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장렬한 죽음
위소보는 다시 무릎을 끓고 큰절을 두 번 올린 후 말했다.
[황상, 그 사람들은 반청복명을 하겠다고 했으나 그들은 반대하는 데 성공하지도 못했으며 또 회복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로 하여금 그들에게 가서 황상께서 위로 천명을 알고 아래로는 지리 를 알고 있으며 과거와 미래를 그야말로 훤히 내다보신다고 말하겠습니 다. 그리고 황상께서는 대청나라의 강산을 만만 년 동안 유지하리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청나라에 반대해봤자 성공할 수 없는 일이니 모두 흩어지자고 말하겠습니다.]
강희는 손을 뻗쳐 탁자를 힘껏 내리치며 날카롭게 외쳤다.
[그대는 한마음 한뜻으로 명령에 반대하여 반적들을 잡으러 가지 않겠 다는 것인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강호의 호걸들은 의리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내가 만약 사부님을 잡 는다면 황상께선 반드시 그의 머리를 자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위 소보는 친구를 팔아먹은 오삼계처럼 될 것이 아닌가? 아!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 소계자로 가장을 했단 말인가? 이 백작대인도 그만둬야겠다. 그리고 방법을 강구해서 사부님께 도망치도록 통지를 하 고. 빌어먹을! 뺑소니치는 것이 상책이다.) 강희는 그가 빨리 대답하지 않자 더욱 화가 나서 호통을 내질렀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설마 그대 스스로 큰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내가 그대에게 개과천선할 좋은 기회를 주는데 도 여전히 나와 흥정을 하겠다는 것인가?] [황상, 그들이 황상을 해치려고 하는 것을 저는 반대하고 막았습니다. 소신은 그야말로 황상께 의리를 다했습니다. 황상께서 그들을 잡으려고 하는데 소신이 그 가운데 낀다면 사람 노릇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 니까 부득이 용서를 하라고 빌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의리를 다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희는 매우 화를 냈다.
[그대가 마음속으로 반적들을 감싸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순종과 반역 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고 또한 안하무인 격인데 무슨 의리를 지킨다 는 것인가?]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대가 오늘 나의 목숨을 구하고 부황과 태후를 구했으니, 내가 만약 그대를 죽인다면 그대는 마음속으로 틀림없이 승복할 수 없을 것이고 내가 그대에게 의리를 저버렸다고 하겠지?]
이 지경에 이르자 위소보는 아예 염치불구하기로 작정을 했다.
[그렇습니다. 옛날 황상께서는 소신이 설사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저의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만세야의 금쪽 같은 입으로 한번 말한 것을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이죠.] [좋아, 그대가 암기력이 좋아 일찌감치 그와 같은 바둑알을 미리 박아 두었다면....흥! 기심가주(基心可誅)로군!]
위소보는 기심가주라는 숙어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섕각 해봐도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강희를 알게 된 이후 지금까 지 한 번도 그가 이처럼 성질부리는 것을 보지 못한 터라 속으로 생각 했다. (나의 머리통은 이미 태반이 잘린 것이나 다름없다. 소황제의 성질로는 사정을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니 도리를 따져 이야기할 수밖에 없구나.)
[황상, 저는 황상을 사부로 모신 적이 있으며 황상께서는 저를 제자로 거둔다고 응낙한 적이 있습니다. 진근남 역시 저의 사부입니다. 만약 제가 황상을 해칠 마음을 품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부를 기만하고 조상 을 없애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만약 제가 그 사부를 해치려고 한다 면 역시 사부를 기만하고 조상을 멸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더군다 나....더군다나 황제께서 소신의 머리를 자르는 것은 그야말로 흔하디 흔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부께서 제자의 머리통을 자르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었을 것입니다.]
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를 제자로 거두겠다는 장난말을 확실히 한 적이 있다. 이 녀석은 총 애를 믿고 무법천지로 날뛰고 있구나. 어이없게도 나롤 천지회의 도적 우두머리와 함께 놓고 논하다니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군.) 강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멀리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가 들렸고, 창창창!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위소보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자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부님께서는 가만히 계십시오. 제자가 앞 을 가로막겠습니다.]
