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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죽음 관련 책들을 떼로 본 적 있어요. 죽음에 관심이 많걸랑요.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던 거죠.
주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떠나갑니까. 친지들, 가족, 티비를 틀면 탤런트, 가수들 나하고 원수진 인간들까지 ㅋㅋㅋㅋ 너무나 사랑했던 친구, 동생들이 꽃다운 나이에 죽어갈 땐 정말 너무 힘들었거덩요. 그래서 죽음에 관심이 많죠.
옛날에 쓴 글인데 마침 이번 달 주제와 잘 맞는 것 같아 옮겨보아요.
법의학과 죽음 관련 책을 방바닥에 퍼질러놓고 잡히는 대로 책을 펼친다. 뭔가 끄적이는 데에 도움이 될까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가 솔솔하다. 도서관에 가도 이런 책들이 아주 많이 비치되어 있어 놀란다. 동네 도서관에도 제법 되는데 큰 도서관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선별을 해서 고른 책의 면면은 이렇다.
[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독살],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탁터 헨리의 법의학 사건파일, 실제상황],
[파리가 잡은 범인],
[타살의 흔적].
그리고 법의학 추리소설의 저명한 퍼트리샤 콘웰도 빼놓을 수 없겠다. 또 매리 로치라는, 죽음 관련 책을 주로 집필하는 작가도 있다. 인간이 죽고다치는 얘기만큼 재미있는 얘기도 흔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님 나만 그런가? 죽음이란 삶의 완성인가, 그냥 삶의 끝인가? 해석하기 나름이겠다.
법의학 서적을 보면서 굳이 뭔가 얻고자 한다면 그건 죽음을 바라봄으로써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자리를 확인하자는 데 있다. 좀더 잘 사는 데 보탬이 돼보자는 그런 의의다. 돈만 있으면 매우 매우 행복하게 살 것 같은데 실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행복함보다는 공허함, 우울함, 고충이 더 많은 이유는 뭘까? 혹시 나만의 착각일까? 그리고 우리는 죽음을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것처럼 느끼고 살지는 않는가.
자기 동네에 들어서는 화장터를 반대하는 아줌마들 - 자식들 교육에 나쁘고 땅값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이기로 둘러싸여 있는 많은 사람들. 죽음이란 나하곤 전연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욕이 또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가까운 친지나 동료의 주검을 대하면서 깨닫기도 하지 않는가. 법의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이유 없이 죽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길을 가다가,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도 죽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문국진
이 책은 한국과 일본, 각 나라를 대표하는 법의학자 두 사람의 대담을 담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에 의하면 한국의 문국진 교수는 한국 법의학의 증인이자 효시 같은 분인 것 같다. [명화로 보는 사건], [배꼽으로 보는 미소] 등, 명화와 법의학을 대비해서 좋은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우에노 마사히코 역시 일본의 명망 있는 법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30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퇴임한 뒤 10여 권의 법의학 관련 사건 실화, 경험담 모음집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국과 일본에서 죽음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일독할 가치가 있다.
한국은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일 작정이냐"며 유족들이 오열하며 반대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부검한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냐"는 말로 부검을 반대를 한다고. 한국에서는 가족이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싫어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병원에서의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토장을, 일본은 화장을, 한국은 오열을 강요하고 반대로 일본은 울음을 되도록 자제하는 편이다. 내 경험도 아마 이런 것이라 본다. 부친이 떠났을 때인데 상례상 오열을 계속 강요하는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울음도 안 나온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절실하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우리의 잘못된 검시 제도다. 일본은 변사체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법의학자가 관여를 하는 반면, 한국은 한 단계를 더 거친다. 상황정보는 수사기관이, 시체정보는 법의의사가 각자 따로 수집하니 일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은 물론, 불협화음까지도 양산된다고 쓰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문국진 교수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법의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의대는 법의학교실을 완비하고 있는 대학이 8개뿐인데 반해 일본은 법의학교실이 없는 의과대학이 없다 한다. 물론 일본도 지역마다 검시제도가 다르다고 한다. 한국은 산자들의 낙원이다. 죽음에 대한 뒷처리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심증을 안 하기 힘들다. 깊이 있는, 합리적인 사후 처리가 결국 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독살/우에노 마사히코
