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2023.
눈 내리는 전주 흥남문.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아무리 배터지게 먹어도 금강산은 갈 수 없다. 이럴 바엔 배부르게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딱 떠오른 곳이 있다. 바로 전주다. 그 곳에는 사불여(四不如)라는 말이 있다. 벼슬아치는 아전만 못하고(관불여사, 官不如吏), 아전은 기생만 못하고(사불여기, 吏不如妓),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기불여성, 妓不如聲), 소리는 음식만 못하다(성불여식, 聲不如食)는 말이다. 전주 음식으로 행복 사불여! 걸어서 만나볼 수 있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전주 미각 식당을 소개한다.
갈비에 스트레스까지 뜯어먹을 수 있는 효자문
전주 갈비탕 전문 효자문
전주 효자문은 1978년 문을 연 불갈비 명소다. 바로 앞에 수원 백씨 효자장려각이 있어 식당 이름을 이어졌다. 주 메뉴는 직접 구어나온 불갈비다. 양념 맛이 무리가 없고, 씹는 맛도 느낄 수 있다. 손에 잡고 갈비 뜯으면 세상 비탄까지 왈칵 씹는 맛에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여기에 반갈비탕이면 한끼 식사의 행복이 밀려온다. 한우만 사용해서 가격이 좀 나가지만, 눈 딱 감고 먹으면 돈 생각도 함께 뜯겨 나간다. 전주의 ‘핫플’로 떠오른 전주객사길에 있다.
효자문 갈비 구이.
‘초장’(?)부터 맛이 있는 복국 전문 태봉집
복국 전문 전주 태봉집
겨울에는 뭐니 뭐니 해도 뜨끈한 국물이다. 이 때 어울리는 곳이 태봉집이다. 1976년 문을 연 복어 전문식당이다. 복탕에 미나리와 콩나물을 넣은 국물 맛은 두 말이 필요 없다. 복어 지리탕에, 말(?)만 잘하면 복어 알집인 곤이까지 내 줄 정도로 손이 크다.
전주 태봉집 모주
이 집의 특징은 손님이 직접 제조하는 초장이다. 베이스가 좋은 데다가 손님이 직접 마늘량을 정해 넣으면 알싸한 그 맛이 ‘끝내 준다’. 여기에 계피향 짙은 모주 한 잔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마무리야 진하게 우려진 국물로 볶아낸 밥이다. 밥심이 절로 난다. 이외에도 아구, 홍어 등을 찜과 탕으로 내놓는다. 전주객사길에 있다.
전주 태봉집 복국.
‘숙취’ 약으로 팔아도 좋은 콩나물국밥 현대옥
전주 현대옥.
서울에도 체인점이 넘쳐나지만, 원조집을 코 앞에 두고 안 갈 수는 없다. 원조 현대옥은 전주 남부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30년 넘게 이어오면서 콩나물국밥으로 명성을 얻었다. ‘현대옥’은 토렴식 콩나물국밥이다. 여기에 수란과 오징어를 곁들여 먹으며, 맛은 업그레이드 된다.
국밥에 오징어가 올려지고, 수란과 김은 따로 나온다. 먹는 법이야 이미 들렀던 체인점에서 익힌 대로하면 된다. 김은 손으로 대충 부셔 국밥에 넣고, 수란엔 국밥 국물을 두세 숟가락 넣어 속을 달래주면 된다. 그런데 규칙은 없단다. 생각해보니 먹는 사람 마음대로 하면 될 일이다.
전주 현대옥 콩나물국밤
‘피순대’하면 첫 손에 꼽히는 조점례 남문피순대
조점례 남문피순대.
전주에서 피순대 집은 즐비하다 그 중 ‘조점례 남문 피순대’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식당 앞에서 대기 순번 줄이 있는 것은 이 집 앞 흔한 풍경이다. 하도 유명해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많이도 온다. 그래서 현지인은 다른 곳을 자신의 피순대 아지트로 숨겨 놓고 찾는다. 피순대는 찹쌀순대보다 선지가 많이 들어 있어 특유의 맛이 있다. 부드럽고 기름지다. 피순대를 주문하면 초장이 같이 나오는 데, 그 맛을 잡아 주기 위함이란다. 여기에 새우젓 하나를 올려 먹으면 좋다. 피순대국에 순대를 비롯해 각종 부속 내장들이 가득 담겨 나와 푸짐하다.
국수집이지만 저녁 메뉴 그때그때 다른 세은이네
전주 세은이네 샤브샤브요리.
