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을 권장하는 칸타만토 / 민은숙
저 아기 씨앗이 착상하는 자궁의 주인은 누구일까
불꽃 튀는 말들이 허공에서 충돌하고 감성이 낯 붉힌 적 있었다
한때, 아기 수출이란 주홍글씨를 단 적 있었다
늘어난 티셔츠 목덜미에서 젖 떼지 못한 태그가 달랑거리는
폭풍이 이는 세계 최대 입양 시장 칸타만토 마켓
수평선은 지금 코드 블루가 떴다
바다는 빨리, 더 빨리 번진 마스카라에
종잡는 냄비 근성이 쌓은
뿔난 산
한글 이름표는 파도보다 높이 일렁이고
바위가 들이받아 해지는 욕망
잠깐 안아주다 만
유행이 띄우고 욕심이 어른,
싫증 달래다 놓친
칠만 제곱미터
산후우울증은 당첨, 산후조리는 러시안 룰렛이야
한 줄 햇빛 바람 한 점 그리다 버림받고
부유하던 먼바다
가나의 모서리 마을에 불시착한
패스트 패션 신생아는
더 많이 더 높게 더 멀리 더 빨리 개헤엄치고
바다가 가슴을 그러모았지만 속삭이는 입술이 떠오르지 않았다
발밑은 까마득하고 혓바늘 돋는
낮과 밤 터울이 사라진 어제와 오늘
내일은 꿈꾸기 싫어 잠 못 이루고
달싹이는 법을 까먹은 파도가
달빛에 복받쳐 한숨 토한
수면에 넌 부러졌다
검은 욕망이 점령한 아침
터진 옆구리에서 예정일 앞서 나온 올리브 각시 거북
어두운 첫 물음이 허파에서 흘러나왔다
플라스틱 미세 섬유가 널뛰는 뱃살
바람이 호루라기 불자
배영을 입꼬리로 올리는 깡패
무리는 세력을 살찌우고
부패한 옹알이에 막혀
갈고리에 끌려 나온 익숙한 한글,
낱말은 공감
아기는 쿨럭,
차오른 아가미를 접어 표정을 뱉는다
마네킹이 벗어준 원피스가
툭,
손가락에서 떨어졌다
‘제3회 문학뉴스 &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에 민은숙, 최서정 시인
‘제3회 문학뉴스 &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에 민은숙, 최서정 시인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각각 ‘저출산을 권장하는 칸타만토’ 외 2편, ‘점프 위블’ 외 2편이며 상금은 각 300만원 시 전문지 ‘시산맥’(대표 문정영)은 최근 심사회를 열어 ‘제3회 문학뉴스 &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 수상자로 민은숙, 최서정 시인을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기후환경문학상’은 기후와 환경 문제를 제기하고 지구를 지키는 일은 후손들을 위한 문인들의 의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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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위블* / 최서정
-프레세나 핑크 빙하
동상 입은 해와 달이 얼음물을 뚝뚝 흘려요
달력 속에 맺혔던 복숭아꽃
북극 한파에 눌린 채, 분홍분홍 아무리 피워 봐도
늦었어요 이미 동파로 깨진 사월인 걸요
이 봄
몽블랑의 낮과 밤이 쏟아낸 그림자는, 남극처럼 차갑죠
아무리 따뜻한 노래를 불러도 눈보라만 가져오는 산 정상
대지 위에서
눈을 감았다 뜨면, 냉해 입은 달빛까지
공중은 순식간에 얼음 떠다니는 그린란드가 됩니다
저기, 꽃- 꽃- 꽃-
누군가 알프스 프레세나 정상에
복숭아꽃 다섯 잎이 활짝 피었다고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스프링- 스프링- 외쳐댔지만
한파 밀려든 4월 지구에, 꽃이라니요
우듬지에서 투신한 다섯 장 복숭아꽃잎
그것은 어쩌면 오대양처럼 떠다니는 얼음조각들
말하자면
제 심장 다 깨뜨려 공중에 던져버린 혹한의 낙화,
핑크빛 얼음산이 떠다녀요
높은 허공에서 낮은 허공으로
죽은 너의 혓바닥처럼
둥둥 떠내려가요
* 점프 위블 : 급속한 얼음 분리 현상을 말하며, 빙하가 해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 발생.
