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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33회>
씬 어느 들판 길
왕건 일행들이 가고 있다. 어느 만큼 갔을까. 갑자기 복지겸이 한 곳을 가르킨다. 내군 들이 긴장하며 왕건을 호위한다.
복지겸 폐하 저어기....
모두들 복지겸이 가리키는 쪽을 본다. 거기 산등성이에서 수많은 북방의 여진족들과 그 추장들, 그리고 유금필이 나타난다. 그들은 점차 가까이 이른다.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본다.
유금필 폐하, 어서오시오소서. 신 유금필, 여기 북방의 추장들과 함께 영접하러 와있었사옵니다.
왕건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이들은 다 누구인가?
유금필 하하하.... 우리가 오랑캐라 부르는 북방의 여진족들이옵니다. 흑수 말갈족들도 있사옵니다.
왕건 대체 이들을 어떻게 알았는가?
유금필 신이 먼저 와서 이들의 추장들을 모두 불러모아 엄히 꾸짖고 타일렀사옵니다. 이보게 윤장군, 폐하께서 납시었네. 어서 예를 올리지 않고 무얼 하는가.
윤선 신 윤선, 폐하께 문후 올리옵니다. 먼길에 고생이 많으시옵니다.
유금필 여기 윤 장군은 일찍이 옛날 폐주의 밑에 잠시 머문 적도 있었사옵니다. 그러나 말년에 폭정이 심하므로 그 화를 피하여 북쪽 변방으로 오게된 것이옵니다. 지금은 거느리는 무리가 무려 이천이 넘사옵고, 골암성의 성주로 있으면서 이 일대를 호령하옵니다.
왕건 골암성의 성주가 그대였구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경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소이다. 무리가 이천이 넘는다 하니 대단하오.
윤선 폐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참으로 황공하옵니다. 신은 일찍이 왕식렴 공과 염상 장군에게도 고려를 도울 것을 표한 바 있사옵니다. 하오나 여기 유금필 장군을 뵌 이후로는 영원히 고려에 충성한다는 것을 다시금 맹세하였사옵니다.
왕건 고맙소이다. 그 말을 들으니 참으로 든든하오.
윤선 앞으로 이 주변 북방의 일은 신이 감당할 것이옵니다. 염려 놓으시오소서. 유장군께서는 일찍부터 그 호걸스러움이 이 일대에 알려져 있는 분이옵니다. 저희들에게는 이곳의 대 추장과 같으시옵니다.
왕건 대 추장이라 거 듣고 보니 아주 상당한 벼슬인 것 같소이다. 하하하
복지겸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폐하. 하하하
신숭겸 아니 금필이 형님, 언제부터 오랑캐들의 대 추장이 되셨소이까? 듣자하니 그럴 듯 하옵니다. 하하하
유금필 이 일대가 내 고향아다보니 어쩌다가 소문이 그렇게 난 것 같네 그려. 자, 폐하 평양성까지는 신들이 모시겠사옵니다.
왕건 그렇게 하세, 아우.
유금필 윤 장군은 뭘 하는가. 추장들에게 이르게. 폐하를 모시라 이르게.
윤선 예, 장군. 폐하 어서 거동 하시오소서. 저기 제 수하들이 폐하를 뫼시고 갈 것이옵니다. 모두 폐하를 뫼시어라.
여진족들 예, 장군.
왕건 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왕건은 참으로 가슴이 훈훈하다. 일 이백이 아니다. 무려 이천에 가까운 군사들이 왕건을 향해 군호를 외며 열렬히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왕건 뿐 아니라 모두들 표정이 상기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군사들 속으로 헤쳐 들어가며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런 왕건의 표정에 이어 유금필의 얼굴에 디졸브 되며.......
해설 유금필, 그는 본래 평주 사람이다. 신숭겸과 더불어 태조 말년까지 이토록 뛰어난 무용담과 충성을 변함없이 보여준 사람도 또한 흔치 않다. 유금필은 전장 터 곳곳을 누비다가도 북 쪽이 어지러우면 가끔씩 이렇게 북방으로 와서 변방의 추장들을 복종시키고 끌려 온 고려의 많은 백성들을 수 천명씩 되찾아 오기도 한다. 그리고 늙도록 태조 왕건의 곁에서 눈부신 무공을 자랑한다. 왕건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보배 같은 장수였던 것이다.
씬 평양성
수많은 인부들이 공역에 나서서 성을 축성하고 있다. 그 한켠에서 왕식렴과 염상이 부장들을 이끌고 오고있는 왕건 일행을 마중하고 있다.
왕식렴 어서오시오소서 폐하.
왕건 아우, 잘 있었는가? 대단하구만, 참으로 공역이 대단해.
왕식렴 예 폐하. 썩고 무너져 내렸던 많은 것들이 대부분 복원되었사옵니다.
왕건 고생들이 많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백성들을 혹사시켜서는 아니 되네. 저들의 사정을 알고 살펴주는 것이 진정한 목민관으로써 해야할 일이야.
왕식렴 명심하겠사옵니다 폐하.
왕건 염상 장군도 이곳에 와서 참으로 고생이 많소이다.
왕식렴 그러하옵니다 폐하. 너무 무리하여 병석에 눕기를 여러 차례 하였 사오나 한 번도 소임을 게을리 한 적이 없사옵니다.
왕건 고맙소, 염장군.
염상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곳은 일찍이 고구려의 광개토 대제께서 나라 이름을 천하에 드날린 본거지이옵니다. 어찌 축성을 게을리 할 수 있사옵니까.
왕건 그렇소이다.(먼 곳을 보며) 이곳이 바로 저 드넓은 중원을 정복하고 수나라를 무릅 꿇렸던 조상들의 중심이었소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곳을 지난날처럼 회복하고 그 기상을 되살려야 할 것이외다. 그렇게 생각들 하지 않소이까?
모두들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폐하.
