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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5~16%씩 성장하는 생화학 농약 분야 적용 가능성 있어
#'생물 자원 전쟁'이라고들 한다. 2014년 9월 발효한 유전 자원의 이익 공유와 관련한 '나고야 의정서' 때문이다. 덕분에 바이오 산업 등 생물 자원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원료 수입 가격에 웃돈을 얹어 줘야 할 상황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해 쓰던 생물 자원을 국내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만 4만여 종에 해당하는 생물 자원의 효능을 일일히 찾아내고 정리하는 '분류' 작업을 기업이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정부가 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동·식물을 분류해 그 중 산업에 적용 가능한 물질들을 찾아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허는 기업이 싼 값에 이용 가능하다. 이에 환경TV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생물 자원,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지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사방공사하려 들여 온 '족제비싸리', 이제는 '골치'
5~6월이면 노란색 끝머리와 보라색 밑둥을 지닌 꽃이 알알이 달린 나무를 흔하게 살펴 볼 수 있다. 바로 '족제비싸리'다. 새 가지 끝에서 자라는 이 꽃의 보라색 부분은 바로 꽃잎. 그리고 노란빛을 띄는 곳은 꽃가루다.
우리나라에서 족제비싸리를 살펴 볼 수 있게 된 지는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 원래 고향은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1930년대에 중국을 통해 국내에 도입됐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닌 외래종이라는 얘기다.
수많은 식물 중에서 족제비싸리를 '굳이' 국내에 들여 온 이유는 산을 깎는 사방공사의 뒤처리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콩과의 식물로 추위, 건조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잘 자라는 이 식물을 사방공사가 끝난 부분에 심으면 낙석 등 산사태를 방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
문제는 바로 이 강인한 생명력이다. 어디서도 잘 자라고 번식력도 왕성하다보니 어느새 전국 각지로 퍼졌다. 정부가 자생생물의 서식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 위해 외래종으로 주시하게 된 이유다.
이렇게 골치 아픈 종이 되기는 했지만, 사실 잘만 활용하면 매년 두 자리 수로 신장하고 있는 천연물을 이용한 생화학 농약으로도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족제비싸리의 추출물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식물병을 방제하는 효과를 지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족제비싸리 추출물, 고추탄저병 등에 효과
국립생물자원관은 족제비싸리에서 얻어 낸 추출물을 국내 작물에 병충해를 입히는 대표적인 식물병 7종에 대입해 봤다. 식물병 방제 효과가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다.
실험 결과 7종의 식물병 중 3종의 식물병에 대해 효과가 입증됐다. '벼잎집 얼룩병(벼잎짚 무늬마름 병)'과 고추 농가의 적인 '고추 탄저병', 토마토 역병 등이다.
그 중에서도 고추 탄저병에 대한 효과가 좋았다는 것이 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다.
김순옥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추출물로 실험해 본 결과 고추 탄저병에 대한 효과가 특히 좋았다"며 "친환경 농약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족제비싸리 추출물을 적용해 본 결과. (출처=국립생물자원관)
실제 국내외에서는 족제비싸리와 같은 천연물을 활용한 식물병 방제 시장을 블루 오션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산 울금에서 추출한 물질을 벼 조열병 방제재로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나 인도산 멀구슬나무 추출물로 만든 해충제 등의 '생화학 농약' 시장 얘기다.
이러한 친환경 농약은 동식물에서 추출한 추출물로 농약을 만드는 생화학 농약 시장과 미생물이 주원료인 미생물 농약 시장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를 합한 천연물 농약 시장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년 15.8~16.0% 정도 신장하고 있다.
김진철 전남대 교수는 "천연물 농약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2020년이면 6조 5,000억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자원관은 족제비싸리에서 발견한 이러한 효능을 토대로 '족제비싸리의 추출물을 포함하는 항 진균 물질' 연구 결과에 대한 특허를 출원 및 등록했다.
족제비싸리 특허, 기업에서 이용하려면..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국유 특허로 등록이 완료됐다. 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특허다.
국유 특허가 등록된만큼 민간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기는 쉬운 편이다. 국가 연구 과제의 경우 비용 측면에서도 특허 사용비가 민간 특허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생물자원관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해당 특허는 공공조직에서 등록한 국유 특허이기 때문에 특허청으로 귀속된다.
즉 우리나라 모든 특허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인 '특허 정보 검색 시스템(www.kitris.or.kr)'에서 검색한 뒤 특허청의 '특허로(www.patent.go.kr)'를 통해 사용 신청을 하면 된다.
또는 '지식재산 거래정보 시스템(www.ipmarket.or.kr)'에서도 '국유 지식재산' 카테고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특허를 이용하는 정확한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생물자원관은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조수현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물품에 대한 공장도 단가와 판매 수량 대수, 기여율 등을 넣어서 산정을 한다"라며 "그래서 굉장히 싸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신청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비공개 상태인 특허들도 있는데, 이는 연구자가 후속 또는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카테고리 별로 문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원료를 얻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전국 각지에서 발견 가능하기 때문에 사유지가 아닌 공유지라면 얼마든지 채취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료의 일관성'을 얻는 부분이 관건이다.
김순옥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같은 족제비싸리더라도 서식 환경에 따라 효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좀 더 안정적인 효능을 얻는 부분은 추가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