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 : 晝 眠 (주면/ 낮잠)
古人常秉燭 (고인상병촉) 옛 사람 촛불밝혀 힘을 썼는데
今我晝還眠 (금아주환면) 나는 지금 낮잠을 자고 있나니
但恐有知者 (단공유지자) 다만 이를 아는 사람 두려우나
非關無事然 (비관무사연) 상관치 않고 일 없는 듯 여기네
文章妨大道 (문장방대도) 글 짓는 것은 큰 도리에 방해요
杯酒謝情緣 (배주사정연) 술잔은 정든 인연 감사한다네
養得九分懶 (양득구분나) 그저 적당히 게으르게 살면서
悠悠從逝年 (유유종서년) 세월가는 대로 유유히 지내네
<어 휘>
* 秉 燭 : 촛불을 밝힘
* 還 眠 : 잠에 빠지다.
* 九分懶 : 주로 게을리 지냄
(지은 이)
박제가 (朴濟家, 1750~1805), 字는 차수(次修) 號는 초정(楚亭) 혹은 정유(貞蕤), 본관은 밀양이다.
소년 시절부터 시서화에 이름을 떨치고, 당대의 여러 실학자들과 교유하였다.
청나라 연경(燕京)에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외국 문물에 대한 안목을 키웠고, 청나라의 여러 학자
들과 교유(交遊)를나누었다. 임금 정조의 신임을 받아 검서관(檢書官)으로 활약하면서, 여러 서책
들을 교정, 간행하기도 하였다.
1794년에는 춘당대(春塘臺)에서 시행한 무과(武科)를 보아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만년(晩年)에는
사돈의 천주학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아, 함경도 종성(鐘城)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났으나
병을 얻어 별세하였다.
선생의 글씨는 예서풍(隸書風)을 띠었으며, 후대의 서풍(書風)에도 영향을 남길 정도로 높은 품격을
보여주었고, 간결한 필치와 맑고 엷은 채색으로 그려내는 문인화풍(文人畵風)의 산수와 인물화에는
생동감이 넘친다는 평을 받는다. 공의 저서로는 북학의(北學議), 정유집(貞蕤集), 정유시고(貞蕤詩稿)
등이 있다.
위에 소개한 선생의 시는 5언 율시이며, 眠然緣年을 운자로 하여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생활을 묘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