강희는 속으로 코웃음치며 생각했다. (이 녀석에게 천 가지 잘못한 일이 있다 해도 나에게는 역시 충성과 사 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그대는 나를 다시는 사부로 부르지 말게. 그대는 본문의 문규를 지키 지 않았으니 본 사부는 그대를 제명하겠네.]
강희는 그렇게 말하고나자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이때 발걸음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몇 사람이 양심전 문 밖으로 달려오는 소리 가 들렸다. 위소보는 양심전 문 쏙으로 달려가서는 즉시 빗장을 들어 문을 걸었다. 이것은 목숨에 관계되는 일이라 손발의 재빠름은 그야말 로 무엇에 견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호통쳐 물었다.
[게 누구인가?]
밖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황상께 아룁니다. 궁 안에 세 명의 자객이 침입했습니다. 그러나 내관 숙위들이 이미 그들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얼마 후면 사로잡을 수 있 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귀씨 집안의 세 사람은 끝내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호통을 내질렀다.
[황상께서도 알고 계신다. 빨리 시위 백 명을 더 불러서 양심전 전후에 서 어가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지붕 위에도 삼십 명이 서서 지키도 록 하게.]
양심전 밖의 시위 우두머리는 대답을 하고 달려나갔다. 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치밀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날 오대산에서 위험한 일을 만났을 때 그 백의 여승은 지붕의 기왓장을 흩뜨리고 뛰어내렸는데 정말 방비 하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이 녀석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내 앞을 가 로막아 일검을 물리칠 수 있었지.) 잠시 후 호통치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 아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다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강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세 명의 자객도 잡지 못하다니 만약 삼십 명이나 삼백 명, 삼천 명이 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지?] [황상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귀신수 같은 인물은 세상에 좀처럼 없 습니다. 기껏해야 사, 오 명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잠시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발걸음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재 차 칼과 검이 철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갈하게 된 내관숙위들이 대전 밖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양심전 지붕 위 의 사방 기왓장들도 소리를 내었다. 높이 오를 수 있는 숙위들은 지붕 위로 뛰어을랐다. 위사들은 황제가 바로 양심전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모두 양심전의 처마나 모퉁이 위에서 지켰지 감히 양심전 지붕 한가운 데로는 나가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황제의 머리 위에 서게 되는 셈 이니 그야말로 불경스러운 죄를 짓게 되는 것이었다. 강희는 양심전 안팎에 적어도 사, 오백 명의 시위들이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자객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대는 이것이 무엇인지 보게.]
그리고 그는 소맷자락 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탁자 위에 던지며 말했다. 위소보가 다가가 바라보니 한 폭의 그림이었다. 중간에 그려진 것은 한 채의 커다란 집이었고 집 앞에는 깃대와 돌사자가 세워져 있는 것이 자 기의 백작부와 약간 비슷했다. 그리고 집 사방에는 십여 문의 대포가 나열되어 있었고 대포 주둥이는 그 큰 집을 겨냥하고 있었다. 다시 자 세히 살펴보니 그 집은 보면 볼수록 자기가 살고 있는 집 같았다.
[그대는 이 집을 알고 있는가?] [소신이 살고 있는 집과 약간 비슷하군요.] [그대가 안다니 잘되었네.]
그리고 그는 그림 속 대문의 편액에 새겨져 있는 네 글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충용백부(忠勇伯府)라는 네 글자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위소보는 그 말을 듣자 과연 자기 집이 틀림없구나 생각했다. 그러자 다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자기의 집 사방에 이토록 많은 대포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일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친히 외국의 탕약망과 남희인이 대포를 시험하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대포가 한 번 터지자 광! 하는 소리와 함께 그야말로 화염이 충천하고 흙과 돌들이 십여 장 높이로 치솟지 않았던가? 자기 몸에 설사 백 가지가 넘는 호신보의를 입고 있다 해도 그야말로 갈기갈기 찢어져 개고기로 담은 젓갈처럼 되 고 말 것 같았다. 대포가 한 번 쏘아지고 난 후 그 위세를 생각해볼 때 자기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강희는 천천히 말했다.
