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우깡엔 스페인 와인을…” 소믈리에가 즐기는 와인의 기술
바네사 프라이스, “과자도 길거리 음식도 훌륭한 와인 조력자”
“와인이 어려운 건 경계도 정답도 없기 때문”
“인위적 양조 배제해야 좋은 와인”
전태훤 선임기자
입력 2023.05.26 06:26
가끔 소주 안주로 햄버거를 올린다. 주말 반주의 짝으로, 때론 늦은 밤 취기를 달래는 마지막 N차의 술자리 안주로. 어쩌다 지인들에게 이 둘의 ‘생경한’ 조합을 추천도 한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손사래고, 으레 핀잔이 돌아오기도 한다. 일반적인 소주 안주의 테두리를 벗어난 낯선 경험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일 테다.
얼마 전 와인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바네사 프라이스가 쓴 ‘빅맥 & 버건디’란 책이 눈에 들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와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와인이라는 슬로우푸드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라니. ‘소주+햄버거’와 비슷한 결의 ‘안주 부조화’를 두둔하는 공감에서 비롯된 반가움 같은 것이랄까.
내로라하는 소믈리에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할 저자의 낯선 배경도 관심을 끌었다. 켄터키주 시골 촌구석 금주(禁酒)의 집안에서 성경책을 끼고 살며 술이라고는 입 근처에도 대보지 않았던 그는 손꼽히는 와인 전문가가 됐고, 그가 쓴 ‘빅맥 & 버건디’로는 아마존 와인 부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들었다.
이름도 어렵고 맛을 가늠하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와인, 어떻게 하면 격에 어울리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새우깡도 와인과 조화를 이룬다”고 하는 바네사 프라이스. 그가 보는 와인의 세계가 궁금했다.
바네사 프라이스(가운데) 소믈리에가 미국 NBC 아침방송 투데이쇼(Today Show)에 출연해 와인을 소개하며 잔을 채우고 있다. /바네사 프라이스 제공
시골 소녀에서 뉴욕 최고 소믈리에로
-술은 입에 대지도 못했는데 어쩌다가 와인의 세계로 들어섰나?
“미국 남부 시골 켄터키에서 태어나 자랐다. 대대로 음주를 엄격히 금기해 온 보수적인 집안이었다. 전형적인 ‘바이블 벨트(Bible belt∙미국 남부의 기독교 색채가 짙은 지역)’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술이라고는 입에 댈 일도 없었다. 고향에서 배우 지망생으로 활동하다가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켄터키 와이너리에서 접객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와인과 인연을 맺게 됐다.
본격적으로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대도시인 뉴욕으로 이사하면서 시작됐다. 뉴욕매거진이란 매체에 음식과 와인을 곁들이는 방법에 관해 글을 쓸 기회가 생겼다. 와인에 관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때만 해도 한 차례 기고로 끝날 줄 알았지 2년이나 끌고 가는 칼럼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이 결국 베스트셀러가 된 ‘빅맥 & 버건디’의 초고가 된 셈이다.”
균형, 조화, 그리고 순수
-좋은 와인이란?
“비싼 게 좋겠지만, 1만원짜리 와인도 좋은 와인이 될 수 있다. 가격이 곧 와인의 품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와인은 품질, 표현력, 균형, 개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우선 다양한 맛과 향이 복잡하고 흥미롭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또 산도와 당도, 타닌 등의 요소도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야 한다. 좋은 와인이라면 품종과 재배 지역의 독특한 개성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 외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좋은 와인은 언제나 인위적이지 않고 순수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거다.”
무한 조합…정해진 답은 없어
-와인 페어링에 도움이 될 꿀팁은?
“정답은 없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과 내가 원하는 와인을 함께 마시면 그거로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겠지만, 중요한 건 와인과 함께 식사를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느냐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음식의 조합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 자신에게 맞는 조합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의 향과 식감 등과 비슷한 결을 가진 와인을 조합하는 편이다. 예컨대 새콤한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엔 레몬 시트러스 와인을 마시거나, 지방질이 많은 소고기에는 과즙이 풍부한 적포도주와 조합하는 식이다. 품종도 많고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별로 생산 날짜별로 맛이 천차만별이라 어떤 조합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먹고 싶은 음식에 부담 없이 편하게 마실 와인만 있으면 좋은 페어링으로 충분하다.”
와인 전문가 바네사 프라이스 /청담숲
뜻밖의 조합, 경계를 허물다
-새우깡에 와인이 어울릴까?
“와인은 한국 음식과도 잘 조화된다. 여러 음식이 훌륭하게 와인과 어울리지만, 새우깡이 와인과 그리 잘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스페인 와인 알바리노와 찰떡 궁합인 걸 알았다. 이 둘을 함께 하면 감칠맛으로 시작돼 바삭한 식감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바다를 마시는 느낌이 든다.
내 고향이 켄터키주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프라이드 치킨과 샴페인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조합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가 많을 거다. 아마 천상의 조합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추천한다.”
와인에 대한 오해
-채식주의자를 위한 와인이 따로 있던데, 와인이 동물성이란 말인가?
“포도를 발효해서 만드는 와인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와인(vegan wine)’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하지만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인위적 개입이 전혀 없거나 최소화한 내추럴 와인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지만, 일반 와인을 정제할 때에는 와인 속 부유물이나 탁한 입자를 응집∙제거하기 위해 청징제(淸澄劑)를 넣는다. 청징제의 주재료가 젤라틴 등과 같이 대부분 동물성이다.
생각보다 많은 와인이 상업적 재배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런 와인에는 조작된 첨가물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 몸에 좋지 않다. 그래서 유기농 방식이나 생체역학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양조된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라벨에 인위적 이름이 붙은 와인은 인위적 첨가물이 들어가는 등 순수한 방식으로 제조되지 않았다는 표시로 볼 수도 있다.”
#인터뷰
전태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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