 중단 선언에 역행하는 신규 석탄발전소와 신공항 건설 계획 또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감축 목표도 부재하지만, 방법론도 문제적이다. ‘뉴딜’에 기존의 산업정책과 디지털을 끼얹어 버린, 녹색’성장’ 모델에 기반한 한국형 뉴딜 정책은 불평등, 일자리, 돌봄 등의 문제를 결코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그 정책에는 소수자, 여성, 청소년, 청년, 풀뿌리,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결여되어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문제는 또한 어떠한가. ‘탄소중립’을 외치는 한국은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미래를 위해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많은 연구결과와 국제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운동가 시예 바스티다가 이번 정상회의 말미에 지적했듯이, ‘지구촌 문제는 세계 권력자들이 식민주의, 억압, 자본주의, 시장지향적인 세뇌된 해법의 해로운 시스템을 고수한 결과’임이 선명히 드러난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세계기후정상회의에 대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서명의 제목은 ‘헛소리 집어치워 End The Bullshit’이다. 말로만 감축목표를 내세우면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실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하며, 세계 정상들에게 공허한 약속과 공허한 회의를 집어치우라고 요구한 것이다. 대신에, 기후정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전방위적인 연대를 선언했다.
영국이 2035년까지 78%(2030년까지 68%)라는 감축목표를 내세우기까지의 과정을 주목해보자. ‘멸종저항’ 소속 활동가들은 런던 시내 주요 도로와 다리, 건물 등을 점거하고 체포를 불사하는 격렬한 직접 행동을 펼쳤으며, 트라팔가 광장에 ‘우리의 미래’라고 적힌 관을 실은 영구차를 등장시켰다. 결국 영국 의회는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등떠밀려 마지못해 감축 기준치를 높여온 세계 정상들은 자기들끼리의 회의 석상에서 자랑스럽게 목표치를 내세우며 뽐내고 있지만, 실상 변화를 만드는 힘은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연대다.
정상회의 직후, 한국의 청소년 기후행동은 청와대 청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감축 목표 2017년 배출량(7억톤) 대비 70% 상향, 인도네시아 자와 그리고 베트남 붕앙 석탄발전 투자 중단, 2030년 석탄발전 폐지를 외치고 있다. 청년, 풀뿌리 조직도 나섰다. 한국의 환경단체, 풀뿌리,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하여 시민참여를 조직해왔고, 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서울지역 또한 각 기초, 광역단위가 참여하는 서울 기후위기 비상행동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정당 영역에서도 기후정의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4월 22일, 기후정의위원회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개최한 한편, 정의당, 미래당, 한국환경회의와 함께 기후위기대응 공동선언을 통해 정부에 정의로운 녹색전환 실현을 촉구했다.
지금 ‘그들’과 ‘우리’의 정치에 선명한 구분선이 그어지고 있다. 더욱 더 강력하게 전환을 만들 우리의 정치가 더 더 확대되어야 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왜곡되고 제한된 조건 속에서 지금 ‘우리 녹색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치열하게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행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달 서울에서 P4G 정상회의가, 11월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다. 여기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몇 퍼센트를 상향할지 그들의 입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목표와 계획을 정하고 힘을 모아 그들에게 강제하는 일이다. 터져나오는 기후운동의 요구들을 증폭시키고, 배제된 목소리를 살피며, 실제로 사회와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구체적 정책들을 제시하는 일이다. 풀뿌리에서, 시민사회에서, 운동 한가운데에서 시민들을 만나 정치적 과제를 토론하고 ‘우리’의 전망과 목소리를 퍼뜨리는 일이다. 세계 정상들과 기업들의 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한계선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기후 정의 실현에 나선 시민들과 함께 우리의 정치적 소임을 다하자.
2021. 4. 26.
서울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