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마철에는 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식물을 식재하거나 옮겨 심은 일입니다. 물론 3월 4월 그리고 10월 11월이 좋지만 그래도 장마철에는 식재후 따로 물을 줄 필요도 없고 파서 옮겨 심기도 좋아서 저는 매년 장마철에 식물들의 이동을 시도합니다. 이번 장마때도 이런 저런 식물들을 주문했습니다. 요즘 대형 원예종묘회사에서는 인터넷주문으로 주문하고 배달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주문후 받아본 식물들을 보고 적지않게 당황하고 화가 났습니다. 제대로 흙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허옇게 드러나 있습니다. 아마도 원예종묘회사에서 급하게 보내느라 불성실하게 임한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직업의식이란 문제가 생각이 되었습니다. 더운 날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뭐라하는 것이 아니며 하루하루 피곤한 날을 이어가는 분들에게 직업의식 운운하는 것도 뭐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사회에 과연 직업의식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직업의식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단순 노동직에서 정치 사회적 고위직에 이르기 까지 직업은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할 태도가 바로 직업의식 나아가 직업윤리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요즘 사회전반적으로 직업에 관한 생각과 의식이 많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단순하게 그냥 밥 벌어먹기위해 하는 행동으로 치부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아주 작은 자부심이나 긍정적 마인드는 찾아 보기가 어려운 시절이 되어 버렸습니다.
단순 노동직과 서비서업종, 회사원, 전문직 나아가 정치 사회적 리더 직종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과연 직업 의식과 직업 윤리가 어느정도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경찰과 검찰직 그리고 언론기관에 일하는 이들, 대민봉사기관, 정부 공무원들, 공무원들 가운데 고위직들,의료기관 종사자들, 국회의원들 모두 과연 그들에게 직업의식이 존재하는가 의문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적당히 정년채워 나가면 된다는지, 임기만 때우면 된다는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만을 위한 직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직업은 상대가 있기 마련입니다. 상대를 위해 일하면서 돈을 받고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직업인입니다. 직업없이 살아가는 사람에게 직업의식이란 존재하지도 존재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유형 무형의 서비스 댓가로 돈을 지불하는 상대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들에게 불편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이 바로 직업의식일 것입니다.
언론인은 자신들의 기사를 보는 독자나 시청자들을 위해 공평정대한 마음과 정신상태로 임할 때 직업의식이 있다고 평가받는 것이고 공무원들은 국민들을 위해 부정부패의 사슬속에 휩쓸리지 않고 공무에 힘을 쏟을 때 제대로 된 공무원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판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 불철주야 공부하고 연구하고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국민들의 불편함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애쓸 때 비로서 그들에게 직업의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라의 대통령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뚜렷하게 직업의식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대충대충 경기에 임해서는 당연히 대선수로 성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기장에 들어설 수도 없습니다. 관중들이 외면하고 관객들의 질타속에 견딜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이 나라에 직업의식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냥 시간 때우기 그냥 적당히 일하고 돈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고 직업의식에 투철한 분들에게는 너무도 죄송스런 말이지만요. 직업의식의 실종은 현재 사회에 만연한 목표의식 실종과 미래 비젼 소실에 영향이 아닌가 보입니다. 뭔가 도전정신도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그런 종류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사회전반적인 목표의식과 비젼 실종이 그 원인일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의 목표와 비젼을 제시하는 인물들도 사라지고 그냥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살벌한 경쟁을 벌이는 부류들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런 환경속에 무슨 직업의식이며 직업 윤리가 가능하겠습니까. 직업의식이 사라진 사회에서 제대로 된 성장과 성숙한 문화 정착을 기대하는 그 자체가 무리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2024년 7월 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