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호 씨와의 첫 외출. 다온빌 입구를 당차게 나섭니다.
“색칠 공부할 거야?”
“희호 씨, 오늘은 색칠 공부 말고 여행 계획 짜는 날이에요! 여행 어디로 갈지 정하기로 했잖아요.”
“응, 알았어.”
다온빌에서 김희호 씨가 타던 버스를 기다릴까 했는데, 콜버스를 부르는 게 더 빠를 듯합니다.
“버스가 안 오네요. 어떻게 하면 되죠?”
“콜버스 부르면 돼.”
김희호 씨 폰으로, 김희호 씨가 직접 전화합니다.
연락처에 있는 애먼 번호를 누르며 여러 차례 시도하다, 마을버스로 전화 걸기에 성공합니다.
“다온빌이요!”
김희호 씨가 다온빌이라 말합니다. 콜버스 상담원은 다시 묻습니다. 다온빌은 버스가 서는 곳이 아닌가 봅니다. 상담원은 주변 정류장을 묻습니다. 저는 콜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김희호 씨에게 의지합니다. 어찌저찌 “30분 기다리면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배차되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나란히 앉아 기다립니다.
“노래 틀어줄까?”
“네, 좋아요.”
신나는 노래 들으며 기다립니다.
김희호 씨와 외출하는 첫날입니다. 한 가지 알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희호 씨, 제가 희호 씨랑 여행 다녀온 것, 준비하는 것 이렇게 했어요~ 하면서 잘 기록하고 싶어요. 그래서 중간중간에 이렇게 핸드폰 보면서 토독토독 글 쓸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응, 괜찮아.”
“감사해요, 제가 혼자 하니까 희호 씨랑 뭐 했는지를 다 기억하기가 어려워서요.”
“응 괜찮아.”
“감사해요.”
사람 간 대화는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질문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일일이 다 기억하기란 어렵습니다. 김희호 씨와의 하루를 잘 기록하고 싶습니다.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양해를 구하기로 합니다. 이해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김희호 씨 폰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세븐틴의 <아주 나이스>. 이어서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노래가 나옵니다. 친숙하니 함께 흥얼거립니다.
“음악 좋아해?”
“네, 좋아해요.”
여느 20대처럼, 대학생처럼 요즘 노래 들으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어느새 트로트, 발라드로 장르가 바뀌었습니다. 아는 부분은 따라 부릅니다. 선곡한 김희호 씨가 뿌듯한지 웃으십니다.
“색칠 공부 할거지?”
“음, 색칠 공부 말고 다른 색칠을 해볼까 해요.”
“색칠 다녀와서 빵 먹으러 갈까?”
“네, 도서관 가서 색칠하고, 빵 먹으러 가요~”
“신나는 노래, 재밌는 거 틀어줄게.”
관광 메들리 틀어주십니다. 조그만 목소리로 따라 부릅니다. 김희호 씨도 무릎을 탁탁 치며 흥얼거립니다.
“노래 들려줄까? 재밌어?", "이거 신나는 노래야. 이 노래 알아?”
벌써 김희호 씨 폰 배터리가 걱정됩니다.
“색칠 공부해야 해.”
“오늘은 다른 색칠 해보는 거 어때요?”
더 이상 설명하기를 멈추기로 합니다. 직접 보여드리며 설명해야겠습니다.
마저 노래 듣습니다.
<빅뱅-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세븐틴-아주 나이스>, <빅뱅-뱅뱅뱅>, <투애니원-파이어> 익숙합니다.
저와 김희호 씨, 같은 세대의 아이돌을 좋아했나 봅니다.
콜버스가 다온빌 근처 경로당에 멈춰 섭니다. ‘빵빵’거리는 것을 들었지만 우리가 부른 차가 아니겠지요…?
혹시 우리가 부른 것일까 싶어 출발하려는 버스를 붙잡았습니다. 버스 기사님이 설명하십니다. “콜버스는 택시가 아니라서 빌라로 이야기하면 안 돼요. 그래서 (상담원이)근처 경로당으로 잡아주신 거지. 빵빵거려도 아무도 안 나와서 취소했는데.”
당황함과 동시에 (원래 다온빌을 잘 모르셨을 수도 있지만) 다온빌을 시설로 보지 않은 것, 다온빌이 집으로 보인다는 것에 내심 기분 좋아집니다.
“아, 처음 이용해 보는 거라 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잘 연락드릴게요.”