[오늘 밤 그대들 천지회와 운남 목씨 집안, 화산파의 귀가, 그리고 왕 옥파의 문하 사도학 등은 모두 그대의 집에서 모임을 갖겠지? 나의 이 십이 문의 대포는 이미 그대의 집 주위 민가에 설치되었고 포탄과 황약 도 이미 장치되었네. 대포 주둥이를 드러낸 채, 심지에 불을 당기기만 하면 단 한 명의 반적들도 목숨을 건질 수 없게 될 것일세. 설사 죽지 않고 도망쳐 나온다 해도 바깥에서 에워싸고 있는 많은 전봉영의 병마 들이 결코 그냥 둘 리가 없지. 조금전 그대는 전봉영 통령 아제적을 만 났겠지? 그는 이미 군사를 불러 손을 쓸 준비를 하고 있네. 전봉영은 언제나 그대가 거느리는 효기영과는 화목한 편이 못 되었으니 그대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할 걸?]
위소보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황상께서는 모든 것을 헤아리셨군요. 이제서야 소신에게 밝혀 말씀하 시는 것은 바로 소신의 목숨을 살려주신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소신이 예전에 세운 조그만 공로는 이로써 속죄를 하느라고 깨끗이 없어져 조 금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강희는 빙그레 웃었다.
[그대가 알았으면 좋아. 이것은 우리 두 사람이 패구 노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네. 그대가 처음에는 많은 은자를 땄지만 마지막 판에서 나한 테 모두 지고 만 셈이야. 그러니까 그전에 이긴 것을 모두 갚은 셈이 되었고 이후부터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게 되는 셈일세. 우리가 다시 놀고자 할 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일세.]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정으로 황상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소신은 오로지 한마음으로 황 상의 심부름을 하겠으며 천지회는 말할 것도 없고 천구회(天九會)의 향 주라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초조하게 생각했다. (사부님들과 오늘 밤 나의 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하면 그들을 못오게 하지?)
[황상께서 저에게 분부하여 이 몇 명의 반적들을 잡으라고 한 것은 그 저 소신의 마음을 시험해 본 것이죠. 황상께서는 이미 조처를 다 취해 두셨군요.]
이때 대전문 밖에서 누군가가 낭랑히 외쳤다.
[황상께 알립니다. 반적을 잡았습니다.]
강희는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소리쳤다.
[데리고 들어오게!]
위소보는 대답했다.
[예.]
그리고 그는 대문으로 달려가 빗장을 뽑고 대전문을 열었다. 수십 명의 시위들이 귀씨 집안의 세 사람을 끌고 들어와 일제히 소리 쳤다.
[황상께 인사드립니다. 끓어앉아라!]
그리고 수십 명의 시위들도 일제히 끓어 엎드렸다. 귀신수와 귀이낭, 귀종, 세 사람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곳 곳에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도 가슴을 편 채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굵은 밧줄에 묶여 있었고 바로 곁에는 각기 두 명의 시위 들이 붙잡고 있었다. 시위 영반(領班)이 호통을 내질렀다.
[꿇어 엎드려라! 끓어 엎드려라!]
귀씨 집안 세 사람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귀씨 집안의 세 사람과 상처 입은 시위들의 몸에서 핏방울이 끊임없이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귀이낭은 부릅뜬 눈으로 위소보를 내려보더니 호통을 질렀다.
[이 조그만 매국노야! 너는....너, 이 흉악한 도적아!]
위소보는 세 사람의 참상을 보고 마음속으로 괴로움을 느꼈으므로 그녀 가 욕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희는 고개를 끄 덕이고 말했다.
[신권무적 귀신수는 알고보니 쭈그렁 영감태기에 지나지 않는군! 우리 쪽에서는 얼마나 살상을 당했는가?]
시위 영반이 말했다.
[황상께 알립니다. 반적은 흉악하기 이를 데 없어 시위 가운데 순직한 사람은 삼십여 명이나 되고, 상처 입은 사람은 사십여 명이 됩니다.]
강희는 허! 하더니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속으로 칭찬했다. (대단하다!) 시위 영반은 수하에게 분부하여 세 사람을 끌어내도록 했다. 별안간 귀신수가 일성대갈하더니 내력을 돋우어 오른쪽 어깨로 옆에 있 는 시위를 와락 떠밀었다. 그 시위는 아! 하고 크게 부르짖더니 몸뚱이 가 날아가 머리를 벽에 부딪혀 대뜸 절명하고 말았다. 귀신수는 귀종의 몸에 묶여 있는 밧줄을 잡더니 세게 잡아챘다.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밧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곧이어 귀종의 몸을 잡고 큰소리로 말했다.
