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이 건강과 성공의 열쇠다
김 명 중
친구 부인의 전화를 받고 급히 찾아간 종합병원 중환자병동, 문을 열고 들어서자 메케하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가 찾아간 병상에는 낯선 사람이 누워있었다. 아무개가 맞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병상에 걸려있는 팻말을 보니 틀림없는 친구의 이름이다. 그 친구가 낯설게 보인 것은 삭발 때문이며 눈은 뜨고 있는데 초점이 풀려있는 것은 물론 표정마저 없을 뿐 아니라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굴을 가까이대고 말을 걸어도 어떤 반응도 없다. 말 그대로 식물인간이다. 그 병실에는 6명이 악취를 풍기며 누워 있는데 대부분 눈을 감고 있고 미동도 없을 뿐 아니라 숨소리마저 없으니 영락없이 죽은 사람 같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보름 전 우리는 부부동반으로 만나 식사도 같이하고 오랜 시간 이야기도 나눴는데 오늘 그 친구는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병상에 누워있는 것이다.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면 저렇게 사람도 몰라보는 식물인간이 되었단 말인가? 친구의 아픔이 곧 바로 나의 아픔이 되었다. 친구는 말했다. 우리는 건강해야 한다고, 생식을 먹자고도 했다. 이북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로서 휴대폰이 보급되고 한류가 들어가면 각종 소식들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거라고 했다. 밖에 나갔던 친구 부인이 돌아와서 저간의 애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소화가 안 되고 뱃속이 불편해서 동네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라하여 정밀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췌장암이라는 것이다. 모든 암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라니, 억장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 했다는 것이다. 그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치료에 최선을 다 하기로 하고 수술을 간청했으나 췌장암으로 확인 되었을 때는 전이가 너무 심해 수술 할 수 없는 경우여서 죽는 날만 기다려야 한다니 이렇게 난감 할 수가 없으며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겨우 항암치료를 받는데 그 고통이 너무 심해서 머리를 깍은 그이를 바라보는 것만도 너무 괴로워 하나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담당 의사를 만나 병력(病歷)을 들었다. 췌장암은 증세가 가장 늦게 나타나며, 췌장은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 하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50% 지방 90%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다.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 효소는 침 속에 있고 위에서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으므로 반드시 꼭꼭 씹어서 삼켜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우리에게는 치아가 32개나 촘촘히 박혀있고 그래서 예로부터 치아는 오복에 든다고 했다. 특히 흰쌀, 흰 밀가루, 설탕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안 씹고 넘기면 전혀 소화되지 않은 채로 위로 내려가고, 위에서도 소화 안 되고 죽처럼 만들어진 채로 장으로 내려가 37도나 되는 장에서 썩으면서 우리 몸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에는 응급장치로 최후의 보루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췌장으로서 우리 몸에서 응급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입에서 씹지 않고 그대로 넘어온 탄수화물을 50%정도는 소화시킬 수 있는 ‘아밀라아제’를 분비하도록 해놓았으나 이것은 췌장이 휴식할 틈도 없이, 안 씹어 먹고, 단것을 즐겨 먹으면 췌장도 결국 손을 들게 되어 ‘인슐린’ 분비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혈당조절에 실패해서 당뇨병이 오고 췌장암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그동안 대충대충 씹고 살았어도 지금껏 잘 살아왔는데 별일 있겠느냐고 했더니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했다.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이 계속되어 왔다면 췌장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귀찮더라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음식을 먹을 때는 꼭꼭 씹어서 삼키는 것을 철칙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며. 미숫가루나 생식, 우유 등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고 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콧속에 튜브를 삽입한 채 의식 없이 누워있는 친구를 보면서 형언하기 어려운 착잡한 마음이 되었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 현실이다. 사람이 노년이 되어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은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돌아오는 시간 내내 노후생활과 건강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절대로 그 친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그 친구는 노인으로서는 건강한 편이었다. 혈색도 좋고 식사도 잘하고 유쾌한 대화를 이어가는 활달한 사람이었다. 소화가 안 되고 뱃속이 불편한 증세를 가볍게 생각, 소화제를 먹으며 치료의 때를 놓친 것이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그는 이미 우리에게는 무관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몸은 살아있지만 ‘정신’은 떠난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제 그의 나머지 삶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그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년기의 건강문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코앞에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은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 있지만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인가, 경제적인 부담도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다 제명에 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일을 당하고 보면 그 문제가 더욱 절실해 지는 게 사실이다.
