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스크린 파크골프 교실도 오픈"…30년 넘은 경로당 젊어졌다
한은화 기자 님의 스토리
경로당이 달라지고 있다. 노후한 시설로 외면받던 경로당에 스크린 파크골프 교실이 생기거나, 연령대 상관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 도곡동에 있는 구립 도곡경로당은 30년 이상 된 노후한 시설을 스크린 파크골프 교실로 바꿨다. ‘매봉시니어센터 파크골프 아카데미’로 지난 26일 준공해 이달 11일 개관할 예정이다. 경로당 안에 스크린 파크골프 시설이 생긴 것은 서울에서 처음이다.
도곡경로당은 어린이공원인 도곡까치공원 안에 있다. 현재 공원시설 설치관리기준에 따라 경로당은 어린이공원 안에 신축할 수 없고, 기존에 설치된 시설만 고쳐 쓸 수 있었다. 이 탓에 시설이 계속 노후화되고, 인근 개포동 일대 신축 아파트 단지에 최신 프로그램을 갖춘 사립경로당이 생기면서 찾는 어르신이 대폭 줄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경로당 변화를 원하는 지역 어르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강남형 개방경로당을 만들었다”며 “관할 동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로당과 달리 도곡경로당은 60세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앞으로 파크골프 전문 강사의 강좌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어르신과 젊은이도 함께 즐기는 경로당
경로당과 문화시설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시설로 새로 꾸미는 곳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강남구 논현동 학리시니어센터는 40년 된 구립 경로당을 신축해 지상 1층은 북카페, 2층은 프로그램실, 3~4층을 경로당(연면적 468.75㎡)으로 만들었다. 2층 프로그램실에서는 요가ㆍ댄스ㆍ영어ㆍ스마트기기 활용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60세 이상 강남구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센터에서 민요 강좌를 운영하는 이숙자(68)씨는 “복합시설로 바뀐 후 시설이 굉장히 좋아졌고 그만큼 이용자도 많이 늘었다”며 “80ㆍ90대 어르신도 몸을 움직이며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의욕적으로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리시니어센터의 인기에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하려고 공사 중인 경로당도 꽤 있다. 강남구는 최근 삼성동 삼성경로당, 도곡동 도곡1동경로당, 역삼동 선정경로당, 청담동 재너머경로당 등 5개 경로당을 복합문화시설로 바꾸기 위해 공사에 들어갔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앞으로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후화된 경로당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지역 어르신 문화ㆍ여가 시설이자 더 많은 구민이 이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선구적인 경로당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전 동구는 지난 4월 용운동 용수골 경로당을 영화 관람과 운동, IT 체험교육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꾸몄다. 또 최근 인기가 많은 스크린 파크골프장과 북카페도 설치했다. 여기에 들어간 사업비는 총 13억3500만원이다. 경로당 회장인 이갑희(78) 씨는 “경로당이 노인뿐만 아니라 부모와 손자까지 모두 찾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