[얘야! 빨리 가라! 나와 어머니는 곧 뒤따라 가마!]
그리고는 귀종을 바깥으로 내던졌다. 귀종의 몸은 대전문 입구쪽으로 날아갔다. 이때 귀씨 부부는 몸을 날려 강희에게 달려들었다. 위소보는 갑작스런 변고가 일어나자 깜짝 놀라 즉시 강희를 안고 탁자 밑으로 기 어들어가 자기 등을 바깥쪽으로 해서는 강희를 보호했다. 그 순간 퍽 퍽! 하는 소리가 두 번 났고 곧이어 몇 명의 시위들이 달려와 강희와 위소보를 부축해 일으켰다. 귀씨 부부를 보니 이미 피바다 속에 엎어져 있는데 등에 일고여덟 자루의 칼과 검이 꽂혀 있어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귀신수는 힘써 수십 명의 시위들을 죽인 후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마 지막으로 내력을 돋우어 아들의 몸에 묶여 있는 밧줄을 자르고 즉시 강 희에게로 달려들었다. 귀이낭은 남편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녀 역시 죽 음을 당하기 전 습격을 가해서 오랑캐 황제의 목숨을 해칠 수 있기만을 바랐고 아들로 하여금 그 혼란을 틈타 도망치게 하려고 했다. 두 사람의 손발은 밧줄에 꽁꽁 묶여 있어서 다시는 힘을 주어 끊을 수 가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몸을 날려서 강희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온힘을 다해 싸운 끝이라 몸을 허공으로 띄울 때 미 친 듯 피를 토하면서 다시는 견디어낼 재간이 없어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시위들이 설사 다시 칼과 검으로 찌르고 치지 않았다 해도 두 사람은 이미 절명하고 말았으리라. 강희는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눈살을 찌푸렸다.
[끌어내라! 끌어내!]
시위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두 사람의 시체를 떠메고 나가려 했다. 별안 간 대전문 입구에서 그림자 하나가 흔들하더니 한 사람이 달려들어왔 다. 신법이 기이하도록 빨랐는데 귀씨 부부의 시체 위에 엎드리며 큰소 리로 부르짖었다.
[어머니! 아버지!]
바로 귀종이었다. 몇 명의 시위들이 무기로 내리치는데도 귀종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아 무기들은 모두 다 그의 몸에 적중되고 말았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 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나와 함께 가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나는 길도 모르는데....]
그리고 두 번 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떨군 채 죽어갔다. 그는 한평생 어머니와 한걸음도 떨어진 적이 없었고 매사에 어머니의 안배와 시중을 받아야 했다. 이제 부모 곁을 떠나자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고 비록 양심전에서 도망쳐 나왔으나 끝내 다시 돌아가 부 모에게 의지하려 했던 것이다. 시위총관 다륭이 대전 안으로 들어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황상께 아뢰오. 궁 안의 자객은 모조리....모조리....숙청되었습니 다....]
그러다가 양심전 곳곳에 피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황송하고 두려운 마음에 큰절을 했다.
[자객이 황상을 놀라게 했으니, 소신....소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강희는 조금 전 위소보에게 안겨서 몸을 굴려 무척 낭패한 꼴을 당해 위엄에 손상을 입기는 했으나 위소보가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자 기를 구하려고 했기에 군주인 자기에 대한 충성심만은 조금도 의심할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다륭에게 말했다.
[바깥에 또 사람들이 있어 위소보를 찔러죽이려고 하니 그대는 그를 잘 보호하되 한걸음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더욱더 그를 궁에서 나가 게 해서는 안 되네. 내일 아침 다시 분부를 내리도록 하겠네.]
다륭은 재빨리 말했다.
[예, 예. 소신은 정성을 다해 위 도통을 보호하겠습니다.]
위소보는 암암리에 야단났다고 생각했다. (황상께서는 오늘 밤 대포로 천지회를 박살낼 작정이구나. 내가 전갈을 할까 봐 다륭에게 분부하여 나를 지키도록 하는구나.) 강희는 대전 입구에 이르렀을 때 다시 생각했다. (소계자는 교활하기 짝이 없다. 다륭이라는 거친 사내는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다륭, 그대는 좀더 많은 사람을 시켜 위소보를 지키도록 하게. 그리고 그가 다른 사람과 말을 하도록 해서는 안되며, 그로 하여금 어떤 물건 을 궁 밖으로 내오도록 해서도 안되네. 어찌 되었든 간에 형세가 매우 위험하니 그대는 그를 국사범처럼 처리하게나.]
