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양생불량 의혹’ 38층 콘크리트 샘플 사라졌다
경찰, 붕괴棟 샘플 27개 확보했지만 ‘양생 6일’ 38층 샘플은 못찾아
“건물잔해와 함께 양생-품질 분석… 샘플 없는 이유도 다각도로 조사”
협력업체 “지난달부터 공사 독촉”, 현산 “공기 촉박하지 않았다” 반박
경찰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압수수색해 콘크리트 샘플 27개와 잔해물을 확보했다. 부실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사고 바로 아래층인 38층 샘플이 사라진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샘플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18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14일 화정아이파크 현장사무소를 압수수색해 201동 콘크리트 타설(거푸집에 붓는 작업) 당시 만들어진 공시체(供試體) 27개를 확보했다. 공시체는 콘크리트 강도 시험에 사용하는 ‘샘플’로 타설 당시 사용된 것과 동일한 콘크리트를 이용해 원통형으로 제작한다. 경찰이 압수한 공시체 27개는 23, 37층과 PIT층(배관 및 설비 공간) 타설 당시 제작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표준 시방서에 따르면 공사장 품질관리자는 공시체를 타설일로부터 28일 동안 보관한 후 강도시험을 거쳐 기준치를 충족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 측도 사고 후 “층마다 타설 후 테스트를 통해 콘크리트 압축 강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압수수색 당시 38층 공시체는 현장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24일 콘크리트가 타설된 38층 공시체는 28일이 경과하는 이달 20일까지 현장에 보관돼 있어야 한다. 38층은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6일에 불과했고 이 기간에 최저기온이 영하인 날씨가 4일 동안 지속돼 양생 불량 의혹이 불거진 층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시체가 없는 이유를 다각도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8일 오후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와 함께 현장을 추가 압수수색해 건물 잔해물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공시체와 건물 잔해를 건설생활환경실험연구원에 맡겨 품질검사 기록과 비교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건물 내부 지지대(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은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은 또 협력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12월부터 HDC현대산업개발 측의 공사 독촉이 있었다” “콘크리트가 얼어붙는 냉해 피해가 있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11일 붕괴사고 직전 화정아이파크의 공정은 62%에 불과했다. 올 11월 입주를 앞두고 공기가 빠듯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전체 공정이 예상 공정을 윗돌아 시간이 촉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광주=박종민 기자,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