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성, 단기주거, 24-10, 시선
점심을 먹고 서은성 씨의 단골 카페 공차에 갔습니다.
서은성 씨는 오늘도 카페에 들어가며, 큰 소리로 인사하십니다.
“안녕하세요!”
메뉴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오스크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서은성 씨가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하도록 돕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주문을 구실로 사장님과 서은성 씨가 함께하도록 도왔습니다.
카운터 앞으로 이동하여 주문했습니다.
“바닐라라떼 주세요.”
“뜨거운 거로 드릴까요? 차가운 거로 드릴까요?”
“차가운 거로요! 시럽 많이 넣어주세요.”
“네~ 얼음은 얼마나 넣어 드릴까요?”
“적게 주세요.”
“영수증 드릴까요?”
“네! 주세요.”
공차에서 주문하던 처음과 사뭇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물어보시고 주문받던 모습이,
지금은 서은성 씨와 계속 눈을 마주치시며 주문을 받습니다.
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계속 공차를 이용하고, 서은성 씨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도록 도우니 사장님께서도 같이 도와주십니다.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사람 사는 것 같고, 살만한 것 같습니다.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는 일반 수단과 일반 생활권에서 약자를 분리 배제 차별하지 않는 사회, 여느 사람이 이용하는 일반 수단을 약자도 이용할 수 있는 사회, 사람들이 ‘제 마당 제 삶터에서’약자와 함께하는 사회입니다.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 만한 사회, 사람들과 부대끼며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을지라도 혼자는 아닌 사회, 고운 정이든 미운 정이든 정붙이고 살 만한 곳, 사람 냄새 나는 곳입니다.
『복지요결』사회사업 이상, ‘1. 정의로운 사회’, ‘2. 인간적인 사회’ 발췌
서은성 씨에게 어제 부모님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부모님 가게에 찾아뵙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같이 슬퍼하거나 아쉬워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쉬움도 실망도, 슬픔도 서은성 씨 몫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서은성 씨가 커피를 마시며, 공방 선생님께 빵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서은성 씨가 어느 빵집을 갈지 고민하는 사이, 사장님께서 오셔서 빵집을 추천해 주십니다.
“파리바게뜨 빵이 맛있어요. 추천합니다.”
“뭐가 맛있어요?”
“다 맛있는데, 저는 롤케이크랑 식빵, 고로케 추천하고 싶어요.”
“꽈배기는 어때요?”
“꽈배기도 맛있어요.”
“꽈배기랑 롤케이크 사 가야지!”
그렇게 공방에 갈 때, 롤케이크와 꽈배기를 사 갔습니다.
누구나 마음에 ‘선의’를 갖고 있습니다.
처해 있는 상황, 환경 때문에 마음 저편에 묻어 둘 수도 있습니다.
사회사업가는 ‘부싯돌’입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다 보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의’에 작은 불꽃을 일으킵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듯, 선의가 점점 커갑니다.
오늘 사장님의 모습이 그러해 보였습니다.
행복합니다. 복에 겨워 눈물이 납니다.
서은성 씨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빵집과 메뉴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7월 4일 목요일, 김지성
1. 서은성, 단기 주거, 24-1, 부산 가봤어요?(김지성)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04
2. 서은성, 단기 주거, 24-2, 아무것도 안했는데(김지성)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06
3. 서은성, 단기 주거, 24-3, 즐거운 상상(유은철)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12
4. 서은성, 단기 주거, 24-4, 펜션 모임(김지성)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13
5. 서은성, 단기 주거, 24-5, 목사님과의 대화(유은철)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21
6. 서은성, 단기 주거, 24-6, 케이블카 타러 가요(김지성)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22
7. 서은성, 단기주거, 24-7, 사랑이 느껴진다(김지성)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26
8. 서은성, 단기주거, 24-8, 부산 단기주거 계획(김지성)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27
9. 서은성, 단기주거, 24-9, 아무것도 안 했는데 2(김지성) : https://cafe.daum.net/ilove392766/YVPw/132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7.07 11:23
첫댓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에 시선을 두고 꾸준히 돕다 보면 지역사회의 변화를 목도하는 경우가 있죠. 그때의 보람과 기쁨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죠. 김지성 선생님이 사례 나눌때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서은성 씨에게 어제 부모님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부모님 가게에 찾아뵙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같이 슬퍼하거나 아쉬워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쉬움도 실망도, 슬픔도 서은성 씨 몫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잘했습니다. 슬픔도 아픔도 당사자의 몫으로.
공차가 서은성 씨의 단골 가게가 되겠네요. 공차 사장님,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상황 잘 전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쉬움, 실망, 슬픔이 서은성 씨의 몫입니다.
삶이 언제나 행복하지는 않지만 서은성 씨는 잘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을 기약합니다.
처음과는 다른 공차 사장님의 시선이 느껴져서 좋아.
아쉽게도 서은성 씨가 원했던 가게 방문을 하진 못했지만 다음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