전술한 책의 일본 대담자 우에노 마사히코가 쓴 책이다. 역시 삶과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불특정인을 향한 테러나 모방범죄가 횡행한다는 점도 재미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다. 우리에게 얼마나 다양한 죽음의 형태가 있는지 잘 살펴준다. 흥미가 진진한 것은 정몽헌, 장정진, 김형곤,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알자르카위, 후세인, 최진실, 마이클 잭슨 등등 최근 몇 년 사이 세상을 등진 유명인들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가 없는 것은 한때 대통령이었던 만큼 섣불리 다루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자교사와 자액사, 할복, 체내 마약밀수 건, 의문사, 고문이나 사형의 역사와 종류 등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들을 깨우쳐주는 예도 많다. 전문용어나 수치, 혹은 이론에 집착하는 면은 옥의 티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사진은 무척 적나라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검의 적나라함이다. 부검이 이렇게 세부적으로 행해지는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때에 따라선 내부 장기들을 모두 떼어냈다가 다시 담는 경우도 있단 말이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은 이런 때 하는 것은 아닐는지. 매일 주검을 해부하고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일을 하는 법의학자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글이나 소재가 딱딱해서 가독성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있다. 저자의 올곧은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 마이클 베이든은 법정 선서처럼 '사실만을 말하고' 보고 들은 것만 말하는 소신가이자 양심가라는 생각이 든다. 변사체가 가장 많고 완벽한 시스템을 가진 뉴욕의 법의관사무소에서 40여 년간 법의학자로 근무하며 겪었던 경험담을 담아내고 있다. 혈흔 감정 교육, 법의곤충학, 세계에서 하나뿐인 테네시의 시체농장 등 아주 건조하게, 하드보일드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맛이 솔솔하다. [이태원 살인사건]이란 영화를 본 적 있다. 사건현장을 말끔히 청소하여 수사를 어렵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 할 만한데, 그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 즉 오제이 심슨사건, 케네디 암살 사건 등 부검을 엉터리로 하거나 사건현장을 경찰 스스로 망쳐놓는 여러 일화들도 소개한다. 뿐 아니라, 나치전범에 버금갈 엉터리 법과학계 전문가 프레드 자인, 엉터리 법의학자 랠프 어드만들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켰을지를 생각하면 섬뜩하다. 심지언 사형을 언도 받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흑인인권운동가 저격 같은 30년이나 된 미결사건까지 관여하여 단죄에 동참하기도 한다. 범죄학이나 법의학을 하는 이들의 자질 또는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역설한 부분은 책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수 좋은 이들은 사람을 죽이고도 평온하게 살다가 자연사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미국의 검시제도의 문제점이다. 미국에서는 부검에도 돈이 지대하게 관여한다. 변사자의 유족들은 돈과 결부되어 있으며, 돈만 있으면 유능한 법의관을 살 수도 있다 한다. 검시관이 법의학자가 아닌 장의사 또는 배관공, 장부계원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의 동료이자 수퍼스타 범죄학자이자 법의학자인 닥터 헨리 리가 소개되고 있다. 웅숭깊다. 가랑비 옷 젖듯 조금씩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인간은 살아왔던대로 죽기 때문에 좋은 습관이나 나쁜 습관이나 모두 검시관의 눈앞에 드러난다'는 말로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실제상황/헨리 c 리
