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빈녀음(貧女吟)
가난한 여인의 노래
기시핍용색豈是乏容色
공침복공직工鍼復工織
소소장한문少少長寒門
양매불상식良媒不相識
한대한아색不帶寒餓色
진일당창직盡日當窓織
유유부모련唯有父母憐
사린하회식四隣何會識
야구직미휴夜久織未休
알알명한기戞戞鳴寒機
기중일필련機中一匹練
종작하수의綜作何誰衣
수파금전도手把金剪刀
야한십지직夜寒十指直
위인작가의爲人作嫁衣
년년환독숙年年還獨宿
허난설헌<許蘭雪軒>
인물도 남에 비해 빠지지 않고
바늘 솜씨 길쌈 솜씨도 좋건마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자란 까닭에
좋은 중매 자리도 나타나지 않네.
춥고 굶주려도 겉으로는 내색도 않고
하루 종일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오직 내 부모만 가엾다 생각할 뿐.
어떤 이웃이 이내 속을 알아주리오.
밤이 깊어도 짜는 손 멈추지 않고
짤깍짤깍 바디 소리 차가운 울림은
베틀에 짜여가는 이 한 필 비단은
필경 어느 색시의 옷이 되려나.
가위로 싹둑싹둑 옷 자르노라면
추운 밤에 열 손가락 꼿꼿해 지네.
남을 위해 시집가는 갈옷 지어주건만
이내 몸은 해마다 혼자 산다오.
이 시(詩)는 허난설헌(許蘭雪軒)의 대표작(代表作) 빈녀음(貧女吟) 측기식(仄起식) 오언절구(五言絶句) 사수(四首)다. 시(詩) 행간(行間)으로 따지면 16행(行) 오언율시(五言律詩) 2수(首) 지만 압운(押韻) 운통(韻統)으로 보면 오언절구(五言絶句) 사수(四首)로 보아야 맞는 것 같다. 첫 번째 시(詩) 압운(押韻)은 직(織)은 입성운통(入聲韻統) 직운족(職韻族)이고, 문(門)은 상평성(上平聲) 원운통(元韻統)이다. 두 번째 시(詩) 압운(押韻)은 직(織), 식(識)은 입성(入聲) 직운통(職韻統)이다. 세 번째 시(詩) 압운(押韻)은 기(機)는 상평성(上平聲) 미통(微統) 운족(韻族)이고, 의(衣)는 거성(去聲) 미통(未統) 운족(韻族)이다. 네 번째 오언절구(五言絶句) 압운(押韻)은 직(直)은 입성(入聲) 직통(職統) 운족(韻族)이고, 숙(宿)은 입성(入聲) 옥통(屋統) 운족(韻族)이다. 시성(詩聖)이란 두보(杜甫) 오언율시(五言律詩)를 보면 철저하게 한 운통(韻統) 운족(韻族)으로 만 작시(作詩)를 했다. 우리나라 조선 선비들은 압운(押韻) 운통(韻統)은 사성(四聲) 106운(韻) 중에서 여러 운통자(韻統字)로 작시(作詩)를 했다는 것이 중국과는 다른 점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그런지 근래 한국도 한시(漢詩) 백일장(白日場)에서는 평성(平聲) 30운(韻) 중에서 한 운통(韻統) 운족(韻族)으로만 근체시(近體詩)라 해서 작시(作詩)토록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는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로 알려져 있다.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재능이 있어도 남녀(男女) 불평등(不平等) 제약(制約) 때문에 여인으로 태어난 것이, 한(恨)으로 남아 빈녀음(貧女吟)을 자신의 불행한 현실을 빙자한 시작(詩作)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시속에는 조선(朝鮮)의 여인(女人)들의 한(恨)이 서린 작품이다.