왕건 그렇소이다. 지난날 폐주는 이미 그것을 보고있었소이다. 물론 욕심은 과하였으나 옳은 생각이었소이다. 짐도 지금 그 옛날에 고구려를 생각하면 온 몸이 떨립니다. 나는 이곳을 서경이라 부를 것입니다. 송학의 황도와 다름없는 우리의 도읍이라는 뜻이외다. 짐의 이러한 마음을 깊이들 새겨주기 바라오.
모두들 예 폐하.
왕건 우리는 언제든 꼭 저 북으로 가야합니다. 꼭 가야합니다. 우리의 옛 영토인 저 중원대륙을 모두 정벌할 것입니다. 삼한의 통일은 작습니다. 북벌이 더 큰 일이예요.
그렇게 다짐하는 왕건의 강렬한 눈빛에서.....
씬 백제국 전주 황궁 외경
견훤 (E)무어라? 신라에서 사신들이 왔다갔다?
씬 동 조당
견훤이 눈을 부라리고 묻고 있다. 애술을 제외한 전 문무신료들이 다 모여있다. 고려에 다녀 온 공달을 보며 묻고 있다.
견훤 신라가 고려에 사신을 보냈다? 그렇다면 그것은 신라가 이미 고려에 저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아닌가?
공달 신도 그렇게 사료되옵니다 폐하.
견훤 그럴 테지. 우리는 저희 땅을 노리고 있고 막을 힘은 없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기왕 그럴 바에야 왜 우리들에게 먼저 숙이지 않는고. 괘씸한 것들 같으니라고. 그리고.... 지금 고려의 왕이 평양에 가있다고?
공달 예 폐하. 신이 떠나올 때 이미 그리로 가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공직 고려의 왕들은 하나같이 북쪽에 미련이 많사옵니다. 저희들 스스로 옛 고구려의 영광을 꿈꾸는 것이옵니다. 하오나 지금 삼한의 통일도 어려운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옵니다.
신덕 그렇사옵니다. 북벌이라니요, 그것은 꿈으로 만족해야 할 일일 것이옵니다. 작은 고려가 어찌 중원의 대국들을 상대로 하여 싸울 수가있겠사옵니까.
최승우 그러나 저들의 저런 꿈은 가히 칭찬할 만 하옵니다. 대륙을 정벌한다는 꿈이야말로 한 번 시도해 볼만할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견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공달 고려국의 책사인 최응이란 어린 관료가 파진찬 어른께 인사를 전해달라 했사옵니다.
최승우 최응이가? 하하하 폐하 최응은 고려국이 자랑하는 어린 신동이옵니다.
견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거기 태평이라는 책사와 더불어 고려에서 쌍벽을 이루는 천재들이라지?
능환 예. 폐하 신도 그 이름들을 들은 적이 있사옵니다. 마땅히 경계를 늦춰서는 아니 될 인물들이옵니다.
견훤 우리에겐 파진찬과 이찬이 있어. 저들을 뭐 그리 무서워할게 있겠는가. 아무튼 잘 되었네. 고려의 왕이 평양에 가있다니 우리는 이 기회에 군사를 일으키도록 하세. 그 동안 적지 않은 준비들을 해왔어. 대야성으로 갈 때가 왔다는 이야기야.
김총 지극히 옳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이제 영을 내리실 때가 되었사옵니다.
최필 그러하옵니다. 듣자하오니 대야성안으로 잠입해 들어간 애술장군의 군사들도 이미 우리를 맞을 준비가 되었다 하옵니다. 진군의 영을 내리시오소서.
견훤 암, 이제 갈 때가 되었네. 이번이 세 번째야. 이번에도 성공 못하면 나는 그 곳에서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야. 그리고 태자는 어찌 되었는가? 준비가 다 되었는가?
신검 예, 아바마마. 이미 충분한 훈련이 끝났사옵니다.
박영규 상주 방면군의 일은 안심을 하시오소서 폐하. 신들이 태자마마를 뫼시고 반드시 그 소임을 다하겠사옵니다.
능애 그러하옵니다 폐하. 신 또한 태자마마를 뫼시고 종군을 할까 하옵니다. 안심하옵소서 폐하.
견훤 하하하하.. 암, 이렇게 모두들 자신을 하는데 안 될게 무엇이 있겠는가. 이번에는 우리 금강이도 대야성 전투에 데려갈 것일세. 이제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어. 경들도 많은 신경들을 써주길 바라네.
신료들 예, 폐하.
견훤 반드시, 이번에는 반드시 대야성은 물론이고 상주 방면 일대를 모조리 장악해야해. 그렇다면 곧 대군을 출병시키기로 하세. 우리는 대야성으로 가고 태자는 그럼 어느 성을 먼저 노릴 것인가?
능환 태자마마와 신들은 먼저 벽진군으로 향할까 하옵니다. 벽진군은 성주 이총언이라는 자가 있는 곳이온데,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이옵니다. 지금 벽진군 쪽으로는 우리 백제가 고창과 영천, 대야성 그리고 강주 일대를 경계로 하고 있사옵니다. 벽진군 성 그 너머에 바로 고려가 있고 신라가 있으며 우리 백제가 있사옵니다. 따라서 이총언이가 있는 그 성을 넘어야 만이 비로소 상주 방면 일대를 안심하고 공략할 수 있사옵니다.
견훤 충분히 납득이 가네. 가서 그 이총언이라는 성주를 설득 시켜 보게.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말이야. 그래도 안되면 강제로라도 함락을 시켜야지. 자 그럼 이제 다 정해졌어. 경들은 들어라.
모두들 예 폐하.
견훤 이번 전쟁은 우리 백제가 삼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필사적인 전투야. 모두들 각오를 새롭게 하고 대 백제국의 명예를 빛내도록 하라. 알겠는가?
모두들 예 폐하.
견훤 대야성을 넘으면 우리는 신라의 서라벌로 간다. 그리고 그 벽진군을 넘으면 한 편으로는 고려의 심장부로 들어갈 것이다. 모두들 짐의 이런 뜻을 깊이 명찰 하라. 알겠는가? 제장들?
모두들 예 폐하.