다륭은 대답했다.
[예, 예. 황상께서는 신하에게 크게 은혜를 베푸시어 정말 알뜰살뜰하 게 보살피십니다.]
그는 황상이 위소보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낀 나머지 자객들로 하여금 위소보를 해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상의 은혜는 소신의 몸이 가루가 된다 하더라도 보답하기 어렵습니 다.]
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 황제가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 체면을 세 워주기 위한 것이고, 이후 자기를 쓸 데가 따로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강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다시 한 번 이겼네. 우리 내일부터 다시 놀도록 하세. 그러나 그대의 금 밥그릇은 꼭 잡고 있어야지 깨뜨리면 안 되네.]
그리고 그는 양심전에서 나갔다. 강희의 그 두 마디 말은 위소보도 물론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위소보가 강희를 안고 보호한 것은 위소보가 다시 공을 세운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사부 진근남 등 몇 사람을 죽인 후에 자기가 천지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면 황제는 그때 다시 중용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금 밥그릇에는 공충체국(公忠體國)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러니까 황제는 자기에게 충성을 다하되 두 마음을 품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이기도 했다. 위소보는 사부와 천지회의 형제들이 피와 살이 마구 튀기는 참상을 생 각하자 자기가 설사 고관대작이 된다 해도 어씨 마음이 편안할 수 있겠 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되어 의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갈보년의 후레자식밖에 더 되겠는가?) 그는 다시 생각했다. (황상의 소식통이 그토록 영통한데 그 어느 후레자식이 황상에게 이야 기를 한 것일까? 오늘 아침 내가 처음으로 황상을 만났을 때 황상께서 는 나에게 무척 잘 대해 주셨다. 그리고 나를 싸움에 이기는 전장에 내 보내겠으며 내가 오삼계를 잡아서 평서왕에 봉해지기를 바란다고까지 하셨다. 그때까지도 황상께서는 내가 천지회의 위 향주라는 사실을 모 르고 계셨다. 그가 소식을 받은 것은 내가 늙은 갈보를 압송하여 태후 에게 갖다 바치는 때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개 같은 도적이 전갈을 한 것일까? 흥! 십중팔구 목왕부의 사람이 아니면 왕옥파 사도학의 부 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사십이장경을 훔치고 신룡교에서 백룡사 노릇을 한 일을 황상께서는 왜 또 모르시겠느냔 말이다.) 다륭은 그가 잔뜩 울상을 짓고 정신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짓자 어깻죽지 를 두드리며 웃었다.
[위 형제, 황상께서 그대를 이토록 총애하시니 정말 그대가 전세에 몇 번이나 은덕을 베풀었는지 알 수가 없구먼. 조정의 어느 친왕, 패륵, 장군, 대신이라 하더라도 황상께서는 한 번도 어전시위를 보내 보호한 적이 없다네. 모두들 위 도통은 이십 세도 되기 전에 공이나 왕에 봉해 질 것이라고 한다네. 그러니 그대는 걱정하지 말고 궁 문에서 한걸음도 나서지 않는다면 반적들에게 천군만마가 있다 해도 그대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을 것이네.]
위소보는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
[황상의 은덕은 그야말로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텁지요. 우리 신하된 자로서는 마땅히 정성을 다하여 황상의 은전에 보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수십 명의 시위가 전후좌우에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천지회 의 형제들에게 전갈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렵고도 어려운 노릇이라 고 생각했다. 왕이나 공에 봉해진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다. 차라리 소황제가 나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큰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치는 것이 낫겠다. '이 녀석아! 깨끗이 꺼져! 다시는 내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말아라.' (이렇게 보호해 주는 것은 그야말로 나의 부끄러운 목숨을 보호해 주는 격이 되겠구나.) 다륭은 말했다.
[위 형제, 황상께서는 그대에게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분부했는데 그 대는 예전에 살던 방으로 가서 쉬겠는가? 아니면 시위 영반의 방으로 가서 함께 놀겠는가?]
