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특급 소방수다운 면모를 나타냈다. 김병현은 25일(한국시간) 투산 일렉트릭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6회 무사 1루에서 등판, 1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단순히 무실점으로 막은 것보다 프랭크 토머스, 폴 코너코, 카를로스 리 등 상대중심타선과의 승부에서 완승을 거둔 것이 돋보였다.
김병현이 등판한 것은 9-2로 크게 앞선 6회말 무사 1루. 첫 상대 타자가 3번 프랭크 토머스. 지난해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2000시즌만 해도 43개의 홈런을 날려 아메리칸리그 MVP투표에서 지암비에 이어 2위에 올랐던 강타자. 하지만 김병현은 토머스의 명성에 개의치 않았다. 지난 23일 시애틀전을 끝내고도 “이치로와 한번 붙어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라고 자신감을 보였던 그대로였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한 김병현은 2구 만에 토머스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간단히 아웃카운트 한 개로 잡아냈다.
4번 타자는 지난해 화이트삭스 최다 홈런(32개)을 쳐낸 코너코. 김병현은 다시 초구부터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볼카운트는 2-0. 여기서 김병현이 서둘렀다.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졌지만 코너코가 ‘도끼타법’과도 같은 스윙으로 중전안타를 쳐냈다. 1사 1,2루.
김병현은 5번 카를로스 리 타석 때 볼카운트 2-0에서 폭투를 범해 계속된 1사 2,3루의 실점위기를 맞았다. 김병현의 위기관리능력이 발휘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폭투 후 잠시 숨을 고르고 투수판을 밟은 김병현은 4구째 슬라이더로 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번 호세 발렌틴과는 볼카운트 2-3까지 간 끝에 6구째 몸쪽 꽉 찬 직구로 삼진 처리했다. 김병현은 7회말 에릭 세이블과 마운드를 교대했다.
이로써 김병현은 11경기에서 1승1세이브,방어율 1.26을 기록하게 됐다. 14⅓이닝 12피안타 3볼넷 15탈삼진 2실점(자책). 김병현은 27일 투산 홈구장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시범 12경기째 등판할 예정이다.
■ 김병현의 말
첫 타자가 프랭크 토마스였는데 정말 덩치가 엄청났다. 특히 하체는 무슨 산이 딱 가로막은 느낌이었다. 죽어라고 던졌는데 다행히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을 수 있었다. 안타 맞고 폭투를 해 2,3루가 됐을 때는 집중해서 던졌다. 카를로스 리는 슬라이더,호세 발렌틴은 몸쪽 직구로 승부한 것이 잘 통했다. 그동안은 슬라이더 구사를 자제했는데 이제 시즌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본격적으로 슬라이더를 정비할 생각이다. 체인지업은 시범경기 동안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친 적이 없어 정규시즌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