금년에도 새해 소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꼽았다. ‘건강’은 언제나 모든 여론조사에서 변함없이 제1순위다. 그 만큼 건강이 중요하고 모두가 건강하기를 희망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건강을 잃으면 다른 모든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모 재벌의 회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많은 재산도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돈이 건강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그가 우수한 의료진, 첨단의 치료시설, 더 좋은 병실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내 친구처럼 식물인간이기는 마찬가지다. 건강관리는 건강할 때 해야 한다는 경고가 맞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오늘은 건강하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개연성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습관은 내 친구와 같이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만사가 우리의 습관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것 같다. 수재로 알려진 서울대학 이준구 명예교수는 ‘올바른 습관 익히면 건강하고 성공 한다’고 강조한다. 큰 일 하려면 시간약속부터 잘 지키라고 말한다. 그가 평소 중요하게 여기는 좋은 습관은 크게 다섯 가지다. ‘시간약속 잘 지키기’ ‘끼니 거르지 않고 제때에 건강한 음식 잘 씹어 먹기’ ‘꾸준히 운동하기’ ‘휴식 잘 취하기’ ‘스트레스 받지 않기다’ 시간약속 지키는 건 사소한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습관이다. 학교 다닐 때 강의한번 시간 맞춰 못 듣고 리포트하나 제날 자에 못낸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큰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좋은 습관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처음의 어색함을 넘어선 의도적인 노력이 쌓이고 쌓여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어색함이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또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해도 건강하지 않고 인성이 훌륭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
스트레스 안 받는 비결은 욕심을 안 부리면 된다고 한다. 50만큼만 해도 되면 50만큼만 한다. 굳이 100을 하려고 애쓰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공부 잘하는 것보다 좋은 습관 기르는데 더 신경을 썼다고 하며, 우리 부모님처럼 나도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며 부모가 먼저 좋은 모습보이면 자녀들도 저절로 따른다고 말한다. 옛 부터 많이 써온 고사성어(故事成語)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남의 거동보고 내 거동 바로 하자’는 뜻이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을 때가 있는데 미리 여유 있게 출발하는 습관이 되도록 해야겠다. 또 식사를 제때 못할 때가 있는데 되도록 제때 하도록 해야겠고, 음식을 골고루, 시간이 걸리고 귀찮더라도 잘 씹어 먹도록 하며, 운동은 열심히 하는 편인데도 젊을 때는 바빠서, 나이 들어서는 게을러졌는데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익혀야겠고, 또 무얼 하면 끝장내려고 제때에 못자고 못 일어날 때가 있는데 고처 야겠다. 또한 만사를 100% 철저하게 하려는 완벽주의인데 그렇게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므로 80%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한다.
겉으로는 그렇게 건장해 보이던 그 친구가 갑자기 병상에 누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나도 나의 건강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 한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세월의 경과에 따른 생물학적인 결과가 아닌 ‘마음’의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피로와 쇠약을 느끼게 되어 ‘나도 이제 늙었다’라고 생각하면 육체의 쇠약은 순식간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비록 적게 남은 인생이지만, 그 남은 인생을 활기차게 꾸려나가 정신의 피로는 물론 육체의 쇠약도 천천히 오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 해도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젊은이들은 흡사 늙지 않을 것처럼 살지만 그들도 역시 늙게 된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지만 최대한 늦출 수는 있다는 것이다. 노화를 촉진시키고 병이 되는 안 좋은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고치는 것이 건강과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가까이 지내며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던 내 친구는 불귀의 객이 되어 이 세상에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췌장암이라는 걸 알고서 6개월도 못 버티고 죽은 것이다. 췌장암으로 애플사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화 ‘사랑과 영혼’의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이들도 모두 췌장암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먼저 간 친구가 무척 보고 싶으며 친구의 명복을 빈다.
* 김 명 중 약력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
한남대학교 대학원 수료, 경제학 석사
농협중앙회 지점장, 농협대학교 교수
강남구 실버 합창단 단장
「미래시학」수필공모 당선
별빛 문학회 회장
한국 수필가협회 이사
한국 문인협회 회원
공저「별빛 문학」「한국수필 대표선집」「나의 꿈 나의 인생」외
e-mail : mjkim10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