씬 인써트(길)
견훤의 대병이 가고 있다. 끝도 없는 대병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수천의 깃발을 휘날리며 그렇게 가고 있다. 장수들 속에 금강이도 보인다. 어느 쯤에선가 견훤은 신검들과 헤어져 다른 길로 가기 시작한다. 그들 그렇게 양쪽으로 길게 군대가 갈라져 가는데 숲 속에서 보고있던 첩자들이 놀라며 몸을 피해 어디론가 달려간다.
씬 인써트(또 다른 길)
전령기를 등에 꽂은 첩자가 급히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어느 산길을 돌아 멀어져 가면...
씬 개경 황도 외경
김행선(E) 뭐라고 하였소이까? 백제군이 상주방면과 대야성으로 나누어 가고 있다구요?
씬 동 황궁 안 회의장
김행선과 더불어 신료들이 모두 모여있다.
김행선 드디어 저들이 군사를 일으켰다 그 말입니까?
태평 예, 시중 어른. 지난번에 사자가 왔다 간 것도 우리에게 인사를 온 것이 아니라 실은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로 있는가 하는 것을 염탐하러 온 것이옵니다.
박술희 소장이 생각해도 그랬던 것 같소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로써도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배현경 신라에서도 이미 이러한 백제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던 일이올시다. 속히 평양에 계시는 폐하께 파발을 띄우고,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올시다.
원극유 지금 오산성에 홍유 장군이 가있습니다. 아무래도 배현경 장군과 더불어 여러 장군들께서 군을 좀 정비해주셔야 겠소이다.
장군들 알겠습니다.
원극유 순군부에서는 속히 평양으로 파발을 띄우도록 해주시오.
태평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김행선 한동안 조용하다 했더니 백제가 드디어 또 움직이고 있소이다. 대야성으로 가는 병력이 얼마나 된다고 했소이까?
태평 무려 일만이 넘는 대병이라 하옵니다.
김행선 일만이 넘어요?
신료들 일 만이라....... (모두들 수근거리며)
박지윤 그렇다면 벽진군 쪽으로 가고 있다는 또다른 군대는 얼마나 되는 것이오이까?
태평 그 쪽 방면으로는 오 천이 좀 넘는다 들었사옵니다.
유긍달 (놀라서) 오 천이나...?
오다련 세상에...... 전부 합쳐서 그렇다면 일만 오 천이 넘는 군사가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오이까?
태평 그렇게 되옵니다. 본격적으로 대병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옵니다.
윤신달 어찌되었든 폐하가 오시기 전까지 전선으로 갈 군대를 대기시켜 놓아야 할 것이옵니다.
김락 당연한 이야기이올시다.
전이갑 일단 병부와 순군부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옵니다.
원극유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소이다. 그러나 사실 대야성까지 군을 보낸다는 것은 지역적인 사정과 거리에도 문제가 크오이다. 가는 길에 장애물도 너무 많아요.
김행선 모든 것은 어찌 되었든 폐하께서 결정하십니다. 속히 장계를 띄어 올리고 군을 준비하면서 하회를 기다리십시다.
모두들 예, 시중 어른.
씬 벽진군성 외경
씬 동 성안
늙은 성주 이총언과 그의 아들 영, 그리고 부장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그들 옆에는 방금 달려온 전령들이 숨찬 표정으로 서있고
이총언 지금 백제군 대병이 무려 오 천명이나 이리로 밀려오고 있다고 한다. 무려 오 천이야, 오 천.
부장들 .........
이총언 그동안 우리 벽진군은 독립지역으로써 신라에서 떨어져 나와 그 어느 곳에도 붙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뒤로는 고려가 있고, 앞으로는 백제가 밀려오고 있다. 뭔가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어찌하면들 좋겠는가?
부장1 성내의 군사를 모두 합쳐도 천여명이 채 아니되옵니다. 더구나 우리는 작은 성에 머물러 있고, 지금 오고 있는 백제군은 대군이며, 사기 또한 높사옵니다.
이총언 항복하자는 것인가?
부장2 항복은 아니되옵니다. 어차피 우리 백성들의 장래를 논한다면 백제보다는 고려가 나을 것이옵니다.
이총언 그건 어째서 그런가?
부장2 얼마 전에 백제 견훤 왕의 아버지가 그 가족들과 함께 고려로 귀부했사옵니다. 자신의 아비와 형제들도 다스릴 수 없는 견훤왕에게 왜 우리가 땅을 주고 머리를 숙여야 한단 말이옵니까?
영 일리가 있는 말이옵니다, 아버님. 자신의 집안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왕이옵니다. 그에 비한다면 고려의 황제는 덕치로써 세상을 다스려 이미 그 인심이 세상에 자자하옵니다. 무조건 백제에 항복할 필요는 없다고 사료되옵니다. 싸움은 결코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총언 물론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길이 백성을 생각하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느니라. 그 것이 목민관의 의무이니라.
영 그러하옵니다 아버님, 우리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고 백성들을 지켜 왔사옵니다. 이제와서 불의한 군대에 머리를 숙일 수는 없사옵니다.
이총언 (끄덕이며) 오냐, 좀 더 동정을 두고 보자꾸나. 지금까지 이 험한 전국시대에 우리 홀로 잘 버티어 왔다. 절대로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다. 급할수록 냉정할 필요가 있어.
씬 그 성 밖 어느 산
신검과 능환, 박영규들이 수천의 병력과 함께 멀리 계곡 능선과 능선 사이로 보이는 벽진군 산성을 보고 있다.
능환 저곳이 바로 벽진군 성이옵니다. 태수는 이총언이라는 자이온데, 육십이 넘은 노장이라 합니다.
박영규 일단은 전령을 보내서 항복을 권유해 보도록 하시오소서. 저들보다 몇 배나 많은 군사들이 와있다는 것을 쉽게 성문을 열 것이옵니다.
능애 그럴 것이옵니다. 이 곳은 참으로 보잘것 없는 작은 성이옵니다. 전투라고 해보았자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 될 것이옵니다. 태자마마.
