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해무 / 김분홍
휘발성인 저 무리들
뿌리가 있을까
달콤하게 음흉했고 활짝 핀 솜사탕 맛이 났다
등대가 있었고 방파제가 사라진
움직이지 않는데도 움직이는 곳
침묵은 혼돈보다 더 위협적일지도 모른다
반만 피고 반은 시든 무리들이 풍경을 착시한다
뭉쳐서 펄럭이다가 순식간에 등을 돌리는 파도
생각은 거품의 야적장이 되고
출렁이는 시절은 채워지길 원했을 때 채워지지 않았다
거품을 잡으려고
펼치기 힘든 마음을 활짝 펼쳤더니
오리무중인 눈빛이 쌓여 백내장이 되었다
쭈글쭈글한 파도소리가 들려올 때면
가진 거라고는 모래밖에 없는 거기
그의 사연인, 백사장에 감춰 놓은 얼굴을 찾고 있었다
무기명으로 발굴되는 구덩이 또는 의혹들
비밀은 반의어가 없는 종이니까
그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이식할까
해무의 뒷모습이 엷어지고
망막에 맺힌 흐릿한 출처가 교체되었다
ㅡ 계간 《시와사람》 2023년 가을호
--------------------------------
* 김분홍 시인
1963년 충남 천안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과, 방송대 국문학과 및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에창자과 전문가 과정 수료
2015년〈국제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