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나라가 코로나 19로 몹시 혼란스럽습니다. 봄은 온 것 같은데 정말 봄같지 않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이렇게 맞아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언론이라는 데서도 감히 봄이야기를 꺼내지 못합니다. 나라 곳곳의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데 무슨 봄이며 꽃타령이냐지요. 그렇지요. 당연한 말입니다. 지금 한국은 이른바 고통분담이 너무도 절실한 시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괴질이 발생해 긴장을 시키더니 난데없이 신천리라는 집단이 등장해 사태를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이럴때 이런 저런 이유로 대도시 아니 사람들을 떠나 홀로 살아가는 이른바 자연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자연인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듯 생각이 듭니다. 깊은 산속에는 아마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았을 것이고 신천지 포교를 위해 그곳까지 가지를 않았을테니 정말 청정지역에서 그들은 청정하게 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저도 경기도에 있는 화야산방이라는 곳에서 주로 생활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이 단순한 호기심 거리가 아닌 생활 그자체로 가깝게 다가옵니다.그들의 생활속에 제가 바라고 있었던 그런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물론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해 다소 과장하고 조금은 연출하는 면은 없지않아 있겠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연인>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시련을 닫고 일어선 불굴의 정신과 의지가 화면 가득 전해온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수백명의 자연인의 대부분이 극심한 시련을 겪은 사람들입니다. 아픔없이 시련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습니까만 그들은 보통 사람들 보다 더 혹독한 고통속에 살아온 사람들로 보입니다. 그런 극한 상황속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자연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삶의 의지를 얻고 살아갈 희망을 품은 사람들입니다.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자포자기하는 사람들과는 달라도 아주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사는 모습이 몹시 교훈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남의 탓을 잘 하지 않습니다. 너무도 처절한 배신을 당하고,신체적인 고통을 겪고, 그것을 견디어 내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만사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양입니다. 만일 제가 저런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했으까 ...아마 저는 자연인들처럼 그런 용기도 결단도 내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존경스럽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모습속에 삶의 지혜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인생의 마지막 길에 다다르면 아마도 그런 기발한 생각이 나는가 봅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함이 생활의 터전에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궁측통입니다. 너무나도 궁하면 통하게 돼 있나 봅니다. 그들이 원래 손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절심함이 그런 형태의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자연인들도 평범한 인생을 살았으면 그런 아이디어를 낼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런지도 모릅니다. 음식하나를 만들어도 그들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잘 먹지 않겠지만 출연자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 최상의 음식을 제공하는 모습에서 참으로 귀한 행위다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자연인들은 말합니다. 이구동성으로 자연이 나를 살렸다, 산만큼 멋진 친구가 없다, 여기서 이대로 살고 싶다 ,자연이 내 부모요 내 스승이다라고 합니다.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할 수 있는 표현이겠지요. 그들은 보통 4년에서 20년 이상 산속 또는 바닷가에서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가식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들은 연기자가 아닙니다. 그들의 입은 거짓말을 해도 그들의 표정과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들의 눈빛에서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인들의 생활속에 가장 닮고 싶은 면은 바로 무소유를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산에 산다고, 섬에 산다고 물욕이 완전히 없어질까요. 도시에 남겨진 배우자와 자녀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괜찮은 약초를 채취하고 채소를 심어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찌 탓하겠습니까. 그런면이 있어야 종교 프로그램이 아닌 인간 대상 프로그램이겠지요.그러나 그들은 쓸데없는 욕심을 내지 않는 듯이 보입니다. 자연이 베푸는 은혜를 조금씩 얻어가는 그런 모습속에 무소유를 실천했던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와 우리나라의 법정스님을 연상하는 것은 조금 과한 생각일런지요.
저는 이런 생각속에 그동안 지나간 자연인 프로그램을 다시 보고 그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들을 메모해 둡니다. 인터넷을 통해 그 당시 보도됐던 기사에 제가 프로그램을 보고 느낀 것을 가미해 저는 제 카페에 자연인들을 다시 소개합니다. 저는 그들의 조금 희한한 행동과 눈요기 거리의 조형물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벼랑끝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불굴의 의지, 제대로 삶을 영위하겠다는 각오, 자연의 일부분이 돼서 살아가는 그들의 자연주의적 사고방식, 그리고 무소유의 사상을 손수 실천한다는 점을 배우고 그리고 다른 분들께도 알리고 싶어 이런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의 작은 산방을 그런 정신으로 채워 나갈 생각입니다. 자연인들의 멋지고 고귀한 생각과 정신을 제 산방에도 접목해 그야말로 자연적인 산방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싶습니다.
2020년 3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