그는 위소보가 주사위 노름과 패구 노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 기 때문에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위소보는 갑자기 마음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어서 말했다.
[태후께서 나에게 중요한 일을 즉시 처리하도록 분부하셨으니 다형이 함께 가주셨으면 좋겠소.]
다륭은 얼굴에 난처한 빛을 띠었다.
[태후께서 분부하시는 일이라면 즉시 해결을 해드려야지. 하지만....하 지만....황상께서는 엄하게 분부하셨네. 위 형제가 절대 궁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하라고....]
위소보는 웃었다.
[이것은 궁 안에서 하는 일이니 다형은 걱정할 것 없소이다.]
다륭은 즉시 안심하고 웃었다.
[궁에서 나서지만 않는다면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네.]
위소보는 시위들에게 분부해서 신황태비의 난교를 즉시 신무문 서쪽의 쓰레기 태우는 곳으로 떠메고 가서 말했다.
[누구라도 교자의 휘장을 들춘다면 태후께서는 즉시 머리를 자르라고 하셨네.]
자객이 황태비의 난교를 습격했던 일은 다륭과 시위들이 모두 알고 있 었으나 그 가운데 얽힌 진상은 몰랐으므로 불안스럽게 생각하고 있었 다. 그런데 위소보가 난교를 떠메고 가서는 불로 태우겠다고 하자 그것 이야말로 하늘처럼 커다란 화근을 제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각기 마음속으로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내려놓는 격이 되었다. 그리하여 즉시 다륭은 위소보를 따라 난교를 화장터로 옮겼다. 그런데 길을 오는 동안 교자 안에서는 여전히 핏방울이 떨어졌다. 다만 교자 안에서 죽은 사람 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화장터에 이르자 허드레 일꾼들이 장작과 나믓가지들을 쌓아올려 난교 사방을 뒤덮고는 불을 질렀다. 위소보는 나뭇조각을 주워서는 한 마리의 참새를 그리고 두 손으로 그 나뭇조각을 붙잡고서 교자 쪽을 향해 빌었다. (수두타, 늙은 갈보,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부부 노릇을 못했으니 저승 에 가서라도 천년 만년 부부가 되시오. 그대들을 죽인 귀씨 집안의 세 분도 이미 죽고 말았소. 그대들이 한걸음 앞서갔고 그들은 뒤따라갔소. 만약 내하교(柰何橋) 위에서나 망향대(望鄕台) 가에서 만나게 되면 서 로 친근하게 굴도록 하시오.) 다륭은 그가 입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죽은 자의 영혼이 일찌감치 왕생극락하라고 빌어주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소보는 몇 개의 돌을 옮겨서 조그만 돌무덤을 만들더니 그 위 에 나뭇조각을 꽂아놓았는데 그것은 마치 한 대의 향을 피우는 것과 흡 사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위소보가 도홍영과 연락하는 표시인 것을 다륭이 어찌 알겠는가? 교자와 시체가 모두 숯덩이가 된 것을 보고 위소보는 자기가 옛날 머물 렀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미 그를 받들던 태감들이 깨끗이 청소를 해놓 고 그가 들어가자 즉시 술과 음식을 날라왔다. 위소보는 행화전을 내리고 다륭과 시위들과 함께 약간의 음식을 들면서 말했다.
[다형, 그대들은 느긋하게 앉아 계시도록 하십시오. 이 형제는 어젯밤 밤새도록 황상을 위해 일을 처리하느라고 실로 피곤하기 짝이 없군요.] [형제, 너무 겸손해 할 것 없네. 빨리 가서 주무시게. 이 형이 그대를 보호해 드리지.] [그것은 진정 천만 년 감당할 수 없는 일이외다. 다형, 그대는 황상께 서 그대에게 무엇을 내리기를 바라오? 그대가 나에게 이야기한다면 이 형제는 마음속에 기억해 두었다가 황상께서 기뻐하실 적에 그대를 도와 말씀을 드려보겠소. 그러면 아마도 십중팔구 성공할 수 있을 것이오.]
다륭은 매우 기뻐했다.
[위 형제가 내 대신 황상에게 부탁을 하겠다면 어찌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형의 일은 바로 이 형제 자신의 일인데 어찌 힘을 쓰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다륭은 웃었다.
