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4위싸움을 하고 있는 한화. 최근 마무리투수 차베스를 긴급 영입하는 등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내들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같이 다급해진 팀 사정 때문일까. 최근 한화에는 희한한 보직이 생겼다. 선발타자로 전광판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경기초반 수비만 하고 교체되는 것이다. 보통 대수비는 경기중간에 이뤄지는 것과 비교해 별난 보직.
이 보직을 맡은 주인공은 프로 2년생 방진호(24). 방진호는 5일 수원 현대전에 2루수겸 9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런데 방진호는 1회말 수비만 하고 2회초 첫 타석에서 강석천으로 교체됐다. 1회 수비때 자신에게 공이 오지않아 공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경기출전을 마쳤다.
방진호는 전날 경기에서도 1,2회 수비만 한 뒤 3회 첫 타석에서 역시 강석천으로 교체됐다. 이는 '살얼음판 4위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 1회라도 수비의 안정을 꾀해보자는 이광환 감독의 용병술.
이광환 감독은 최근 고졸 '슈퍼루키' 김태균을 지명타자에서 3루수로 기용했다. 김태균이 3루수 주전 자리를 차지하면서 3루수였던 강석천에게 새로 부여된 자리가 2루수. 강석천은 2루수 경험이 거의 전무했으나 2루를 맡았던 황우구가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자 이감독은 황우구를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강석천에게 2루를 맡겼다. 당연히 2루수비에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수비가 좋은 방진호가 초반에 2루수비 전문으로 투입되고 있는 것.
선발타자로 나왔다가 방망이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교체된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는 일. 하지만 4위팀이 확정될 때까지 방진호가 타석에 설 기회는 주어질 것 같지 않다.
〈 수원=송진현 기자 jh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