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詩 모음"
'국화 옆에서'
시인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나뭇잎 러브레터'
- 시 / 이해인
당신이 내게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 가을엔 나도
나뭇잎 한 장으로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의 러브레터를
쓰겠습니다
『가을편지』
- 시 /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에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이래요
- 시 / 박목월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래요
하늘 높고 물 맑은 가을이래요
울타리 수숫대를 살랑 흔드는
바람조차 쓸쓸한 가을이래요
단풍잎을 우수수 떨어뜨리고
바람은 가을을 싣고 온대요
밤이 되면 고운 달빛 머리에 이고
기러기도 춤추며 찾아 온대요
첫댓글 읽기 편하며 쉬이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고운 가을시를
계절 맞추어 올려 주심에 감사하면서 고운 시간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