[이 형이 북경에서 일을 보는 것은 약간 싫증을 느끼게 되었네. 그래서 바깥 성(省)으로 나가 기분을 전환했으면 하네.]
위소보는 무릎을 치고 웃었다.
[형의 말씀이 옳소이다! 북경성 안에는 우리보다 높은 왕공이나 대관들 이 너무 많아 우리가 별로 위풍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단 북 경에서 벗어나면 자유롭기 이를 데 없지요. 몇 냥의 은자를 갖고 싶으 면 그저 기침을 한 번 하면 상대방이 즉시 순순히 두 손으로 바치는 것 이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위소보는 방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침대 위에 누워 속으로 생각했다. (다형은 황상의 성지를 받들어 나를 꼼짝 못하게 감시하고 있다. 내가 궁에서 나가 사부에게 전갈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중에라 도 고모님이 오거든 그녀에게 전갈을 하도록 해야지. 그런데 그녀가 너 무 늦게 올까 봐 걱정이 된다. 만약 그녀가 야밤 삼경에 만나러 온다면 저쪽의 대포는 이미 펑펑 쏘아졌을 때니 어떻게 하면 좋지?) 그리고 잠시 넋을 잃고 있었다. (지금은 방법을 강구해서 시위들을 내보내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 는 수밖에 없구나.) 이와 같이 생각이 정해지자 그는 눈을 감고 한숨 잤다. 그리고 깨어보 니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졌는데 미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방에 서 나가 다륭에게 물었다.
[다형, 다형은 나에게 손을 쓰려고 하는 한 때의 반적들이 어떤 내력을 지니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건 모르지.] [한 패는 천지회의 사람들이고 한 패는 목왕부의 사람들입니다.]
다륭은 혀를 내밀었다.
[그 두 패의 반적들은 모두 다 대단하지. 그러니까 황상께서 그토록 걱 정을 하셨구먼.] [내가 궁 안에서 하루를 지낼 수 있다 해도 한평생은 피할 수 없습니 다. 오늘은 다형이 있어 보호를 받고 있지만 반적을 제거하지 않고는 언제나 후환이 무궁합니다.] [황상께서 내일 부르실 때는 반드시 묘책이 있을 것이니 위 형제는 너 무 걱정하지 말게.] [예, 솔직히 형님에게 말씀드려서 형제 집에는 몇 명의 꽃 같고 옥 같 은 계집애들이 있는데 이 형제는 무척 좋아하지요. 아무래도 오늘 밤 반적들은 저의 집으로 들어와 나를 찔러 죽이려고 할 것인데 만약 그들 이 이 형제를 해칠 수 없으면 십중팔구 그 몇 명의 계집애들을 죽이고 말 것입니다. 그....그거야말로 매우 애석한 노릇이죠.]
다륭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언젠가 위소보가 자기에게 일부러 정극상을 괴롭히도록 하라고 이른 것도 바로 한 명의 나이 어린 미녀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이 소형제가 풍류적이고 호색적이라 나이는 어리지 만 집안에 이미 많은 시첩들을 거느렸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쉬운 노릇이네. 내가 사람을 형제의 백작부로 보내 보호하겠 네.]
위소보는 크게 기뻐하며 두 손을 맞잡고 사의를 표했다.
[형제 집의 계집 가운데 내가 가장 총애하는 사람은 세 사람이 있습니 다. 한 사람은 쌍아이고 한 사람은 증유이며 한 사람은.... 검병(그는 속으로 목검병이라는 목 자를 들먹이면 의심을 받게 될것이라고 생각했 다)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모두 다 볼만한 편이지요. 그러나 이 형제는 실로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형께서 사람을 보내 보호해 주시면서 그 녀들에게 오늘 밤 천지회와 목씨 집안의 자객들이 찾아들 것이니 그녀 들에게 빨리 피하라고 일러 주십시오. 형이 좀더 많은 사람들을 보내 형제의 집을 지키고 있다가 자객이 오면 모조리 잡아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형제가 힘을 쓴다면 제가 마땅히 사의를 후하 게 표하도록 하지요.]
다륭은 자기 가슴팍을 치며 웃었다.