신검 (끄덕이며) 압니다 숙부님.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서로간에 형식은 취해야 겠지요. 부장들은 들으라.
부장들 예, 태자마마.
신검 내가 이미 써 준 글이 있다. 그것을 가지고 저 성으로 가라! 내일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성 문을 열고 우리 군을 맞으라 하라! 그렇게 되지 않으면, 온 성이 피바다가 될 것이라 전하라!
부장 예, 태자마마.
신검 가라. 즉시 가서 이러한 우리 군의 뜻을 전하라.
부장 예, 태자마마.
부장 둘이 군례를 드리며 물러나간다. 그들은 여전히 적진 쪽을 보고 있다. 수천의 깃발들이 파도처럼 휘날리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시야에 전령의 임무를 띈 부장들이 질주해 달려가고 있다. 보고있던 신검이 심호흡을 하며 말한다.
신검 이번 전쟁이 잘 풀려야 할 것인데......
능환 염려하지 마오소서, 태자마마. 워낙이 기우는 피아간의 전력이옵니다. 저들은 항복 외에는 갈 길이 없사옵니다.
신검 헌데 왠지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정말 이번에는 잘 해내야 할텐데........
박영규 폐하를 너무 의식하지 마오소서. 우리는 우리의 싸움만 생각하면 되옵니다. 반드시 이길 것이옵니다.
신검 .......(그러나 여전히 왠지 초조하다)
씬 벽진군 성 외경(노을)
이총언(E) 무엇이라? 무조건 항복을 하라?
씬 동 성 안
횃불들이 무성한 가운데 장수들이 즐비하게 대열해 있고, 이총언이 백제의 전령들을 보며 읽고 있던 항복 권유문을 거칠게 말아 내팽개친다.
이총언 좋은 말로 우리에게 청해도 시원치 않은데, 이 말투가 무엇인가? 나 이총언은 육십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구에게 하대를 받아 본 적이 없느니라! 고얀 놈이로구나. 견훤 왕의 아들 신검이라는 아이가 총사로 와있다고 했느냐?
부장 그렇소이다. 항복하시오. 항복만이 사시는 길이오.
영 닥쳐라, 이놈! 여기가 어딘 줄 아는가? 벽진군 성내이니라! 우리는 이미 많이 의논하고 뜻을 모았다. 너희에게는 항복하지 않는다!
이총언 가서 전하거라. 고려의 황제는 덕으로써 세상의 인심을 얻으셨다!
너희 백제는 늙은 아비를 박대하여 고려로 내쫓고 그 누이와 형제들
또한 내쫓았으니 내가 어찌 너희같은 무뢰배들을 따르랴? 당장 가서
군사를 물리라 하라! 우리는 이미 고려를 따르기로 하였느니라!
영 지금 돌아가라 하시지 않느냐? 목을 베어서 목을 보내줄까?
부장들 ...........
영 어서 썩 돌아가라!
부장들이 군례를 드리고 눈치를 보며 황급히 돌아서 나간다. 이총언이 크게 웃는다. 부장들도 와, 웃는다. 백제군 부장들이 나가고 난 후 그러나 이들은 곧 다시 긴장한다.
이총언 사람으로써 덕을 숭상하고 불의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결정을 백성들도 좋아할 것이다. 부장들은 모두 전투 준비를 갖추라!
부장들 예, 장군.
그런 이총언의 표정에서..........
씬 다시 신검의 군영(밤)
신검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며 막 도착한 부장들을 보고 있다.
신검 저 늙은이가 감히 나의 권유를 물리쳤단 말이냐? 뭐라고? 할아버님의 이야기를 하였다고?
부장들 예, 태자마마.
신검 항복을 못하겠다...? 그것도 할아버님을 내쫓은 우리에게 어찌 항복을 하느냐고 하였겠다?
모두들 ........
박영규 이총언이라는 자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옵니다, 태자 마마. 단단히 버릇을 가르쳐 주오소서.
능환 이미 고려와 손을 잡겠다고 했다 하니 결심이 굳어진 모양이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사옵니다. 전투를 할 수 밖에요.
신검 (한숨) 부끄러운 일입니다. 할아버님 일 말이에요. 사실 뭐라고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게 모두 다 아버님 잘못으로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까?
능애 (한숨) 할말이 없사옵니다. 태자마마. 그 생각만 하면 참으로 답답합니다.
능환 저들이 태자마마를 욕보이고 화를 돋구려는 술책이옵니다. 냉정을 찾으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전투대형을 갖추시오소서. 전투밖에는 아니 남았사옵니다.
신검 알겠습니다. 부장들은 들으라!
부장들 예, 태자마마
신검 전투대형을 갖추라! 이삼일 안에 적의 동정을 살피면서 공격 시각을 찾을 것이다. 제장들은 모두 대열을 갖추고 위치를 세우라!
부장들 예, 태자마마.
그렇게 군영에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씬 같은 밤의 평양성 안
성 안 어느 곳에 모닥불이 크게 피워져 있고,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어울려 마치 축제처럼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있다. 여진족들이 그들만의 춤을 선보이며 모닥불 주변에서 씨름을 하거나 수박치기를 한다. 왕건이 유금필과 능산, 최응, 복지겸과 장수장, 입전, 왕식렴, 염상, 윤선들과 함께 그 놀이들을 보고 있다. 모두들 웃고 마시고 한껏 흥들이 고조되어 있다. 대련을 하던 군사중 그예 하나가 쓰러지자 모두들 함성을 지른다. 왕건은 ㅎ 크게 웃는다.
염상 지금 보신 저 맨손 무예는 수박치기라는 것이옵니다. 폐하, 택견과 더불어 우리 한민족의 전통무예이옵니다.
왕건 보기에 용맹함이 대단하오.
유금필 그러하옵니다. 군사들에게 널리 보급하면 전장에 나아가 그 효과가 클 것이옵니다.