허난설헌(許蘭雪軒)은 조선 중기 최초 여성 시인(詩人)으로 알려졌다. 본관은 양천이고 호(號)는 난설헌(蘭雪軒). 별호 경번(景樊). 본명 초희(楚姬)다. 명종 18년(1563년) 강원도 강릉(江陵)에서 출생하였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許筠)의 누나이다. 문장가 가문에서 태어나서 오빠 동생의 어깨너머로 글을 배웠다고 한다. 이달(李達)에게 시(詩)를 배워 8세 때 이미 시(詩)를 지었으며 천재적(天才的)인 시재(詩才)를 발휘하였다. 1577년(선조 10) 15세 때 김성립(金誠立)과 결혼하였으나 고부갈등(姑婦葛藤)으로 고독한 삶을 살면서 슬픔을 달랬으나 연이어 딸과 아들을 모두 잃고 오빠 허봉(許篈)이 귀양을 가는 등 불행(不幸)한 자신의 처지를 시작(詩作)으로 달래어 섬세한 필치와 독특한 감상을 노래했으며, 애상적(哀想的) 시풍(詩風)의 특유(特有)한 시세계(詩世界)를 이룩하였다. 허난설헌(許蘭雪軒)이 27세로 단명(短命) 요절(夭折)하자. 동생 허균이 작품 일부를 명나라 시인(詩人) 주지번(朱之蕃)에게 주어 중국에서 시집(詩集) 난설헌집(蘭雪軒集)이 간행(刊行)되어 격찬(激讚)을 받았고 1711년 분다이야 지로(文台屋次郞)에 의해 일본(日本)에서도 간행, 애송(愛誦)되었다. 선조 22년(1589년) 유고집(遺稿集)에 난설헌집(蘭雪軒集)이 있다. 작품으로는 시에 유선사(遊仙詞), 빈녀음(貧女吟), 곡자(哭子), 망선요(望仙謠), 동선요(洞仙謠), 견흥(遣興) 등 총(總) 142수(首)가 있고, 가사(歌辭)에 원부사(怨婦辭), 봉선화가(鳳仙花歌) 등이 있다.
결혼하여 자식을 모두 잃고 쓴 곡자(哭子)를 보면 정말 애절하다. 지난해는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까지 잃었네. 슬프디, 슬픈 광릉 땅에 두 무덤이 나란히 마주 보고 서 있구나, 사시나무 가지에는 쓸쓸히 바람불고 솔숲에선 도깨비불 반짝이는데, 지전을 날리며 너의 혼을 부르고 네 무덤 앞에다 술잔을 붓는다. 너희 남매의 가여운 혼은 밤마다 서로 따르며 놀고 있을 테지, 비록 뱃속 아이가 있다지만 어찌 제대로 자라기를 바라랴, 하염없이 슬픈 노래를 부르며 피, 눈물 슬픈 울음을 속으로 삼킨다.<去年喪愛女 今年喪愛子 哀哀廣陵土 雙墳相對起 蕭蕭白楊風 鬼火明松楸 紙錢招汝魄 玄酒尊汝丘 應知弟兄魂 夜夜相追遊 縱有腹中孩 安可冀長成 浪吟黃臺詞 血泣悲呑聲> 곡자(哭子)는 오언율시(五言律詩)도 아니고 오언율배시(五言排律詩)도 아니다. 오언율시(五言律詩)는 팔행(八行)이고, 오언율배시(五言排律詩)는 12행(行)인데 곡자(哭子) 14행(行) 시(詩)다. 두 행간이 더 있어서 운통(韻統)을 맞추어 보지 않았다. 예로부터 자식이 부모 앞에 가면 부모는 마음에 자식을 묻는다고 했다. 피, 눈물을 속으로 삼킨다는 종구(終句)가 정말 애잔하다. 행복한 결혼 생활도 아닌 데다가 두 남매 자식까지 잃고 자식 무덤 앞에 선 한 여인으로서 슬픔이 고스란히 시어(詩語)속에 전해온다. 추한(秋恨) 시도 구구절절(句句節節)이 한(恨)이 서린 시다. 붉은 깁창 저, 넘어 밤 등불 붉은데 비단 이부자리에서 잠 깨고 보니 옆자리가 비었구나! 서리 기운 차가운 새장에는 앵무새 울고 뜰에 가득한 서풍에 잎이 지는구나.<絳紗遙隔夜燈紅 夢覺羅衾一半空 霜冷玉籠鸚鵡語 滿階梧葉落西風>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시(平起式詩)다. 압운(押韻)은 홍(紅) 공(空)은 상평성(上平聲) 동통(東統) 운족(韻族)이고, 오(梧)는 상평성(上平聲) 우통(虞統) 운족(韻族)이다. 이 시도 두 운통(韻統)으로 작시(作詩)했다. 함께 누워 있어야 할 옆, 자리에 낭군이 없는 잠자리를 홀로 자고 있는 외로움을 읊고 있다.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詩)는 삶이 그래서 그런지 애잔한 시가 많다. 오늘은 불행하게 살다간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詩) 세계를 반추해 보았다. 여여법당 화옹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