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 리뷰
한귀은 지음 이봄 刊
일찌기 인간 사이를 회자정리 거자필반(去者必返 會者定離)이라고 불가에서 대열반경
으로 설파한다, 혹자들은 문맥상 생자필멸(生者必滅)도 덧붙혀 다분히 철학적으로 정
의들 한다. 이 책 "이별 리뷰" 는 헤어짐의 미학까지도 다루는 리포트쯤으로 음미하며
다가온다. 이별이란 분명히 인간관계의 실패학이며 희망을 갖기위해서는 실패를 완성
해야 한다고 저자는 아예 미리부터 에필로그 한다.
이별을 깨끗하게 클로징하는 방편으로 이별 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무엇을 준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는 문학으로 가야 한다면서 '병들지 않았음에도 불구
하고 모두들 아파만 하는 현대인들의 치유에 나선다. 문학으로 고쳐야 한다는 처방전
을 발부한 그네는 경상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니 그 설득력에 신뢰부터 품
게 만든다. 문학의 소명은 치유에 있다고 굴뚝같은 신념이 있다는 데야 무슨.
저자는 우리가 의심도 없이 전폭적으로 믿게 만드는 언론, 즉 진주 KBS 라디오에서 '책
테라피' 라는 멋진 코너를 진행했다. 진작 알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못내 아쉬운 부분
이지만 책이 신통한 치유제치고는 일체의 부작용이 없는 지극히 안전하고 은밀 하단다.
허긴, 스테로이드라는 것도 그 탁월한 효능성에 비해 치명적인 독성을 함유한 이중성을
내포하지만 책이사 어디 그런가.
이별을 자의식에 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이들의 이별 트라우마를 불식하고 이별을
완성(?)하려면 따지지말고 문학으로 가야 한단다. 이별을 치유하는 방법론으로 책읽기를
제시하는 필자의 테라피 처방은 심도있게 와닿는, 독특한 책이다. 그러더보면 헤어진 연
인이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읻 든다면서.
이별 케어는 시간의 흐름에만 맡겨 무뎌짐으로 덮어버리는 미봉이 아니라 이별을 제대
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별에 담담
할 수 있다면 도인의 경지일 테지만, 저자의 이별에 대한 철학과 인식이라면 이별을 일
상사로 여기라는 적극적인 이별 테라피가 아닌가. 난해함 없이 공감할 수 있겠다 싶다.
누구든 이별은 속터지는 일이다. 뉘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꿈꾸겠냐마는 이별이
피해갈 수 없는 지경이라면 체념하고 통과의례로 보고 적극 대처하는 게 상책이다. 그
쓰라린 이별을 치유할 방도로 꽤 괜찮은 문학작품들을 읽으란다.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
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기도 하는 숱한 이별을 통해 아픔을 회석시키란다. 아무튼 그
모진 쓰라림을 책으로 치유하라는 것은 멋드러진 차선책이다 안 헤어지는 것을 최선으
로 보면 말이다.
모처럼 칙릿 책을 접했다. 속물 문화와 루저 문화를 연동시키며 '나는 이별 당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도 연상케 해주니, 연신 감탄하며 읽히며 되게 독자를 手不釋卷케 한다.
첫댓글 책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말 공감합니다. 문학은 치유에 있다는 발상은 제가 가지고 있던 어렴픗한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말이네요.
책의 주인공이, 어느 때는 작가가, 책을 읽는 동안은 계속 같은 내가 될때가 많이 있거든요.
아픔뒤에 마음이 고요해지면 책을읽으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는데 문학이 치유가되는군요 ...... 글감사합니다
이별을 일상으로 여기고 숱한 이별을 통해 아픔을 희석시킬 수밖에 없는게 우리네 삶인가요? 어수선한 삶의 본 바탕은 원래 외로움이니까요....
독후감 쓰시는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만남과 이별은 동질 선상의 진행형이지요.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기에 책을 통한 경험이라도 쌓아놓아야 할 이유가 있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