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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EU,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매년 수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신규 초고성능컴퓨터에 대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최신 기술 선점을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가장 빠른 일반PC(200기가플롭스) 500만 대 이상의 성능을 가진 엑사급(EF; 1초당 100경 번 연산) 컴퓨팅 시대 개막을 위한 각국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나아가 각국은 이 분야를 이제 기술안보적 차원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의 초고성능컴퓨팅 관련 기업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고, 유럽은 그동안 중앙처리장치(CPU) 등 주요 부품을 해외에서 도입해 오다 안보적 차원에서 자체 개발로 전환하고 있다. 한편 국내외 민간 기업들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련 분야에서 초고성능컴퓨터 도입과 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글로벌 패권 경쟁과 급속한 기술 발전 등에 적극 대응하고 국내 연구기관, 산업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적 차원에서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국가초고성능컴퓨팅 혁신전략’을 마련하게 됐다. 이 전략에서는 2030년까지 컴퓨팅파워 5위, 선도 기술 24개로 확대 및 신서비스 10개 창출을 통한 초고성능컴퓨팅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재·나노, 자율주행, 국방·안보 등 초고성능컴퓨팅 활용을 중점 육성할 10대 전략 분야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과 독자적 기술력 확보, 혁신적 활용을 활성화하는 3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급증하는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수요에 대응해 국가 플래그십 초고성능컴퓨터로서 현재 세계 21위 수준인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슈퍼컴퓨터 5호기(누리온, 2018년 도입)를 세계 5위권 수준의 6호기(2023년), 7호기(2028년)로 순차 교체·운영한다. 이는 1988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시작으로 기상청 등 초고성능컴퓨터 운영기관은 확대되고 있으나, 그간 자원 도입 규모가 작고 구축 지연 등이 발생해 최근 급증하는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한 2030년까지 기상·국방 등 분야별 전문센터를 10개 이상 지정해 관련 신규 인프라 확충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국가센터·전문센터 등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자원 간의 공동활용을 위해 ‘(가칭)국가초고성능컴퓨터 공동활용 협의체’를 구성하고 센터별 공동활용 비율 및 운영방안 마련,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전략에서는 ‘기술안보’를 넘어 ‘기술선도’를 목표로 CPU 등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24개 핵심 기술을 전략 기술로 선정했다. 앞으로 이런 핵심 기술을 프로세서, 플랫폼 기술, 데이터집약형 기술, 활용기반 기술 등 4대 분야로 묶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최고 기술 대비 60~70% 수준인 기술력을 80% 이상까지 높일 계획이며, 이렇게 확보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엑사급 초고성능컴퓨터를 설계부터 제작·설치까지 독자적으로 구축해 시스템 역량을 완성하고, 완제품시장 진입도 이뤄낼 것이다. 특히 이러한 성과를 통해 초고성능컴퓨팅 분야에서 국내산업이 태동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 R&D사업에 초기부터 기업을 적극 참여시키고, 개발된 기술의 기술사업화 촉진과 국내 초고성능컴퓨팅 분야 초기시장 창출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특화 기업 및 전문인력 육성 등 전문성 기반 개방형 활용 생태계 구축
마지막으로,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촉진을 위해 활용 파급효과가 크고 우수 연구자나 산업계의 혁신적 잠재 수요가 실제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10대 전략 분야를 선정했다. 10대 분야는 ①소재·나노 ②생명·보건 ③ICT ④기상·기후·환경 ⑤자율주행 ⑥우주 ⑦핵융합·가속기 ⑧제조기반 기술 ⑨재난·재해 ⑩국방·안보 분야로,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의 50%를 이들 분야에 우선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연구자 중심의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을 주체별로 균형 있게 배분하기 위해 총 자원의 20%는 기업(2020년 기준 1.2% 수준), 10%는 정부·공공기관에 우선 제공한다. 한편 보안체계 강화 및 초고성능컴퓨팅 활용사업 확대, 혁신적 서비스 모델 발굴 등 연구자, 산업계, 정부·공공기관 수요자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전문화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고성능컴퓨팅에 특화된 R&D서비스 기업과 전문인력을 적극 육성하는 등 전문성 기반의 개방형 활용 생태계도 구축해 나간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의 초고성능컴퓨팅 분야 기술과 고성능컴퓨터는 해외로부터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기술적 측면에서나 산업적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분야다. 그러나 과거 ICT 강국으로의 도약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민간과 정부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혁신전략을 체계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독자적인 슈퍼컴퓨터 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