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는 지배 엘리트들과의 협력적인 관계 안에서 로마 제국을 통치하였다. 이것은 제국의 중앙에서 뿐 아니라 지방의 도시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팔레스티나의 경우 로마 제국은 헤로데 대왕과 같은 피보호자들과 동맹의 관계를 맺었다. 그래서 헤로데 가문은 로마의 승인 하에 통치할 수 있었고 로마의 이익을 증진시켰다.
로마 황제와 지배 엘리트들은 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군사적인 힘을 통하여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갔고 지배 계층이 아닌 계층, 즉 민중을 통제하였다. 전체 주민의 75퍼센트를 차지했던 일반 민중의 농업 생산물과 노동을 착취함으로써 지배 엘리트들은 사치스럽고 우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지배 엘리트들은 토지와 무역으로부터 부(wealth)를 축적하였고, 제국 전체의 시민 생활과 군대의 다양한 직책에 인력을 공급하였다.
사실 황제와 지배 엘리트들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였다. 권력의 보상이 엄청났기 때문에, 이 관계는 로마 황제에 대한 복종, 종속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막대한 권력과 부에 대한 경쟁, 긴장, 상호 의심으로 연결되기도 하였다.
지배 엘리트들이 그들의 권력, 지위, 부를 안전하게 지키고 증진시키면서 민중을 통제하였던 다양한 방식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적 직책이다. 지배 엘리트들은 모든 정치적인 직책을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통제하였다. 이 직책에는 다양한 시민적, 군사적 직위들이 포함된다. 그들은 전체 민중의 이익 보다는 지배 엘리트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정치적 직책을 활용하였고, 그것을 통하여 제국의 질서와 위계적 구조를 유지하였다.
둘째, 토지의 소유이다. 지배 엘리트들은 제국의 땅을 통제하였다. 그래서 토지는 그들의 경제적 부를 위한 근본 토대였다. 그들은 부의 축적을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통한 무역에도 참여하였다.
셋째, 값싼 노동력이다. 제국 안에서 노예, 일용 노동자, 기술자, 시골 농부들은 지배 엘리트들의 생활과 소비를 위한 재화를 생산하였다.
넷째, 세금이다. 다양한 형태의 세금을 통하여 생산된 부는 민중에게서 지배 엘리트들에게로 옮겨갔다.
다섯째, 군사력이다. 로마 제국의 강력한 군사력은 광범위한 영토를 차지하였을 뿐 아니라 제국의 지배와 통치 질서를 확대하였다. 이 군사력은 피지배 민족들의 굴종을 강요하였다. 로마 제국 군대의 소문난 유능함과 잔인함은 피지배 민족들의 반란을 단념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하였다.
여섯째, 후원자-피보호자의 관계(patron-client relation)이다. 로마 제국은 지배 엘리트 후원자와 종속적인 피보호자의 복잡한 체계로 이루어졌다.
지배 엘리트들은 이 후원자-피보호자의 관계를 통하여 그들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였다. 그들은 지배자의 지위를 강화하고 일반 민중의 순종과 복종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이 후원자-피보호자의 종속적 관계를 확대시켰다. 권력과 지위를 위한 지배 엘리트들의 경쟁은 시민 생활에서의 다양한 지도력의 행사 안에서 그들의 부와 영향력을 과시하도록 만들었다.
일곱째, 제국 종교이다. 로마는 제국의 영원한 지배를 위하여 신들에 의해 선택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신들에 대한 종교적 제사, 제물과 다양한 축제들은 로마 제국의 권력을 거행하였고, 제국의 위계적인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였다.
여덟째, 수사학(rhetoric)이다. 수사학은 설득의 기술이다. 로마 제국의 군대가 군사적인 수단을 통해 굴종을 강압했다면, 시민 생활 영역에서의 연설들과 역사, 철학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문서들은 일반 민중을 순종적이고 협조적이 되도록 설득하였다.
아홉째, 법률 체계이다. 로마 제국의 법률 체계는 지배 엘리트들의 이익을 위하여 편파적으로 운용되었다. 그것은 민중의 편파적인 불이익을 의미하였다. 법률 체계는 지배 엘리트들의 부와 지위를 보호하였다. 그래서 범죄에 대한 적절한 처벌 보다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를 보호하는데 사용되었다.
열째, 도시들이다. 로마 제국의 중심 도시들은 지배 엘리트들의 권력, 부, 지위를 과시하고 주변 지역에 대한 통제를 확대시키는데 활용되었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