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남기는 기록이다.
하루를 소멸시키듯 살고 있다. 기록이 없는 하루가 더 그러하다. 조금씩 기록해보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며 혼자 피식 웃다가, 울컥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생각을 더하며 읽었다.
"아니오. 그것은 신념이 아니요. 사람의 도리제. 그짝은 순갱을 그만둔 것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했소. 글먼 된 것이오. 긍게 다시는 찾아오지 말고 자개 앞가림이나 함시로 잘 사씨요."180p
도대체 신념이니 도리니, 무엇인가?
그 시절 어수선하던 시절 누구를 위하여 신념을 지키고 도리를 지키고 산 것인가?
신념을 지킨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힘들 시절이었다. 누구를 탓할것인가?
아버지의 은사와 그 아들에게 받은 은혜가 내 빛이 될까봐 끝내 그 아들의 이름을 알지 않았다.189p
문득
주차하기도 빠듯한 도심의 골목길에 주차를 포기하고 골목 가꾸기를 하며 집안의 화분을 골목으로 내어 골목이 마당이 되게하고
지나는 이들에게도 정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의 따뜻한 세상을 보며 나도 저 가운데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나도 저만큼 저보다 더 내 놓아야 할 것을 ,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받기만 할 생각을 한 것은 아닌지, 이미 이뤄놓은 곳에 숟가락만 얹을 생각만 한 것은 아닌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마음을 나누며 살아야 하는데.
빨갱이의 딸로 사는 것만도 벅찬 딸이 아버지가 받은 은혜까지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까?
우익과 좌익 제자를 둔 소선생
우익 세상이 오면 니가 쟈를 봐주고, 좌익 세상이 오면 니가 쟈를 봐줘라.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좌.우가 아닌 좀 더 다른 세상이 왔더라면,
그 틈을 이용해 개인의 영달에 무게를 두지 않고 민족에 국가에 무게를 두고 한마음으로 향했다면 어땠을까.
주식시장에서도 국내주식보다 미국주식에, 중국 전기차 주식에 투자해야 돈을 번다고 한다.
국내주식에 투자해야 국내기업이 살고, 국가가 살고,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있어야 사람구실도 하고,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 세상에서(요즘은 검찰인가?)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만을 생각할 수만은 없겠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전에, 먼저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지. .
아버지가 오만과 편견의 견자를 낫으로 나누었을때, 그나마 있던 아버지와 나의 연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205p
정을 끊어낸다는 것.
21년 겨울 아이와 정을 끊어내려고 그런것인지, 끊어내야만 했던 것인지 불분명하진 않지만, 자식에 대해 부모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마음을 비워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그 시절 힘든 시간을 함께 해주신 분들게 다시한 번 감사드린다.
아, 작은 아버지도 나처럼 이 길을 따라 떠나고 싶었구나. 209p
울컥 목이 메인다.
가보지 않은 길, 당해보지 않은 일을 이해한다 할 수 있을까?
"학수야
밥 먹으러 가자."223p
왜 부모세대들이 아들아들하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다.
부모일이라면 앞뒤 안가리고 나설 수 있는 든든한 자식.
"그때께 할배 맴이 요상허드래, 아부지라는 거이 이런건갑다. 산에 있을 적보담 더 무섭드래.
겡찰보담 군인보담 미군보담 무섭드래"265p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가보다.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부모가 되었고, 부모가 되어가고 있고,
내 부모를 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