왕식렴 북방에서는 이미 이런 무예들이 생활화되고 널리 보편화되어 있사옵니다. 아마도 옛날 고구려 군사들의 그 전설적인 무용담은 다 저런 내력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사옵니다.
왕건 어찌 아니 그렇겠소이까? 참으로 대단하오. 허허허
왕건이 그렇게 사뭇 기분이 고조되어 있는데 멀리서 다급한 전령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들 긴장해서 보면 전령을 곧 다가와 말에서 내려 군례를 드린다. 복지겸이 그들을 알아본다.
복지겸 너희들은 순군부의 부장들이 아닌가?
전령 예, 장군, 시중부의 영이 있어 뫼셔왔사옵니다. 여기....
전령이 장계를 바치면 복지겸이 받아서 왕건에게 다시 전한다. 왕건이 펼쳐보다가 꿈틀하며 놀란다.
왕건 이런, 그예 백제가 군사를 이르켰구먼.....
유금필 백제가 말이옵니까?
왕건 그렇구먼. 대대적인 규모라 하네. 벽진군과 대야성으로 무려 일만 오 천의 대병이 나뉘어 가고 있다는구만.
왕식렴 폐하, 벽진군은 만약을 생각하여 경계를 한다 하더라도 대야성은 신라의 성이옵니다. 우리가 간섭하고 나설 일이 아니지 않사옵니까?
신숭겸 그러하옵니다. 대야성은 우리 고려가 지원군을 보내기엔 너무도 먼 곳이옵니다. 선후를 깊히 가려서 따져보아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어찌한다?
최응 이미 폐하께서 이곳으로 오시기전에 백제가 우리 사정을 염탐하여 갔고 또 신라가 백제의 침공을 염려하며 사신을 보내 도움을 청해왔었사옵니다. 마땅히 우리도 군사를 서둘러 보낼 필요가 있사옵니다.
왕건 벽진군과 대야성, 양쪽으로 다 군사를 보내자는 것인가?
최응 예, 폐하. 그러나 전투를 하실 필요는 없을 것이옵니다.
왕건 전투를 하지 않는데 군사를 보낸단 말인가?
최응 예. 폐하 .지리적 여건과 사정으로 보아 아무리 신라가 우리에게 구원을 청했다 하더라도 대야성을 실제로 구해주기는 어려운 실정이옵니다. 벽진군도 또한 그렇사옵니다. 일단은 폐하의 친서를 먼저 보내시어 저들을 위로하시면서 저들의 의중을 살펴물으셔야할 것이옵니다. 지금 우리 고려가 할 일은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으면서 백제가 더 이상 서라벌로 가까이 가는 것을 막는 일이옵니다.
왕건 서라벌...?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최응 대야성은 견훤왕이 평생을 걸고 세 번째로 시도하는 대규모의 전투이옵니다. 그것은 저들의 목표가 바로 서라벌이라는 뜻이 아니겠사옵니까? 하지만 서라벌은 백제가 아니라 결국은 우리 고려가 가야할 마지막 기착지이옵니다.
모두들 ....................?
최응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군사를 움직인다는 것을 보이셔야 하옵니다. 일단 신라를 돕는다는 명분을 크게 앞세우시고 대야성 방면으로 대군을 이동시키시오소서. 그렇게 되면 백제군도 더 이상 나가지 못할 것이고 신라도 더불어 우리가 도우려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옵니다. 즉 싸우지 않고 양쪽으로 실리를 얻자는 것이옵니다.
신숭겸 그럴듯하옵니다. 폐하.
왕건 알겟네 그럼 그리 하세. 우선 벽진군에 보낼 전령들이 급한 것 같구만. 준비해주게. 그곳에 친서를 보낼 것일세.
최응 예, 폐하.
왕건 그리고 서둘러 환궁을 해야겠소. 준비해 주시구려.
복지겸 예, 폐하. 부장들은 들어라. 폐하께서 환궁 하신다. 서둘러라! 환궁하실 것이다!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 진다. 염상과 윤선이 다가온다. 왕건이 미소지으며 말한다.
왕건 염장군과 윤장군이 있어서 이 곳 북방은 안심이요. 앞으로 짐은 이 곳을 자주 올 것이요. 경들만 믿을 것이오.
두사람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이제부터 다시 삼한이 바빠지고 있소이다. 어차피 우리 고려와 백제가 본격적으로 자웅을 겨루는 마당이요. 우리는 그곳으로 가야하겟소이다. 이 곳은 참으로 경들이있어 든든 하오.
두사람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은 그렇게 만족한 듯 끄덕인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송도 황궁 주변 (낮)
수많은 군사들이 오가며 대오를 갖추고 있다. 박술희가 김행선, 태평, 원극유 등과 함께 한 쪽에서 보고있고 배현경, 전이갑 형제 그리고 김락, 윤신달 등이 군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다. 전쟁터로 출발하기 직전의 모습들이다.
태평 황도에 있는 군사들은 모두 출정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김행선 평양성에 이미 전령이 도착했을 것이오. 바삐 오시고자 한다면 오늘 저녁쯤에는 폐하께서 이 곳으로 돌아오실 겝니다.
박술희 대군을 움직이는 일이올시다. 마땅히 폐하께서 오셔야지요.
배현경 대야성은 거리가 워낙 머니 그렇다 하더라도 벽진군은 지원군을 보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이해득실로 따져 보아도 우리와는 너무도 민감한 곳에 있는 지역이올시다.
김락 그렇습니다. 벽진군만은 이 기회에 우리의 경계로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사옵니다.
전이갑 모두들 대야성에 관해 선 인색한 말씀들만 하십니다. 저대로 둔다면 그 큰 성이 저대로 백제의 땅이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태평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야성은 처음부터 우리와는 거리가 너무도 먼 곳에 있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다시 우리의 것으로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마는.....
박술희 그래요. 어치피 전쟁이란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신라가 안되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태평 그렇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최시랑과 폐하께서도 비슷한 말씀들을 나누셨을 것입니다.
씬 황궁 외경
씬 동 황궁 안 오씨의 처소
오씨와 오다련이 함께 있다. 오씨가 미소짓고 있다.