“미안해요~”
콜버스를 보내고, 무언가 이상하여 김희호 씨에게 따로 문자 온 것이 없는지 여쭤봅니다. 핸드폰을 살피니 경로당으로 출발지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상담원이 다온빌 근처, 버스가 서는 곳으로 배차해 둔 겁니다. 다온빌이라고만 말하였지만, 끊지 않으시고 버스 잡아주신 상담원분께 감사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잘 알아보려 합니다.
다행히 몇 분 뒤에 김희호 씨가 아는 버스가 옵니다. 그 버스 타고 내수로 갑니다.
“희호 씨가 내리는 곳 알려줘요.”
“응.”
여기서 고백합니다. 김희호 씨를 믿지 못해 뒤에서 버스 앱으로 노선을 찾아보았습니다.
내려야 할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희호 씨, 여기서 내려야 해요?”하고 묻습니다.
“응.” 하셔서 같이 내립니다.
.
.
마트에서 여행 계획을 담을 스케치북을 사고 나오는 길입니다.
“빵 먹을까?”
“네, 좋아요.”
도서관에서 빵 먹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먼저 먹고 가기로 합니다.
김희호 씨가 제 손 붙잡고, 자주 가던 꽈배기집으로 안내합니다.
딸랑- “희호, 안녕!”
김희호 씨는 꽈배기집 단골인가 봅니다. 김희호 씨를 보자, 사장님이 바로 알아보시고는 반갑게 인사하십니다.
김희호 씨가 저를 소개해 주십니다.
“이다정 학생이에요.”, “언니예요.”
“(다정이가) 언니야?”
“동생이에요.”
“희호가 언니구나, 희호가 워낙 젊어 보여서 희호가 동생인 줄 알았지~.”
여행도 알립니다.
“엄마랑 놀러 가요.”
“응 놀러 가~그려.”
“자고 와요.”
“으응 가서 자고 올겨? 알았어~”
메뉴를 고릅니다. 사장님은 “희호가 골라. 먹고 싶은 걸로 골라.”라며 김희호 씨에게 묻습니다. 김희호 씨가 좋아하는 메뉴도 알고 계십니다. 매운 핫도그.
“케첩 먹을 거야?”
“응. 학생도 챙겨줘.”
제 케첩까지 김희호 씨가 챙겨주십니다.
“이렇게 쭉 잡아빼서, 잘라줘야 해.” 편히 먹을 방법도 사장님이 알려주십니다.
김희호 씨 것만 그리 해드리고, 마저 제 핫도그를 먹으려는데 김희호 씨가 말합니다.
“안 잘라먹어? 쫙 내려서 자르면 돼.”
“그래요? 그럼, 저도 잘라먹어 볼게요.”
김희호 씨는 “잠옷 살까? 같이. 칫솔 가져갈까?” 합니다. 벌써 짐 쌀 생각하며 설레어 합니다.
여행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읍에 갈 때는 누구랑 갈지 혹시 생각해 둔 사람 있어요? 누구랑 가고 싶은지?”
저를 가리키십니다.
“저면 돼요? 괜찮아요?”
“응.”
“다행이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 둘 다 20대잖아요. 단둘이 산소 보러 가기는 어려우려나 싶었는데 희호 씨가 괜찮다면요.”
.
.
도서관 가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천천히 올라와요~”
김희호 씨가 걷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셨는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십니다.
“자리에 앉아요~ 출발할게요~”
앞자리에 앉은 김희호 씨가 뒷자리에 앉은 저에게. 몸을 살짝 돌려 창 쪽 틈으로 물어보십니다.
“두 밤 자? 아버지 산소는?”
“네, 어머니랑도 여행가고, 아버지 뵈러도 가지요? 오늘은 양어머니와의 여행만 나눠봐요.”
김희호 씨가 두 여행 다 생각하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곳에 도착합니다.
“천천히 내려요~.”
끝까지 친절하신 버스 기사님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이다정
※김희호, 준비, 24-4, 갈 수 없는 도서관
※이다정, 감사, 24-3, 친절한 이웃(1)
첫댓글 희호씨의 단골 빵집에서 사람 소개하는 희호씨의 강점이 발휘되었네요.
사람을 소개할 때 희호씨의 말투와 행동,표정이 생각나서 혼자 잠시 웃었습니다.
처음 해 보는 것이라 낯설고 서툰것이 많은 날이었는데, 찬찬히 해야할 일을 한 희호씨와 이다정 학생에게 칭찬 감사합니다.
사람을 소개 할 때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아주 고급진 단어들을 하며 소개 합니다.
소개 받을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서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