제3회 기후환경문학상 민은숙·최서정 시인, 신인상 이화윤 시인 - 문학뉴스
[문학뉴스=이재욱 기자] 제3회 문학뉴스 &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은 민은숙 시인과 최서정 시인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고, 기후환경 신인상은 이화윤 시인이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민은숙 시인의 「저출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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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문학뉴스 &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은 민은숙 시인과 최서정 시인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고, 기후환경 신인상은 이화윤 시인이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민은숙 시인의 「저출산을 권장하는 칸타만토」 외 2편, 최서정 시인의 「점프 위블」 외 2편, 이화윤 시인의 「별빛, 미드나이트 블루」 외 2편으로 각 3백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1백만 원의 기후환경 홍보 기프트를 제작하여 홍보물로 쓸 예정이다.
이번 ‘기후환경문학상’은 지구의 환경을 살리고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닌 후손들을 위한 의무이며 문인으로서 기후와 환경으로 인한 현 인류의 고통을 위기의식으로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정한 상으로서, 작품성 70% 실천 사항 30%라는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가 이루어졌다. 더불어 이번 수상자들은 시산맥 기후환경 NGO(시산맥 지구별 수비대)에 참여하여 실제로 활동을 할 것이다. 문학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실천하는 환경 운동이다.
송용구 심사위원은 민은숙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생태위기의 물리적 현상들이 생생히 재생되고 있다. ‘육점박이비단벌레’와 ‘잎갈나무좀붙이’의 터전인 나무들. 그들의 ‘팔뚝’과 ‘허벅지’와 ‘허리’를 자르고 팔아 치워 ‘차곡차곡’ 물신(物神)의 ‘동그라미를 불려주는’ 인류의 탐욕이 결국엔 모든 생물을 소멸시키는 ‘멸종채무’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리라는 ‘심각경보’의 사이렌이 그의 시에서 울려 나온다. 기후위기의 사회적 원인들을 폭넓게 인식하면서 생명공동체의 미래를 기상학적 렌즈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 민은숙의 강점이다.”라고 평했다.
민은숙 시인은 충북 청주 출생으로 시집 『분홍 감기』 『앉은 자리가 예쁜 나이테』를 펴냈고, 청주시 책 펴내기 지도 강사, 청주시문학협회 회원, 코스미안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제8회 대한민국 문화교육 대상, 제21회 환경문화대상(동화 부문)을 수상하였다.
한명희 심사위원은 최서정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작품성을 갖추면서도 기후환경 문학상의 취지를 잘 살렸다고 하였다. 최서정의 시는 풍부한 상상력과 더불어 활달한 언어 구사가 두드러진다. 더불어 그의 시는 시야가 다채롭다. 가까이는 가족으로부터 내 주변의 폐업한 주유소까지, 그리고 이국의 산들까지 나아가 해와 달까지 그의 시야는 열려 있다. 그리고 그가 시선이 닿는 곳에서 지구환경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예리함을 지녔다. 최서정 시인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한다.”라고 평했다.
최서정 시인은 전북 임실 지사 출생으로 전주대학교 국어교육학과(석사)를 졸업하였으며 2004년 계간 『시안』, 2024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하여 활동 중이다.
박민영 심사위원은 기후환경 신인상으로 이화윤 시인의 작품을 선정하며 “세심하게 직조된 상상력의 전개가 돋보인다. 시 ?별빛, 미드나이트 블루?에서는 고흐의 그림에서 추출한 눈부신 태양과 태초의 밤하늘이 씨실과 날실로 엮여 있다. 밝음 속의 어둠, 새벽 별과 실러캔스가 만난 독특하고 아름다운 세계다. ?칩 칩 칩?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는 실상을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첨부한 ‘내가 실천한 환경보호 활동 내용’도 구체적이며 성실하다. 큰 기대가 되는 신인이다.”라고 평했다.
이화윤 시인은 1965년 경북 칠곡 출생으로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불어불문학과)을 졸업하고, 가톨릭 선교사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천안에 거주 중이다.
심사는 송용구 시인(고려대 교수), 박민영 평론가(성신여대 교수), 한명희 시인(강원대 교수)와 초대 수상자인 조영심 시인이 맡았다. 시상식은 2024년 11월 30일(토) 오후 4시 종로구에 있는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