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회'라는 이름이 품은 재미있는 역사 / 소멸 문화유적과 표지석

[함산]

백운동천을 따라 서촌을 걷다

'종교교회'라는 이름이 품은 재미있는 역사

[백운동천을 따라 서촌을 걷다 ⑤]

16.01.13 21:11l최종 업데이트 16.02.03 10:57l

글: 유영호(ecosansa)

편집: 최은경(nuri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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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교회> 약도(청계천 상류의 복개 전 물길이해를 위해 지도는 1946년 미군정청이 제작한 것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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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구 도렴동에 위치한 <종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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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독특한 건물 이름은 앞서 본 <용비어천家>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건너편에 <종교교회>라는 또 하나의 범상치 않은 이름의 교회가 있다.

'교회'이름 앞에 '종교'가 붙었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약간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렇게 이름 지어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결론적으로 여기서 종교의 '교'자는 우리가 흔히 쓰는 '종교'라는 말의 '교화할 교(敎)'가 아니라 '다리 교(橋)'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알게 되면 참 재미있다.

먼저 이곳 네거리는 백운동천과 사직동천이 만나는 곳이다. 두 개의 물줄기가 합쳐지면서 자연적으로 삼거리가 만들어졌고, 광화문 앞 세종대로로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이 이곳에 연결되어 네거리가 된 것이다.

어쨌든 이곳은 물길이 지나가는 곳으로 이 물길을 건너기 위해 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이 다리의 이름은 <종침교(琮琛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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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침교>의 유래와 사진을 담은 1924년 7월 22일자 동아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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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침교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사연은 다음과 같다. 조선 성종대에 연산군 생모인 윤씨의 폐위를 논하는 어전회의가 있었는데, 당시 이를 앞두고 형제였던 충정공 허종(許琮)과 문정공 허침(許琛)은 걱정이 앞섰다. 당시 왕비 윤씨는 세자의 생모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사직동에 사는 누이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궐내의 분위기를 전해 들은 누이는 당시 연산군이 세자로 책봉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의 생모를 폐하는 논의에 참가했다가는 훗날 세자가 왕으로 즉위하게 되면 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니 무슨 꾀를 내어 회의에 참가하지 말라고 이른다.

이러한 누이의 조언에 따라 결국 허종, 허침 두 형제는 대궐로 가는 길목에 있던 이 다리를 지나다가 일부러 말에서 떨어져 다쳤다. 그리고 이 핑계로 어전회의에 불참할 수 있었는데 이로써 훗날 연산군이 왕위에 오른 뒤 자신의 생모 폐비 윤씨의 복위 문제로 일어난 소위 <갑자사회>(1504) 때 위기를 면하게 되었다.

이런 일을 겪고 그 뒤로 이 다리의 이름은 백성들 사이에서 허종, 허침 두 형제의 이름을 따와 <종침교(琮沈橋)>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갈리는 순간이었던 갑자사화에서 역사문제를 떠나 이들 오누이-형제들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는 사실에 무척 즐겁다. 동시에 수백 년 전의 조선시대가 우리의 현실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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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성전도(1834)에 나타난 <종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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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다리는 이런 일을 겪고 종침교로 불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이것을 줄여 일명 '종교(琮橋)'라 불렀고, 훗날 대한제국 시기 이곳에 교회를 세우면서 그 이름을 다리이름에서 빌려와 <종교교회>라 정한 것이다.

물론 이곳 종교교회는 자신의 명칭에서 다리 명칭에 쓰이던 '옥홀 종(琮)'자를 흔히 종교(宗敎)라고 할 때 쓰는 '마루 종(宗)'로 바꿔 쓰고 있다. 교회이다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교회 홈페이지에 의하면 이렇게 바꾼 이유는 '창조의 기원이 되는 하나님을 섬기며 하늘과 땅, 너와 나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역시 멋진 변형과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 교회와 신도들에게는 충분히 의미있는 명칭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었던 '종교(琮橋)'가 '종교(宗敎)'로 쓰여졌다고 해서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이곳 종교교회는 1900년 설립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교회다. 1895년 윤치호의 요청으로 조선에 파송된 리드 목사로부터 시작된 조선의 남감리교는 1898년 여선교사 캠벨을 파견하였다.

