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린 시인의 제3시집 『누군가의 봄은 매듭으로 온다』는 삶의 매듭을 시로 푸는 고요하고 깊은 여정이다. 사랑과 상처, 그리움과 회복이 얽힌 감정의 매듭을 시인은 유년의 순수한 눈으로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언어로 풀어낸다. ‘사랑받은 것들은 한없이 순하다’는 문장처럼, 그녀의 시는 내면의 상흔을 어루만지며 잊힌 감정들을 되살린다. 시인은 회피하지 않고 매듭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고통도 사랑도 뿌리처럼 엉켜 있는 것을,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시집은 삶의 어느 지점에 멈춰 선 이들에게 따뜻한 숨결이 되어준다. 이제, 당신 안의 봄도 이 매듭 속에서 피어나길 바란다.
<작가소개>
시인 김예린
본명 : 김애숙
1958년생, 충남 논산
[약력]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강원시조 시조 등단, 강원디카시조 디카시 등단
문학공간 시 등단
현대 시문학 시 등단, 디카시 등단
신춘문예 샘문학상 동시 등단
한국예술인협회 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사) 문학그룹 샘문 이사
(사) 한용운 문학 회원, (주) 한국문학 회원, 샘문시선 회원
[문학상 경력]
강원시조 장원, 강원디카시조 수상, 글나라백일장 수상
남명문학상, 석정문학상, 영남일보 달구벌문예대전 수상
신춘문예 샘문학상, 청백리 최만리 시조 문학상
한용운문학상, 한국문학상, 신정문학상, 산해정문학상
박덕은 전국 백일장 금상, 박덕은 전국 디카시 최우수상
현대시문학 커피 문학상 대상
현대시문학 디카시 문학상 대상
현대 시문학 삼행시 문학상 외 다수
<이 책의 목차>
제1부. 쉼표가 있는 집
쉼표가 있는 집
길 위에서
숲의 이야기
숲의 시
회전하는 나
누군가의 봄은 매듭으로 온다
바람의 기도
가슬
춘설
최화우(摧花雨)
복사꽃 정원에서 (1)
복사꽃 정원에서 (2)
달빛은 건너는 법을 안다
사랑
불장난
일방통행
봄을 캐다
제2부. 꽃마리, 그 자리에서
나의 천사
바람꽃
꽃마리, 그 자리에서
투명한 이별
말하지 않아도 닿는 마음
달꽃이 물든 외길
에스프레소 (1)
에스프레소 (2)
내 옆 빈자리
블랙커피를 마시는 밤
너머 그 너머
위험한 사랑
쭈소반의 밤
초야
생쪽 각시
제3부. 당신의 뿌리에서 잎이 진다
당신의 뿌리에서 잎이 진다
석화
상사화
삶이 따스하던 그 자리에
쑥부쟁이
귀전우(鬼箭羽)
바람을 밟고 사랑
감나무
나의 조타수
딸네 집 갔다가 (1)
딸네 집 갔다가 (2)
마삭줄
잃어버린 그림자
몰빵 친구
고무줄놀이
가위의 시간
곗돈은 뱀처럼 돌아온다
제4부. 바람은 바람을 몰고 다닌다
투명한 지문
숨결의 기율
소리
주홍의 노스텔지어
초대받지 않은 손님
고귀한 사랑
죽순
절개
북어
민초
물고기의 비행
바람은 바람을 몰고 다닌다
지나가다
작은 틈새 사이로
공기뿌리
마법의 눈 (1)
마법의 눈 (2)
타이탄 아름
<본문 詩 [회전하는 나] 전문>
내 몸이 종일 회전하는 일로 간질거린다
봄의 숨결이 내부와 외부로 스며드는 걸까
어디선가 여린 씨앗들이 몸을 뒤척이며
날개를 틔우기 위해 안과 밖이 속삭인다
보이지 않는 떨림이 몸속 깊숙이 파고들어
경계를 지우고 공존하는 봄을 맞는다
마침내 내 안의 씨앗이 틔우는 시.