[고 일은 쉬운 일이라네! 위 백작부의 일인데 어느 누가 목숨을 걸고 도우러 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는 즉시 시위 영반에게 분부하여 내보낼 사람들을 뽑도록 했 다. 시위들은 위소보의 손 씀씀이가 매우 커서 평소 아무 일도 하지 않 는데도 종종 팔 백이고 천 냥의 행화전을 주는데 이번에 그야말로 그가 총애하는 시첩들을 보호하게 된다면 더욱더 두터운 상을 받게 되리라 생각하고 뽑힌 사람은 즉시 즐겁게 명을 받들고자 했다. 그리고 자기 차례가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은 긴 한숨을 내쉬며 운수가 좋지 않다고 투덜거렸다. 위소보는 속으로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쌍아 그녀들은 궁에서 사람들이 나와 보호하고자 하며 또한 천지회와 목왕부의 자객들을 잡으려 한다는 말을 들으면 자연히 우리 사부와 형 제들에게 피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피할 수 있 는데 쌍아와 증 소저 그리고 소군주 세 사람이 대포에 맞아죽게 된다면 얼마나 큰 야단인가. 하지만 한 때의 어전시위들이 나의 집에 있으면 밖의 포수들도 함부로 대포를 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만약 포수들이 황제의 엄한 성지를 받고 삼칠은 이십일은 상관하지 않 고 마구 쏘아댄다면 어떻게 하지?) 소군주와 중유는 그렇다 해도 쌍아는 자기에게 그야말로 정이 깊고 의 리가 깊었다. 쌍아는 그의 마음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며 절대로 그녀가 목숨을 잃도록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일은 두 가지 점에서 난처했다. 만약 시위들로 하여금 쌍아 일행을 먼저 영접해내도 록 한다면 남아서 사부와 형제들에게 전갈할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쌍 아를 구하고 사부를 구하지 않는다면 색을 중시해서 친구를 가볍게 여 기는 것이니 이것은 후레자식이나 할 일이다. 일시 그는 방안을 서성거 리며 계책이 없어서 안절부절 못했다. 그렇게 반 시진이 흘러갔다. 사람들을 이끌고 충용백부로 달려갔던 시 위 영반이 돌아와 보고했다. 그들은 백작부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전봉영의 관병에게 저지를 당했는데 전봉영의 관병들을 거느리고 있는 참령의 말로는 그들이 황상의 성지를 받들어서 백작부를 보호하고 있으 니 시위대인들은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시위들이 안으로 들어가 가족들을 보호해야겠다고 했더니 전봉영은 한 사코 들어가지 못하게 하며 황상께서 모든 일에 이미 안배를 했다고 하 더라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전봉영의 아통령까지도 친히 달려와 저지하 는 마당이라 시위들은 그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돌아오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그 소리를 듣자 몹시 당황했다. 다륭은 웃었다.
[형제, 황상께서는 정말 그대를 치밀하게 보살피는구먼! 전봉영의 관병 으로 하여금 그대의 소미녀들을 보호하도록 하니, 그대가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하하! 하하하!]
위소보도 덩달아 몇 번의 웃음을 날리고 생각했다. (소황제가 무슨 무엇 중에 무슨 천리 밖에 있다는 것처럼 이번에야말로 우리 사부님 등은 정말 큰 화를 당하게 되었구나. 전봉영은 틀림없이 황상의 엄한 성지를 받들어 나의 백작부 사방을 지키고 있으면서 여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내버려두었다가 저녁에 대포를 쏴서 함께 죽이려 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문부관원이라 하면 들어가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있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내가 갑자기 함사사영(含沙射影)이라는 암기를 쏘아 다형의 목숨을 빼 앗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많은 시위들을 어찌 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애석하게 내가 가지고 있던 몽혼약은 장씨 집안에서 모조리 써 버렸으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구나.) 그는 해가 자꾸만 더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마치 뜨거운 솥 위의 개미 처럼 안절부절못했으며, 전신이 화끈거려 오줌을 갈기고 또 갈겼으나 눈꼽만큼도 대책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떻게 하랴? 다시 한 시진이 흐르자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위소보는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일고여덟 명의 시위들이 창밖에서 매 우 엄밀히 지키고 있었다. 그는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도홍영의 모습 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힘없이 침대 위에 걸터앉아 속으로 생각했다. (이 무렵쯤이면 친구들은 이미 백작부로 들어갔을 것이다. 일각이라도 더 지체하면 형제들은 저승길에 한걸음씩 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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