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천역에서> -맑음 전숙- 효천역에서 기차를 기다립니다 기차는 제 시간에 올 것입니다 하여도 떠나버린 사랑은 기다릴 곳이 없습니다 추적거리는 늦가을 비 저리도록 스산합니다 계절이 흘러간 단풍들 설핏 젖어듭니다 효천에서 나주 지나 목포까지 사랑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는 역마다 제 주인의 몸에서 잊혀진 낙엽이 흩날립니다 기억에서 떠나온 낙엽 온통 헤쳐진 뜨락에 애처로이 보듬고 그 영혼 가련하게 되살려가며 그리움 한 장, 회한 한 장 미움 한 장, 사랑 한 장 추억의 지우개로 지워갑니다 다 지워내면 영원이라 믿고 소담스럽게 키웠던 그 사랑봉오리 가슴에 봉인하렵니다 그대 생각에 열에 떠서 날 밤 새던 사랑 예쁘게 보이려고 가슴 뛰며 화장하던 사랑 만날 날 기다리며 손꼽았던 사랑 보름달처럼 벅차오르던 그 사랑이 이제는 나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벤치 위로 날아 내리는 낙엽 차마 아쉬워 연민으로 안아보니 젖은 머리카락만 가닥가닥 망연합니다 효천역에서 기차를 기다립니다 늦가을 고추바람에 하늘로 오르는 노오란 은행잎 따라 단풍 같던 내 사랑도 날아오릅니다 기차는 저 혼자 갈 길을 떠납니다 나는 기차도 보내고 사랑도 떠나보냈습니다 비인 가슴에 낙엽이 되어버린 사랑을 붙잡는 것은 흘러가버린 강물처럼 덧없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매우 좋은 시!! 항상 청명한 시어와 맑은 시인님의 맘을 존경합니다...
첫댓글 매우 좋은 시!! 항상 청명한 시어와 맑은 시인님의 맘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