오씨 폐하께서 돌아오신다고 하셨습니까? 아버님.
오다련 예, 마마. 다시 또 전쟁이라고 하옵니다. 백제에서 일만이 넘는 대군이 대야성으로 가고 있다 하옵니다. 신라에서 지원군을
청해 왔구요.
오씨 늘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나날이 아니옵니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옵니다. 그건 그렇고, 지난번에 우리 무에 관한 일을 박술희 장군에게 말씀하셨다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결말을 보아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오다련 물론 그래야지요. 하지만 전쟁 이야기로 정국이 어수선하옵니다. 다음 보위를 정하는 일이옵니다. 때와 기회를 잘 살펴야 하옵니다, 마마.
오씨 예, 물론 그래야지요. 다행이 박술희 장군이 우리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였다니 그만큼 마음이 가볍사옵니다. 하지만 너무 늦장을 부리다가 일이 잘못될 수도 있사옵니다 아버님. 충주 부인이 결코 만만치가 않아요.
오다련 아옵니다, 마마. 그 분도 사내 아기님을 보셨는데 어찌 욕심이 없을 수 있겠사옵니까? 하지만 욕심 가지고 될 일이 아니옵니다. 아니그렇사옵니까?
오씨 물론이옵니다 아버님. 그런 줄 알지만 그래도 세상일을 또 누가 아옵니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는 것 아니옵니까.
오다련 예, 예. 마마. 그저 이 아비만 믿으시오소서. 잘 될 것이옵니다.
씬 수인의 처소
아이가 앉아서 놀고 있다. 막 말을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다. 수인이 그런 아기의 모습을 보며 큰 소리로 웃고 있다.
수인 이보게, 김상궁. 이 아기님 좀 보시게. 이제 막 말을 하려고 하시네.
김상궁 그러게 말이옵니다.
수인 폐하께서 이런 모습들을 자주 보셔야 하는데... 우리 이 어린 태자님이 벌써 세 살이 되셨네.
김상궁 예, 마마.
수인 또 전쟁, 전쟁 바깥이 아주 시끄럽다지?
김상궁 그렇다하옵니다. 그 때문에 평양에 계신 폐하께서 급히 환궁하신다 하옵니다.
수인 다련군께서 황궁을 숙위 하던 박술희 장군을 만나셨다고 하였던가?
김상궁 예, 마마. 그 지난밤에 다련군께서 찾아가 오랫동안 말씀을 나누었다고 하옵니다.
수인 무슨 긴한 말이 있으시길래 그 깊은 밤에 찾아가셨단 말인고?
김상궁 그러게 말이옵니다.
수인 하긴, 왜 할말이 없으시겠는가? 나는 아니보아도 아네. 형님께서 이제 우리 모자가 두려우신 게야. 그래서 서두르기 시작하는 것이지. 호호호호.. 그러나 어디 그런다고 될 일이겠는가? 폐하의 깊은 마음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암 모르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씬 길
왕건 일행들이 돌아오고 있다. 어느 쯤 길을 돌아가면 전령 둘이 다급하게 다가와 군례를 올리며 장계를 전한다. 복지겸이 그것을 받아본다. 그리고 끄덕하면 전령들이 물러간다.
복지겸 폐하. 이미 황도에서는 군사들을 모두 출전시킬 준비가 끝났다하옵니다.
왕건 ....(끄덕인다)
신숭겸 벽진군 쪽으로도 폐하의 사신이 앞서 떠났사옵니다. 이제 뭔가 우리 군도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왕건 암 그럴 때가 되었네. 이보시오 복장군.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전령을 다시 앞서 보내시구려. 가서 동원된 군은 순군부의 영을 받아 대야성으로 즉시 떠나라 하시오.
복지겸 예, 폐하.
왕건 배현경 장군과 윤신달 장군, 전의갑, 의갑 장군들은 대야성으로 가고 김락 장군은 벽진군 쪽으로 가라하시오. 가서 홍유 장군과 합세하여 벽진군의 뒤를 도우라 하시구려.
복지겸 예, 폐하. (큰 소리로) 이보게 신부장.
신방 예, 장군.
복지겸 폐하의 영을 들었는가? 가서 전하라. 동원 된 장졸들은 즉시 출병하라고 하라. 폐하의 영이시다.
신방 예, 장군.
신방이 군례를 드리고 주변의 수하들을 거느려 앞서 달려가기 시작한다. 왕건은 굳게 입술을 다문다. 그 표정에서.....
씬 대야성 성
신라의 장수들이 참담한 표정으로 멀리 성밖을 보고 있다. 그곳 아득히 들판에 백제군의 군영들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신료 1 백제군이 끝도 없이 몰려와 있소이다.
신료 2 일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고작 군사가 오천도 안돼요.
신료 1 고려에서 지원군을 보내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신료 2 지원군이라고요? 여기서 고려의 황도는 끝과 끝이올시다. 자기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아니니 급히 올 이유가 무엇이겠소이까?
신료 1 (한숨) 더군다나 후방도 불안하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도적의 무리들이 떼를 지어 우리 뒤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오.
신료 2 아무래도 우리는 여기서 죽어야 할 것 같소이다.
신료 1 어찌하겠소이까. 나라의 운명이 곧 우리의 운명이 아니겠소이까?
신료2 그나마 옛날에는 노장수들이 계셔서 죽음으로 이 성을 지켰지만 지금은 그만한 충정을 가진 장졸도 없소이다.
신료1 그러게 말이외다. 우리라도 장열한 최후를 맞이 하십시다. 비겁하게 죽지는 말도록 하십시다.
씬 대야성 밖 들판
마치 바다처럼 견훤의 백제군이 들판을 메우고 있다. 성을 공격하는 온갖 무기들이 늘어서 있고 장군들이 면면히 보이고 있다. 그 어느 곳에서 견훤이 성을 바라보고 있다.
견훤 저 대야성에 미리 잠입해 들어간 우리 애술 장군은 어찌 되었는가?