조선에 온 캠벨은 지금 종교교회가 있는 네거리 일대의 고간동(현 내자동)에 <배화학당>을 설립하고, 그 뒤 1900년 종교교회와 자교교회의 모태가 되는 '루이스워커 기념 예배당'을 배화학당에 설립하였다. 그러니 결국 현재의 종교교회(도렴동)와 배화여고(필운동), 자교교회(창성동)는 모두 선교사 캠벨에 의해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형제자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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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 종로구 도렴동에 벽돌로 지어진 종교교회(종교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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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기적으로 제일 먼저 1910년 종교교회가 현재의 도렴동에 교회건물을 짓고, 다음으로 1912년 자교교회는 현재의 경복궁 서쪽 영추문 앞 창성동에 교회를 지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동생들을 모두 새로운 터전으로 이전시킨 배화여고는 1916년 현재의 사직단 뒤편 필운동으로 이전하였다. 이로써 셋은 이제 각각의 독립된 공간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두가 경복궁역을 기준으로 걸어서 10분 내외의 주변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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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멸 문화유적과 표지석

기사입력 2019-11-12 07:01:05.                   

한양도성 내 중구나 종로구 일대를 걷다 보면,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소멸된 문화유적의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OOO터’ 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옛날 여기에 이런 문화재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곤 지나치게 된다. 누구도 이 도로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갖진 않는다.

종로구 내자동 하나은행 지점 앞, 서울 정부종합청사 별관 뒤편 방향으로 걷다 보면 ‘종침교터(琮琛橋址)’라는 표지석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조선시대 이 도로변에 ‘종침교’라는 다리가 있었고, 그 아래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는 연상을 잠깐 한다. 하지만 주변 지형이 너무 평탄하고 직선적이어서 하천이 있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근대화로 도시개발의 과정을 거쳤고, 그로 인해 도로가 확장되고 주변이 평탄하게 정리된 점도 있지만, 그 위치가 잘못 선정되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양도성 사대문 안의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옛 길이나 옛 물길의 흔적은 남아 있는 것이 많다. 옛 물길은 도로로 변했거나 복개된 경우가 많았지만 지형의 형태는 그대로 보존되었고, 도시개발이 이루어져도 작은 골목길의 옛 지형은 그대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종침교는 경복궁 입구 다리이며, 송교(松橋)라고도 불렸다. 송교는 경복궁 서쪽 수성동 계곡에서 내려오는 백운동천의 지류로 사직동천과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진 다리이다. 사직동천은 지금의 내수동길로 변했다.

종침교의 유래는 조선 성종 때 우의정을 지낸 허종(許琮)과 허침(許琛) 형제의 일화가 얽혀 있는 곳이다. 경복궁 어전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 궁을 지척에 두고 청계천을 지나면서 의도적으로 낙마하게 되고 어전회의에 불참하여 갑자사화(甲子士禍)의 화를 면하게 된다. 그 후, 형제 이름을 따서 ‘종침교’라 불리게 되었다.

종침교의 표지석 위치는 원래 종침교가 위치한 곳에서 약 30~40m 범위를 두고 도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한양도성의 안팎에는 소멸 문화유적이 꽤 많이 분포되어 있다. 정면이 네모진 형태인 표지석에는 ‘OOO터’ 라는 명칭과 간략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으며, 동일하게 주로 대로변에 설치되어 있다.

소멸된 문화재 터의 위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재 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다. 문화재 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그 위치에 표지석을 설치할 수 없을 경우, 현재 설치된 문화재 표지석에 문화재 터의 위치를 간략히 지도로 표시해 준다. 즉, 문화재 터의 원위치, 표지석의 위치, 이격거리의 정보를 제공한다. 더 정확하게는 원위치에 마감 재료나 색채로서 구별하여 윤곽을 표시해 두는 방법도 있다.

또 표지석도 일괄적인 것보다는 구분이 되었으면 한다.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한 것과 대략적으로 위치 추정만 하고 있는 것으로 구분한다.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한 것은 역사적 장소성에 의해 주변의 스토리텔링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대략적으로 위치 추정만 하고 있는 곳은 장소 파악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며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난 9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한양 속 별천지 옥호정도(玉壺亭圖)’ 속의 김조순의 ‘옥호정터’ 표지석과 아직까지 1986년 이후로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대로변에 위치한 ‘세종대왕 생가터’ 표지석의 사례가 그러하다.

‘옥호정터’는 조선시대 세도가의 별서로 ‘삼청동 133번지’라는 주소와 지번도가 있고, 옥호정이 위치했던 뒷산의 ‘일관석(日觀石)’ 각자바위가 아직 존재하므로, 위치 추정이 가능할 것이다. ‘세종대왕 생가터’는 한양 준수방에 있는 잠저에서 태어났다는 세종실록의 기록에 의해 통인동 일대로 추정하여, 종로구 통인시장 대로변에 표지석을 세웠다. 아직까지 위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이번 10월 한글날에도 세종대왕의 업적과 생가 복원 관련하여 문화재 관리 차원으로 거론된 적이 있었다.

소멸된 문화재의 표지석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시도가 필요하다. 위치 파악이 가능한 것은 표지석에 자세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그러하지 못한 곳은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의 제고로 원위치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서, 역사 경관 복원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자원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김묘정(성균관대 조경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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