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도민승리 3주년 기자회견
제2공항 기본계획 중단하고, 도민결정권 보장하라!
위대한 도민승리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오늘은 제주도정과 도의회의 합의에 따라 제주 제2공항 찬반을 묻는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2021년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실시하여 18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도민 다수는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였습니다. 모든 권력과 권한을 쥔 중앙정부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한통속이 되어 온갖 감언이설로 도민을 협박하고 회유하였지만, 도민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장밋빛 환상을 내세워 제주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난개발, 투기를 부추길 제2공항을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제주도민들이 권력과 자본의 힘, 단기적 개발이익에 대한 유혹을 이겨낸 위대한 도민승리의 역사로 기억합니다.
국토부는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2021년 도민 여론조사는 합리적이고 객관적 절차에 의해 수렴된 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국토부의 약속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 약속에 따라 제주도와 도의회의 협의로 6차례의 생방송 TV토론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도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여론조사가 실시되었습니다. 그래서 도민사회는 이 여론조사를 통해 6년여를 끌어온 첨예한 갈등현안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대는 당시 원희룡 도지사의 독선과 국토부의 약속 위반, 그리고 당정협의의 당사자였던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의 무책임으로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제2공항과 관련하여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제주도민의 반대는 물론 환경부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했음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이라는 해괴한 용역으로 시간을 벌더니, 정권이 바뀌자 다시 제2공항 추진에 나서 갈등을 다시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여론조사로 부족하다면 주민투표로 도민의 뜻을 다시 확인하자는 제안도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국토부에 묻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정부와 행정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습니까? 국토부의 사전에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는 없는 것입니까? 제주도민의 지지와 동의 없이 어떻게 제2공항을 추진한단 말입니까? 또다시 강정 해군기지의 경우처럼 이간질로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폭력으로 주민을 짓밟으며 강행하겠다는 것입니까? 천만을 넘는 시민이‘서울의 봄’을 관람한 지금도 권위주의 시대의 미몽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3년 전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든, 주민투표를 실시하든, 기본계획 고시 절차를 중단하고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제주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최근 보도되었듯이 기획재정부는 총사업비 협의 과정에서 2조원에 이르는 사업비 증가 요인을 분석하고 타당성 재조사도 검토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4조 8,700억원이었던 사업비가 6조 8,900억원으로 41%나 증가했습니다. 국토부는 물가상승률과 지가상승분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15% 미만이라 타당성 재조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업면적이 763만m2에서 550만m2로 줄어들고, 제2공항에 국제선 전부와 국내선 50%를 배정하기로 했다가 국내선만 50% 배정하는 등 사업규모가 축소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예타 당시보다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점만 봐도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타당성 재조사를 해야 하는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이유는 제2공항 건설계획을 뒷받침했던 수요예측이 빗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2공항 건설을 결정할 당시 연간 4,560만명에 이른다고 했던 장래 최대 수요 예측이 2023년 기본계획에서는 3,970만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마저 최근의 급격한 인구감소와 노령화 추세는 물론 최근 수년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는 제주의 관광객 추이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추세라면 아무리 많아도 연간 300~400만명 이상 늘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미 현 제주공항은 연간 3,100만명을 수용하는 규모이고,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현 제주공항의 시설개선과 보조활주로 활용으로 연간 4,5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현 공항을 확충해도 연간 3,500만도 수용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이렇듯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제2공항은 타당성이 없습니다. 겨우 300~400만명 늘어날까 말까한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서 현 제주공항의 1.5배에 이르는 대규모 공항을 지을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경제가 어려워 아웅성이고 세수도 크게 줄고 있는데 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공항 건설에 혈세를 낭비해야 합니까? 그럴 돈이 있다면 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이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상권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훨씬 효과적인 방안일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와 현저히 달라진 사정을 고려하여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무엇보다 최근 확인되는 인구감소와 노령화 추세, 하락하는 장기 GDP 성장률 전망, 정체상태의 제주도의 관광객 추이 등을 반영하여 수요예측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타당성 재조사를 엄밀하게 시행한다면, 제2공항은 환경적 측면에서 재앙일 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전혀 타당성이 없는 사업으로 드러날 것이 자명합니다.
오영훈 도지사는 지금이라도 주민투표 등 제2공항에 대한 도민결정권 확보에 나서야 합니다.
