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는 자주 앞 사람의 치적을 무시하고 짓밟고 왜곡하고 지우려고 합니다. 현재의 자기를 부각시키고 자랑하고 싶어서 일까요? 그렇다고 될 일도 아닐 것이요, 그래봤자 좋을 것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조금 후에는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서는 일이 아닐까요? 오히려 잘못보다는 잘 한 일에 대하여 드러내주고 칭찬한다면 그 쪽 편의 사람들로부터도 존경과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잘 살면 좋겠습니다. 협상도 타협도 없이 혼자서만 옳고 일방통행을 한다는 것은 적을 만드는 일밖에 안 됩니다. 어차피 세상에는 양지와 그늘이 함께 있는 법이고 공존해야 합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물론 분명하게 극악한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벌도 주고 합당한 처우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먼저 객관적으로 올바른 평가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일방적인 몰아치기는 삼가야 합니다. 많은 자료들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하고 연구도 하고 토론도 하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도출해서 합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능한 대로 잘잘못을 구분하여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가려서 밝히고 가르치고 인식하도록 해야 합니다.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개인적인 분노나 원한을 가지고 편 가르기 단언을 만들어 퍼뜨린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소위 우리 안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지요.
짧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 속에는 참으로 기막힌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기야 남들 2,3백년에 이룬 업적을 우리는 그 몇 분의 일 정도로 이루어냈으니 대단하기는 합니다. 대신 그만한 희생이 뒤따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 현장 경험을 간직하고 사는 백성이 많으니까요. 여전히 슬픔과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람도 꽤 될 것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결하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하나하나 사건들이나 사람들에 관해서 진실한 모습을 찾아내서 올바르게 전하는 일입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왜곡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잘못 전해진 것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좋았던 것은 본받고 잘못된 것은 고쳐가야 합니다.
오래 전 대학입시 때 면접 담당 교수님이 존경하는 인물에 대하여 물었을 때 했던 대답은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동감을 해준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의외의 답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 자신 그런 대답을 한 근거는 몇 가지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일본이 우리 해역을 결코 넘볼 수 없도록 독도를 포함하여 접근금지 구역을 확실하게 설정했다는 것(유감스럽게 당시의 그 이름을 기억할 수 없네요)과 6.25 전쟁 중 일방적인 반공포로 석방 조치였습니다. 비록 약체 국가였지만 강대국을 상대로 우리나라 자존심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가슴 뿌듯한 사건들입니다.
이번 기록영화를 통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젊은 시절 어떻게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가지고 있던 미래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활동하였는지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누구나 알아야 한다, 배워야 한다는 의식은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 바로 그 모든 일에 여성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야말로 남들보다 아니 당시 그 어느 문명국가들도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인식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과연 참 민주주의를 꿈꾸고 있던 지도자 감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지만 우리는 너무 훌륭한 지도자를 가졌던 복 받은 나라입니다.
나라의 독립이 우리만의 힘과 능력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배움과 경험을 통해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던 나라의 지도자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외교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총을 들고 싸워서만 나라를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대처했다는 말입니다. 그만한 성과를 낸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의 해방이 우리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해방 후에 더 큰 혼란을 만났습니다. 세상은 우리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 혼란을 헤쳐나감에 지도자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의 마지막이 너무 초라해서 마음이 아프고 매우 슬펐습니다. 그 어려운 때 나라의 초석을 세우느라 얼마나 노심초사 애쓰고 노구를 이끌며 쫓아 다니셨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더구나 6.25전쟁 때 혼자 도망갔다느니 하와이 망명에 돈다발 가지고 갔다느니 전혀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하는 것에 분노마저 일어납니다. 아마도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가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안락한 생활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 부인이셨던 프란체스카 여사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평가와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건국전쟁’The Birth of Korea)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