공직 계속해 연락을 취하고 있사옵니다. 이 삼일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했사옵니다.
김총 옛날과는 달리 저 대야성은 앞뒤로 적을 맞을 것이옵니다. 이번에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견훤 암 암.. 서두를 필요는 없어. 저들은 이미 전의를 잃었어. 고작 오천도 안돼는 군사로 우리와 싸우겠다는 것이야. 우리는 일만이 넘는데 말이야. 이번 선봉은 누가 맡을 것인고?
최필 폐하. 신 최필에게 주시오소서. 반드시 성문을 열겠나이다.
견훤 최필 장군이? 허허 좋지 좋아. 그 동안 별로 선봉을 서본 적이 없었지. 이번에 한 번 공을 세워보게나.
최필 망극하옵니다 폐하.
견훤 장수란 선봉을 서야 보람이 있는게지. 부장으로 우리 금강이를 데리고 가게.
최필 (놀라서) 폐하. 금강 태자마마를 말씀이옵니까? 아직 너무 어리시옵니다.
견훤 그렇지가 않아. 나도 이 나이 때부터 전장터와 싸움터를 돌아다녔어. 데리고 가게.
최필 예, 폐하.
견훤 그리고 파진찬. 그 벽진군의 성주 이총언이가 우리 백제가 아닌 고려를 택하였다고 했던가?
최승우 예, 폐하. 그렇다고 하옵니다.
견훤 그 늙은이가 망령이 든 게로 구만. 고려는 멀고 우리 백제는 가까운데 그런 결정을 하다니. 쯧쯧쯧.... 뜸들일게 무엇 있겠는가? 태자보고 속히 공격하여 성을 빼앗으라고 하게.
능애 예, 폐하.
견훤 벽진군은 작은성이야. 내 하도 태자가 내 눈치를 보길래 기를 좀 살려주고 싶어서 그리로 가라고 허락을 했어. 이 번에는 제발 잘 좀 해야 할 터인데 말이야.
뭔가 못마땅한 견훤의 표정에서
씬 벽진군 성 밖 그 산야(황혼)
노을 빛 가득한 산 들판에서 신검이 공격준비를 끝내고 있다. 능환과 박영규가 긴장한 표정으로 신검 옆에 함께 있다.
신검 웬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 작은 성에서 군사가 몇 배나 되는 우리를 맞아서 싸우려 하다니요.
능애 아마도 고려의 지원을 생각하고 버티려는 것 같사옵니다마는 너무도 어리석은 선택 같사옵니다. 허허허. 싱거운 싸움이 될 것이옵니다..
박영규 그러하옵니다. 염려놓으시오소서. 초라하고 작은 시골 성이옵니다. 우리가 오늘 밤 군을 움직이면 내일 아침에는 저 성안에 들어가 잔치를 벌일 것이옵니다. 넉넉히 생각하시오소서 태자마마.
능환 그렇기는 하나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하옵니다. 성 좌우로 산과 강이 있고, 계곡이 겹겹으로 이어져있사옵니다. 절대 서둘러서는 아니되옵니다.
신검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이 아버님에게 지난 잘못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꼭 이겨 야지요. 그래야합니다 꼭이요.
능애 그렇게 될 것이옵니다. 저 성은 한나절 거리 밖에 아니되옵니다. 가는 길도 뻔하옵구요.
신검 .......(끄덕인다). 어차피 길은 하나뿐이라 하니 군대를 움직입시다.
박영규 예, 태자마마. 그럴 때가 되었사옵니다. 부장들은 공격준비하라.
부장들 예,장군.(복창한다) 공격준비하라, 공격 준비 하라.
드디어 소요가 일기 시작한다. 말울음소리들과 군사들의 이동으로
주변은 뽀얗게 흙먼지가 인다.
씬 동 벽진군 성 외경(밤)
성루에서 성주 이총언과 그의 아들 영, 그리고 부장들이 성밖 먼 곳을 보고 있다.
이총언 이미 백제군이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틀림없이 한꺼번에 몰려와 단판 승부를 내려고 할 것이다. 저들은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어. 바로 그걸 노려야 한다.
영 예, 아버님.
이총언 이 성을 놓고 싸우기는 숫적으로 우리가 불리하다. 저들이 성으로 오기 전에 싸움을 끝내야 한다. 다행이 길은 외길 뿐이고 오는 길목강 절벽에 기가 막힌 매복 지역이 있다. 내가 미리 숨어 있다가 기습할 것이니 너는 내가 공격을 하거든 지름길로 가서 보고 있다가 배후를 쳐라.
영 예, 아버님
이총언 백제군이 일차 진을 친 곳을 보니 아직도 이곳 지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어. 처음부터 상대를 얕보고 있기 때문이지.
영 그러하옵니다 아버님.
이총언 저들이 여기까지 대군을 몰아오자면 굽어진 길을 한참이나 돌아서 냇가 절벽 밑을 지나야 한다. 그 때 기습할 것이니 너는 후미에서 불을 놓아라. 잘만 되면 한 놈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영 예, 아버님
그러다가 그들 부자는 먼 곳을 보고 놀란다. 몇 필의 군마가 달려와 성루 앞에 이르른다. 고려에서 온 전령들이다.
영 너희들은 누구인가? 어디서 온 군사들인가?
군사 1 고려의 황제 폐하께오서 보내신 전령이옵니다. 친서를 봉행하여 왔사옵니다.
영 고려에서 친서를?
이총언 오. 그예 왔구나. 고려에서 사람을 보냈어. 어서 성문을 열어주어라.
영 성문을 열어라.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고려의 전령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들을 보는 그 시선에서 디졸브 되면
씬 동 성안
이총언이 성 마당에서 전령이 올리는 왕건의 친서를 읽는다. 그리고 곧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이총언 오오... 이 글을 고려국의 황제폐하께서 보내셨단 말이오?
군사 1 예, 장군.