제2공항에 대한 오영훈 도지사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정치지도자로서 제주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제2공항 건설 문제에 대해 아무런 소신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갈등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갈등해결의 해법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오영훈 도지사는 의원 시절 ‘도민의견을 존중한다’는 당정협의를 이끌어낸 당사자입니다. 그런데 오영훈 도지사는 의원 시절 당정협의에 따른 여론조사의 민의를 관철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도지사 선거에서 오영훈 도지사는 도민결정권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도민결정권 확보 방안으로 도민의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주민투표 요구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주민투표법에 국가시설의 설치에 대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국토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지레 꼬리를 내린다면, 도지사는 왜 있는 것입니까? 국토부 스스로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수차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도민의 대표임을 자임할 수 있습니까? 도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방기하고 제주의 자존을 무너뜨리는 도지사는 도지사 자격이 없습니다.
오영훈 도지사는 도대체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입니까? 오영훈 도지사는 환경영향평가에 가서 판단하겠다고 합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다루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항부지 일대의 환경문제입니다. 물론 공항부지 일대의 환경영향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근본 문제는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 제2공항을 짓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판단과 결정입니다. 도민결정권이 제기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2공항과 마찬가지로 ‘국책사업’이었던 거창법조타운(구치소) 조성사업의 경우 부지를 매입하고 착공까지 한 후에도 6년간 갈등이 이어진 끝에 거창군, 경상남도, 법무부, 원안측과 이전측 주민대표 등으로 5자 협의체를 구성하여 주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제2공항의 경우 부지 매입은커녕 기본계획조차 고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본계획을 고시해도 기본설계,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까지 2~3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간다면 이 갈등이 얼마나 길고 격렬하게 이어질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마침 올해 하반기에 기초자치를 포함하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주민투표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강조되는 것은 도민결정권 실현입니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도민결정권 행사를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데, 제2공항에 대해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절대다수 도민이 요구하는 주민투표에 대한 구질구질한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행정체계 개편 주민투표와 동시에 시행한다면 행정력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오영훈 도지사가 도민결정권 실현을 위해, 행정체제 개편 주민투표와 동시에 제2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4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치의 본령은 사회 안에 존재하는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통합해 내는 것입니다. 도민사회에 제2공항 찬반 의견이 존재하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찬반 입장을 가질 수 있고, 그것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해야 할 더 중요한 역할은 각자의 입장을 넘어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는 해법을 찾는 것입니다. 해법이 없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기만 한다면 정치가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10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제주도에 넘기고 나면 도민 갈등은 어떤 양상으로, 얼마나 오래 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기후위기 등으로 온 도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제2공항 갈등으로 또 수년을 소모해 버린다면 제주의 미래는 참으로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이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야 합니다.
사회에서 의견이 갈리고 갈등이 계속될 때 유일한 해법은 민주적 절차밖에 없습니다. 선거도 그 절차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행정체계 개편이나 제2공항처럼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의 경우 선거로만 해결되지 않습니다. 해당 사안 자체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와 민주적 결정 절차를 거쳐 주권자가 판단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입니다. 이에 우리는 4월 총선 후보자들이 각자의 찬반 입장을 넘어 절대 다수 도민이 지지하는 ‘도민결정을 통한 갈등해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합니다.
도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제2공항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환경적으로, 생태적으로 재앙을 불러올 계획입니다. 난개발과 투기바람을 불러일으켜 제주가 가진 소중한 자산과 가치를 훼손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계획입니다. 항공 안전에 취약하고 지역의 재난을 부추기는 계획입니다.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환경위기로 인류의 생존이 흔들리는 이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더 하겠다고 제2공항을 짓는 것은 공멸을 자초하는 자해행위입니다. 게다가 군사공항으로의 전용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황으로 동북아의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인구감소, 노령화, 국내 여행객의 감소 등 모든 지표가 제2공항이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애물단지를 도대체 왜 제주도민이 짊어져야 합니까?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누구의 미래를 위해서 제2공항 계획은 존재하는 것입니까? 이제는 오랜 갈등을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오랜 갈등을 끝내기 위해, 제주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 제2공항 반대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제2공항을 찬성하며 갈등을 증폭하는 정치인을 심판하여 주십시오. 우리는 도민의 힘으로 반드시 제2공항을 막아낼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시고 힘을 모아주십시오.
2024. 02. 15.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