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복
서윤후
밤에만 환해지는 백자귀 목마르고
나는 나를 떠나려고 하네
저의 완전한 고독을 믿으십시오*
흉터 직전의 욱신거림으로 나를 달래느라
젖은 줄도 모르게 오는 고백이지
여기는 어둠이 배긴 방이어서
온 사람도 없이 이만 가보겠다고 말하지
입술 없이 혀만 가져가는 곳
드물게 나를 베껴 적는 곳
분간하기 어려우니 어둠인 것이지
나는 알 수 없이 울창해지는 병을 얻고
살아 있다는 것은 그래
산성비와 진눈깨비도 걸음을 멈춘 태풍에
끊임없이 흔들려주는 것
혼자서 끊임없이 이 밤을 쇄도하는 것
시간은 질주하네 풍속도 없이
어둠의 우렁찬 송곳니처럼 나는 씹다가
깨문 혀에 벌떡 일어나는 아침조차 비껴갈 수 없으니
사실 이곳이 마음에 든다고
이보다 더 어울리는 나는 없었다고
쪽문 모양으로 들어차는 밤빛에게 말하였지
그럴 리 없을 것 같은 일들로
진짜가 만들어지는 시절이군요 지금은
내 혼돈은 어둠 속에서 가장 희고 고운
발꿈치를 들고 맴돌았지
춤처럼 발악하라
음악처럼 사악하라
어둠을 거역한 순간부터 나는
반짝거리기 시작했지 눈이 멀어도 좋으니까
아무것도 오지 않았으면서
향기만 남은 밤 이런 것은 뭐지
그것은 어둠이 내 고독을 의심했다는 증거
----*다자이 오사무.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서윤후의 매복
애지사랑
추천 0
조회 94
21.02.18 11:4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