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도윤 여성부 장관과 황운하 총경이 27일 불이 꺼진 대전 '유천동 텍사스'를 돌아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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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중구 유천동 서부터미널 뒤 '유천동 텍사스'는 방석집 형태 성매매 업소 67곳이 밀집돼 있던 곳이다. 30년간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이 거리에 요즘 불이 모두 꺼졌다. 44곳이 폐업신고를 했고 5곳이 휴업신고를 냈다. 나머지 18곳은 영업을 중단한 지 오래다. 업소 간판이 떨어진 자리에 건물을 임대한다는 안내문만 가득하다. 지난해 7월 성매매 단속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최근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이 곳을 직접 찾아본 뒤 '경이로운 결과'라고 말했을 정도다.
'유천동 텍사스' 폐쇄를 진두지휘한 것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장(47·당시 대전 중부경찰서장)이다. 황 과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당시 경찰청장의 사퇴를 거론하거나 경찰 수사권 독립에 목소리를 내는 등 소신 발언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와 성매매 단속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성매매 업소가 도심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면 경찰이 불법을 묵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단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속을 들여다보니 성매매 업소 여종업원에 대한 인권 유린 상황이 심각했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한 종업원은 병원도 못 가게 막으며 영업을 강요했다. 치료를 막았으니 사실상 죽어가게 방치한 것이다. 지능이 낮은 다른 종업원은 감금당한 채 하루 한 끼만 밥을 먹었다. 살이 찌면 손님이 싫어한다는 이유다. 화장실에서 몰래 생라면을 뜯어 먹다가 심하게 구타당하기 일쑤였다. 이들처럼 감금당한 채로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여종업원 12명은 구조되어 자활기관에 넘겨졌다.
황 과장은 이러한 실태에 대해 충격을 받고 지난해 7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다.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했죠. 성매수 남성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가정과 직장에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성매수 용의자 500여명 명단을 확보해 모두 소환조사를 벌였다.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당기관에 징계 통보를 했다. 사용된 카드가 법인카드인 경우에는 법인대표를 소환해 성매매 업소 이용을 방임했는지 추궁했다. 여성청소년계 조사실은 성매수 남성들로 매일 북적거렸고 서로 얼굴을 들지 못 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다. 수십 명을 소위 '망신주기' 처벌로 단속하자 '유천동 텍사스'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