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의 향기를 품고
7호선 장암역 대합실에서 오전 10시 11분에 패노우 조단스 위짜츠 서류바 씨모우 까토나 여섯명이 만났습니다. 어제 밤까지 비가 내리겠으나 오늘 오후부터는 날씨가 개이고 낮 기온도 영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보입니다. 막상 장암역을 출발하여 수락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보니 예상보다는 바람도 차고 싸락눈도 스칩니다. 수락산(638m)은 서울과 의정부로 가는 국도를 사이에 두고 서쪽에는 도봉산과 북한산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북쪽의 의정부에서 시작되는 능선은 수락산을 거쳐 불암산(508m)과 태릉까지 연결됩니다. 수락(水落)이라는 단어 자체도 많은 비나 눈이 내려도 물의 고임이 없이 그대로 떨어져 나간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동쪽의 금류와 은류 일부 계곡 이외에는 물끼를 거의 볼수없는 산이며 전체가 돌산인 화강암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울창한 숲도 별로 없으며 더구나 눈길을 받을만한 고목이나 거목도 없는 메마른 산으로 양기가 충만한 남성다운 산이라고 할수있습니다. 기차바위를 오르고 정상에서 남쪽으로 진행하다 보며는 철모바위 코끼리바위 여성바위 치마바위 피아노바위 도솔봉 탱크바위 안꼬바위등 암릉의 전시장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수락상 정상은 생략하고 반대 방향인 도정봉으로 향합니다. 이 쪽으로는 오랜만에 오르면서 수락산 기차바위와 정상 쪽을 바라보니 새삼스레 지난 날의 추억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기차바위 홈통바위로도 불리우는 바위의 거리는 50여m는 됨직하며 경사각은 40도정도는 되여 보입니다. 이곳을 오르는 산객들은 대부분이 홈통처럼 파여진 곳의 밧줄을 붙들며 몇번씩 숨을 고르면서 오릅니다. 하지만 그 옆의 바위등을 밟으며 거침없이 가볍게 오르는 나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도 합니다. 아무 부담 없이 평지를 걷는 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오르 내리며 짜릿한 쾌감마저 만끽하곤 합니다. 언제나 나 홀로 산행은 정상을 거쳐서 모든 암릉을 오르고 마지막으로 탱크바위를 밟습니다. 탱크 바위 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묘령의 여성 옆으로 지나 치려는 순간 " 잠깐만요, 저도 이 탱크바위 암릉을 타고 싶은데 겁이나서 그러니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 잠시 머뭇거리는데 재차 일어서며 부탁합니다.
앞장 서서 암릉을 밟으며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내딛도록 안심 시키며 용기를 줍니다. 잡을 것도 마땅히 디딜 곳도 없는 경사진 암릉 뿐으로 좌측으로는 10여 미터 이상의 낭떠러지가 뒷 목을 조이기도 합니다. 안도의 기쁨으로 환한 미소로 답하던 그 때 그 여인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느 낭자의 품에 안겼을런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어쩌면 오늘도 탱크 바위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앉아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기다림에 지쳐서 커피가 아닌 쐬주 잔에 눈물로 채우고 그 때 그 낭자를 원망하며 발길를 돌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치마바위를 오르며 잠시 주춤하다가 10여 미터 아래로 미끄러져서 등산복 양쪽 팔꿈치 부위가 너덜 너덜 헤여지기도 했습니다. 피아노 바위를 맨손으로 타고 오르다 중간 중간에 얼음이 있어 손이 마비가 되어 당황해 하던 순간이 지금도 손 마디를 저리게 합니다. 약국을 접은 기간에는 수락산 릿찌 산행의 매력에 빠져 들어 거의 매일 오르 내리는 것이 일과이기도 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 급의 14좌 모두를 섭렵한 산악인들은 또 다시 그 곳을 찾았다가 저 세상으로 떠나는 불운을 접하기도 합니다. 과연 저들은 무엇이 또 그리웁고 어떤 것이 더 보고 싶어서 생(生)과 사(死)의 굽이 굽이를 넘나들고 있는지 이해 불가 하기도 했습니다. 산(山)이라는 그 자체의 마력(魔力)은 입구에 들어서기만 하여도 눈과 머리가 맑고 시원해 집니다. 더불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며 편안한 느낌으로 즐겁고 행복감 마저 들게합니다. 들이 마시고 내 쉬는 가쁜 숨소리는 페포와 심장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기와 말초 혈관을 깨끗이 청소해 주는 환각마저 들게 합니다. 언제나 힘들고 지치고 위험한 순간 순간을 맞이하면서도 내일이면 또 다시 그 산자락 그 바위를 기어 오르게 되는 중독에 빠지는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처럼 자기만의 매력에 빠지고 산의 향기에 취하여 오늘도 내일도 산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산객들의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저 건너 편에 있는 기차바위를 바라만 보아도 얼마나 무모하고 만용에 가까운 치기를 부린 것도 같습니다. 그 때의 어리석기 까지 했던 내 모습을 뒤로 하고 도정봉으로 향합니다. 오를수록 온 산의 나무에는 눈꽃이 하얗게 만발하여 고희를 넘긴 노객(老客)들의 마음을 한껏 흥분시킵니다. 수시로 스마트폰의 샷다를 누르며 도정봉에 도착하니 설무(雪霧)가 봉우리를 감싸고 깃대에 매달린 태극기는 일부가 찢어진채로 바람에 흐느끼고 있습니다. 산행 시작 세 시간 정도가 지나니 지친 몸을 달래고 고갈 되어 가는 혈당을 올려야 합니다.
패노우 사모께서 정성스레 장만해 준 약밥에다 영양떡 한라봉 초코렛 김밥 뜨거운 물에 견과류를 곁들여 속을 달랩니다. 힘들다면서도 잘 따라오는 친구의 투정은 또 다시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신 달래 줍니다. 이제 저기 아래 내려다 보이는 의정부시의 동막골을 지나 동암 초교 앞을 통과하여 부지런히 망월사역으로 향합니다. 우리의 산행 끝에 찾아드는 마지막 종착지는 언제나 처럼 각 한 병의 ALCOHOL과 고단백 종합 비타민이 튼실한 메뉴로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2016년 2월 20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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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날씨도 추운날 사진을 찍을랴, 길을인도하랴 고생이 아주많았 습니다. 수락산의 뜻과 바위가많아 암릉의 전시장 같다는것, 옛날 소실적에 추엌과 미치도록 산에 훔뻑빠저 살둥죽을둥 모르고 헤메였든 산사나이의 생활상과 당일 설무가 내려서 온통 흰꽃으로 온세상을 하얗게믈들여 우리의 칠십 노객들을 흥분시켰다는등 멋진표현력이 나는믈론 우리노객들을 감탄시켰음에 고마움을 느낌니다, 켄! 많이.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