살아 있는 셜록 홈즈라는 칭호를 듣는 중국계 미국인. 위 저자처럼 비장미가 넘치거나 진지한 장인의 맛은 없다. 이 사람 헨리 리, 격무에 시달려도 허밍을 날리며 뜀박질 하듯 경쾌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매사를 즐기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고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마치 사법권의 모차르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의 능력은 법의병리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찰, 기자, 교사, 과학자, 법과학자 등등 다양한 능력을 소화하는 타고난 사람 같다. 바로 위의 책 저자 베이든이 역시 친구이자 동료라 여러 사건에서 서로 교류가 많다. 법의학자 시각이 아니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경찰의 시각으로, 육하원칙에 가깝게 사건의 개요, 수사, 재판과정 위주로 담았다. 미국에서 일어난 큰 반향을 일으킨 부부간 살인 사건을 담고 있는데 외도, 가정폭력, 그리고 보험금이 관여한 범죄로 볼 수 있겠다. 다섯 건의 사건 중 세 건이 경찰의 소행이라 더욱 복잡하고 힘겨운 싸움이 되었다. 엄청난 반전이나 기막힌 추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픽션이 전해주기 힘든 짜임새가 큰 장점이다. 또는 리얼리티가 가미된 뛰어난 다섯 중단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베이든과 다른 점이라면 베이든은 수만 가지 경우의 수까지 꼼꼼히 따지며 좁히는 성향이고 닥터 헨리는 늘어뜨려진 사건에서 본능적으로 핵심을 잡아 처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유명한 목재 분쇄기 살인 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마치 <사막의 폭풍>작전처럼 엄청난 과학적 물량공세로 용의자(피의자)를 옮아 매어 버리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고기를 구워 먹어도 별 지장은 없었다. 시신을 먹는 혐오스러운 곤충들이 쉴새없이 등장하지만 내 비위가 좋은 건지 어떤지 별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어째도 한번은 나도 죽어서 내 육신이 부패하지 않겠는가. 초기 시체는 누구나 체온하강, 시체경직, 시반을 겪게 된다. 이어서 신선기, 팽창기, 부패기, 부패후기, 골격기로 이어지며 화한다. 그것은 생명체로 태어난 모든 이의 숙명이겠다. 범곤충학이란 부패가 일어나는 동안 시신과 절지 동물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작용을 파악, 경찰에게 살인자를 체포하고 유죄를 입증하는 데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내가 본 책 중에서 변사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책인 것 같다. 그만큼 법곤충학이라는 불모에서 경험치가 쌓인 결과가 아닌가. 83년도만 해도 법곤충학은 미법과학학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비주류였고 홀대와 불신을 받던 분야였다. 그러던 것이 90년대로 접어 들어 살인조사반 사람들은 곤충학자의 말이면 무엇이든 믿는 단계로 발전한다. 피해자 사망시간을 알아내고 범인을 잡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경찰, 검찰 스스로가 인지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법곤충학을 체계적으로 정립시킨 학자 중 한 명인 저자의 공이 크지 싶다. 사람의 피부 조직과 비슷하다는 돼지 혹은 토끼로 다양한 각도에서도 많은 실험이 행해진다고. 사망 시간을 산출해내는 공식도 잘 소개하고 있다. 좀더 일찍 법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았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 그래도 법곤충학은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첫댓글 울 엄마는 칠십이 넘으시니 병원을 자주 가게 된다시며~~ 자식들 걱정시키지 않고 힘들지 않게 하다가 떠나게 해달라 기도 하신댔죠
자다가 세상 떠나는게 복이라며~~
반백년을 살고보니 저도 삶을 잘 갈무리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주어진 내앞의 삶을 더욱더 사랑하믄서 살아야 겠다 지금에 충실하자 모 이렇게 되네여~~
죽음이 관심이 있는 이유는 대체 우리인간에게 죽음이란 뭘까에 대한 반문이겠죠 죽음은 우리 일상의 하나 아닌가요 삶을 긍정하기도 해야겠지만 약간은 반대급부도 인지는 하며 살아야 한다는.....죽음이 다 나쁜 건 아닌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좋은점? 죽음엔 어떤 숭고함이 있지 않나 싶지요 이 감정 굉장히 묘한 겁니다 즐거움 쾌락이 주지 못하는 어떤 숭고함.
반백년이면 나랑 비슷한 연배인 듯하네요 지금에 충실하자, 당연합니다 인간은 삶을 긍정하지 않으면 살 이유가 없어요
@홍익 태어남도 떠나감도 숭고하다고 봐요
살아간다는것도요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고자 죽음을 선택했던 영화 미비포유를 보고서 많이 울었지만 주인공의 선택이
엄청 공감됐어요
그래서 다음의 내용이 담겼다는 애프터 유를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여행왔네요 돌아가면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
@antonia 미비포유, 어떤 영환지 궁금하네요
애프터 유까지 바야 하나??
@홍익 영화는 강추입니다만 애프터유는 쫌 실망스럽더이다~~ 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쥬~~ 영화도 책도~~ 책은 빌려 읽으시는게..
괜히 샀어라고 후회중입니다
죽음에 관해 박사학위 받으셔도^^ '인간은 살아왔던대로 죽기 때문에 좋은 습관이나 나쁜 습관이나 모두 검시관의 눈앞에 드러난다' 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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