<추천사>
김예린 시인의 제3시집 『누군가의 봄은 매듭으로 온다』는 삶의 매듭을 시로 풀어낸 한 사람의 고백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감싸 안는 조용한 위로다. 시인은 묻는다. “무엇으로 매듭을 지었을까요?” 그 물음은 개인의 회한을 넘어, 존재의 본질에 닿는다. 그녀의 시는 기억이라는 흙 속에서 움튼 씨앗처럼, 기다림의 시간 끝에서 조심스럽게 피어난 감정의 풍경들이다.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누군가의 봄은 매듭으로 온다’에서, 시인은 ‘몸부림의 자리’에 주목한다. 매듭은 단지 얽힌 끈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틀어낸 고통과 용기의 자리라 말한다. 시인의 봄은 따뜻한 생명의 언어로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매듭처럼 아픈 기억의 껍질로 다가온다. 시인은 그러한 매듭들을 ‘사랑이 깨지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자꾸만 흐르는 것이 강물이니까’라며 끌어안는다. 이 시의 마지막 행, ‘이 매듭 안에서 당신을 좀 더 풀어보고 싶습니다’에서 시인은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시로 승화시키려는 단단한 의지를 드러낸다.
김예린 시인의 언어는 유년의 순수에서 출발해, 성숙한 생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삶이 따스하던 그 자리에’에서는 고구마를 숨 쉬게 했던 마루 밑 토굴과 장독대 항아리를 닮은 어머니의 손길, 무쇠솥처럼 든든했던 아버지의 존재가 그리움의 밭으로 피어난다. ‘짭조름한 풋김치 한 접시에 깊은 정 곁들여 차린 한 끼의 포근한 밥상’처럼, 시인은 우리의 일상을 다시 데우고, 꺼진 감정을 되살린다.
이 시집을 통해 시인은 개인의 상처와 그리움을 넘어서, 보편적인 감정의 결을 짓는다. ‘사랑받은 것들은 한없이 순하다’는 구절처럼, 그녀의 시는 사랑과 상처, 슬픔과 회복의 균형을 말없이 잡아낸다. ‘귀전우’에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귀신도 비켜간다는 화살나무의 이미지와 맞물려 시적 격정을 정제된 언어로 새기고 있다. 한 줄의 시가 그리움의 화살이 되어, 삶의 중심을 향해 날아간다.
김예린 시인의 시는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랑에 대한 강한 확신이 깃들어 있다. ‘죽순’의 한 구절처럼, ‘기다림조차 생명의 일부였음을’ 시인은 안다. 이 기다림은 봄을 예비하는 동면의 시간이며, 시로 꽃 피우기 위한 인고의 내면이다. 그리하여 시집 전체는 하나의 대서사, 한 인간이 매듭을 풀기 위해 건너온 시간의 결을 엮은 서정적 연대기다.
제3시집 『누군가의 봄은 매듭으로 온다』는 독자가 자신의 매듭을 들여다보게 하는 은밀한 거울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삶의 어딘가에 매듭 하나쯤은 안고 산다. 그것이 사랑이든, 상실이든, 꿈이든 이 시집은 그 매듭을 풀기 위한 작은 실마리를 조용히 건네준다. ‘가슴 어딘가에서 고무줄이 그 시절을 착, 착 감아올리지’라는 구절처럼, 이 시집은 우리가 잊었던 시절을,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 꺼내 보게 한다.
김예린 시인은 매듭의 언어를 가진 시인이다. 그녀는 시를 통해 묻고, 스스로 답하며, 끝내는 독자에게 그 실을 건넨다. 그 매듭이 우리 삶에 닿기를, 그 실의 끝에 새로운 봄이 기다리고 있기를, 이 아름답고도 아릿한 시집을 모든 독자에게 권한다.
(김예린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52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