이총언 영아 이 글을 보아라. 폐하께서 직접 보내신 글이다. (함께 보며) 폐하께서는 우리와 의리를 세워 영원히 변치 않으시겠다는 약속을 하시었다. 금석지교를 맺자고 하시었어. 금석지교가 무엇이냐. 서로를 굳게 맺어 영원히 변치않고 함께 갈 것임을 맹세한다는 것이 아니냐? 보아라, 이 글을 보아라.
영 정말 그렇사옵니다 아버님. 이것은 고려황제께서 친필로 쓴 약속이옵니다.
이총언 우리의 생각이 맞았다. 결정이 옳았어. 곧 지원군도 보내겠다는 구나. (전령에게) 가서 전하시오. 폐하의 큰 은혜를 깊이 새기겠노라고. 우리는 백제군을 물리칠 자신이 있소이다. 보기보다는 이 성이 아주 단단한 성이올시다. 우리끼리 해볼 것이니 지원군은 늦어도 된다고 해주시구료. 염려를 놓으시라고 말씀이오.
군사 1 예, 장군.
이총언 자, 부장들은 듣거라. 이미 우리는 고려 조정에 충성을 하기로 결정 하였다. 폐하께서도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친서도 보내오셨다. 모두들 죽기를 각오하고 이 성을 지켜야 할 것이다.
부장들 예, 장군.
이총언 자, 영아 , 지금 쯤 저들이 오고 있을 것이다. 군사를 움직이도록 하라.
영 예, 아버님.
이총언 나머지 부장들은 각자 맡은 위치로 가서 자신들의 소임을 다 하도록 하라. 저들은 결코 이 성까지 오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밤은 아마도 볼만할 것이다. 두고두고 백제군이 기억하는 날이 될 것이다. 준비들 하라!
부장들 예, 장군.
그들, 어두워져 오는 성안 마당으로 모두들 흩어져 간다. 그 부산한 전경을 보는 이총언, 자신도 부장들과 함께 어디론가 가기시작한다.
씬 신검 군영
신검군이 오고 있다. 능환, 능애, 박영규도 함께 오고 있다. 끝도 없는 대군이 따르고 있다,
신검 모처럼 아바마마께 면목이 설 것 같사옵니다. 이찬과 매부께서 함께 하시고 적병 또한 군세가 별 볼일 없으니 다 이긴 전투가 아니겠사옵니까?
능환 그러하옵니다. 폐하께오서도 틀림없이 태자마마의 이번 전투를 크게 칭찬하실 것이옵니다. 이곳은 이름없는 시골성이옵니다. 게다가 성주는 육십이 넘은 노장이옵니다. 전혀 상대가 아니되는 곳이옵니다.
능애 그러하옵니다. 지금껏 많은 전장터를 돌아다녔사옵니다마는 이만한 성쯤은 대부분 큰 힘 안들이고 다 얻었사옵니다. 문제는 대야성을 폐하께서 뺃으시기 전에 우리가 먼저 승전보를 전하는것이옵니다.
박영규 그러하옵니다.아주 재미 있고 즐거운 전투가 될 것이옵니다.
신검 제발 그렇게 되어야할 것인데.....헌데 저들도 그런걸 모르지 않을 것인데 어찌 항복을 아니 할고?
신검은 여전히 일말의 의심을 품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들은그렇게 길을 돌아간다. 숲 속에서 보고 있던 첩자 하나가 슬며시 다시 숲 속으로 사라진다.
씬 냇가 절벽
그 어둠 속에서 이총언의 수많은 군사들이 매복하여 있다. 어둠 속에서 얼마쯤 지켜보고 있는데 신검군을 보고 온 첩자 하나가 다가와 속삭인다. 이총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부장에게 말한다.
이총언 백제군이 오고 있다 앞에는 장애물을 잘 놓았겠지?.
부장 예, 성주님.
이총언 그래, 철저하게 전멸을시켜야 한다. 앞으로도 갈 수 없고 뒤로도 갈 수가 없다. 절벽 위에는 우리가 있고... 허허허허....볼만할 것이니라.
그렇게 얼마가 되었다. 드디어 신검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끝도 없는 대군이 냇가 절벽 좁은 곳으로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다. 군사들이 긴장한다. 이총언이 더 기다리라고 제지한다.
씬 그곳 절벽 밑
수 천의대군이 그렇게 절벽 밑을 통과하고 있다. 한참을 가다가 곧 소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엄청난 장애물들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소란이 일자 신검이 묻는다.
신검 왜들그러느냐?
부장 장애물이옵니다 태자마마.
능애 저들이 우리의 진로를 지체시키고자 막아놓은 것 같사옵니다. 별 것 아니옵니다. 젃들을 어서 치우거라.
부장 예, 장군. 어서 장애물들을 치워라 어서.
군사들이 우 다가가 그것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얼마나 되었을까, 갑자기 하늘로 불화살이 하나 날아오른다. 모두들 놀라서 본다. 그때 천둥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모두들 보면 절벽 위로 무수한 그림자들이 솟기 시닥한다.
이총언 핫하하하하. 어서들 오너라. 이 이총언이가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오늘이 너희들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핫하하하 무엇들 하느냐? 공격하라.
능환 매복군이옵니다. 잠시 뒤로 물러나시오소서 태자마마.
능애 어떻게 된 것이냐? 첨병들의 보고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박영규 적군을 쫒아라 . 선발대는 절벽 위의 적군을 제어하라.
그러나 이미 화살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군사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간다. 통나무며 바위덩어리들이 굴러내린다.
능환 태자마마를 뫼시어라. 어서 .태자마마를 뫼시어라.
그러나미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화살 하나가 날아와 능환의 어깨에 꽂힌다. 신검이 놀라서 능환을 부른다.
심검 이차,이찬?
박영규 이찬 어른을 뫼시어라, 태자마마를 뫼시어라.
그런 이 번에는 통나무 하나가 굴러 내리며 신검을 말에서 떨어트린다. 모두들 소리 지른다. 아우성이다. 신검은 다시 일어났으나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신검의 표정에서...............
(133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