남부시장 뒷골목, 풍남문 건너편에 전주 손맛의 정점을 만날 수 있다. 원래 국수로 입소문 난 집인데, 저녁엔 해물샤부샤부 등 주문형 식단을 운영하는 세은이네가 그곳이다. 우선 식당 손맛은 김치 맛을 봐야 하는 데, 이 맛이 흠잡을 데가 없다. 또 이 집은 저녁 식사 때 맞춤 식단을 운영한다. 메뉴판에 있는 물국수 닭곰탕 등은 점심 메뉴다. 저녁 주문 메뉴로 인기인 것은 계절 메뉴가 대부분으로 요즘엔 주꾸미 샤브샤브가 인기다.
특이한 것은 냉이가 들어간다는 것인데, 여기에 청경채, 숙주나물이 푸짐하게 들어가 우선 국물 맛에 ‘엄지척’을 할 수밖에 없다. 주꾸미 색깔이 선 분홍빛으로 바뀌면 바로 건져내야 한다. 주꾸미 머리는 주인장이 따로 익혀 내준다. 머리 안에 밥알로 불리는 알이며 고소한 내장이 그득 하다. 대체로 까만 먹물이 들어 있는데,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전주 세은이네는 보쌈도 일품이다.
분식 메뉴 속 눈에 딱 뜨이는 뒤죽‘팥’죽 동래분식
전주 팥죽 명소 동래분식
싼 게 비지떡이다. 맞는 말이다. 근데 그가 품고 있는 함의는 바르지 않다. 싼 것은 별 볼 일 없다는 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음식이 전주 동래분식의 팥죽이다. 간식이 분명한데 너무 많이 준다. 맛도 슴슴하니 팥죽 본연의 맛으 잃지 않았다. 식성에 따라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되는데, 토박이들은 설탕을 넣고 외지인들은 소금을 넣더라. 팥죽을 먹어도 쉽게 볼 수 없는 새알심을 그득 넣어줘 배까지 든든하다. 그릇도 냉면 대접에 나온다. 이외에 깨죽과 깨칼국수 등도 이곳에서 흔히 찾는 메뉴다.
전주 동래분식 팥죽
식후경 후 제대로 배우는 전주의 마실 것과 문화향취
전주 카페 ‘경우’는 소담스런 분위기가 좋다.
전주는 카페 도시다. 전국에서 단위면적당 카페가 가장 많다. 고로 전주 여행 중 카페 리스트를 미리 챙겨두면 좋다. 때마침 전주 방문 중 폭설이 내려 카페 투어는 그 분위기를 더했다. 그중 ‘객리단길’로 불리는 ‘객사길’에 카페가 즐비하다. 이 길은 조선시대 벼슬아치들이 전주에 왔을 때 묵었던 관사인 객사가 있던 곳이다.
전주 행원에서는 예약제 국악공연이 펼쳐진다. 사진은 대금 권민환 연주자, 가야금 박승희 연주자.
전주 ‘더 뮤지션’에서는 김성수 모덴재즈트리오 드으이 멋진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먼저 풍남문 부근 한옥 카페 ‘행원’은 역사며 분위기까지 다 잡은 집이다. 1928년 조선 요리전문점 ‘식도원’이 그 기원이다. ‘행원’이란 이름은 남원 권번 출신 화가인 허산옥이 인수해 시작됐다. 현재도 국악인 공연(대금 권민환, 가야금 박승희)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예약제로 공연되고 있다. 공연과 함께 대추차나 쌍화차를 즐기면 타임머신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 공연에 더 빠지고 싶다면 전주의 ‘더 뮤지션’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김성수 모던 재즈트리오의 수준 높은 공연도 펼쳐진다.
전주 남부시장 안에 있는 은혜쌍화탕의 ‘저 세상’ 가격표.
이외에도 남부시장 안의 ‘은혜쌍화탕’은 가성비 극강의 찻집이다. 커피와 식혜, 매실차는 1잔에 1000원, 한방쌍화차는 2000원이다. 이외에 효자문 옆 카페 ‘경우’와 태봉집 옆 ‘한채’도 들러볼 만하다
전주 카페 한채에서는 차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전주하면 저녁 가맥집 나들이도 빼놓을 수 없다. ‘가맥’은 ‘가게 맥주’를 줄인 말이다.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슈퍼 앞에서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풀던 것이 지역 명물이 됐다.안주는 대개 황태포와 계란말이가 기본이다. 대개 유명 가맥집은 원도심에 대략 10곳이 있다. 그 중 전일갑오, 초원슈퍼, 영동슈퍼가 3대 가맥집이다.
전주 가맥집 명소인 처원슈퍼의 차림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