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 스님이 들려주는 불보살 가피
3. ‘관세음보살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기자명 광우 스님 입력 2020.02.04 10:14 호수 1523 댓글 1
실명위기 소녀, 부처님께 귀의해 심신고통 씻어내다
3살 무렵부터 눈곱 끼고 눈부심으로 극심한 고통까지
부친은 딸 치유 발원 해외순례도…갓바위 기도 중 가피
딸도 관세음보살 염송하면서 이제는 행복한 결혼 생활
한 소녀가 있었다. 이름은 ‘민선(가명)’이다. 3살 무렵에 눈곱이 자꾸 생기고 눈부심 증상을 호소했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원인을 알지 못했다. 6살 때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가 각막을 잘못 건드린 후로 눈에 통증이 심해졌다. 밤잠을 자지 못해 늘 울었고 눈부심 증상을 피해서 집안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숨어 지냈다. 극심한 고통을 눈에 달고 살았다. 그런 상태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눈이 아파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석을 밥 먹듯이 반복했다.
11살 때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식 수술을 받고 3개월을 입원했다. 통증이 심해서 하루에 진통제를 3번씩 맞으며 누워 있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안 아프게 해주세요. 누구든지 좋으니 저 좀 안 아프게 해주세요.”
수술 후 거부 반응이 생겨 큰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시력은 더욱 급격하게 떨어져 갔다.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가 찾아왔을 때는 눈의 통증보다 더한 마음의 통증으로 절망과 괴로움이 밀어닥쳤다.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힘든 자신의 처지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원망이 깊어졌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다는 극한의 감정까지 일어났다.
15살 때 어느 날 아버지께 화를 냈다.
“죽고 싶다. 왜 나를 낳았냐? 왜 나를 이렇게 낳았냐!”
그때 너무나 슬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 다시는 부모님 앞에서 죽고 싶단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신 부모님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고 매일 밤 숨죽여 혼자 울었다. 암울한 어린 시절을 겨우 버티며 가까스로 검정고시를 통해 학업을 이어나갔다. 우울증이 깊어갔고 자살의 유혹 속에 하루하루 버틸 뿐이었다.
딸의 눈병을 고치기 위해 애쓰던 아버지는 의학의 힘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절에 다니며 기도에 몰입했다. 아버지는 한국에 있는 유명한 사찰은 거의 다 다녀보았고 일본과 중국, 백두산까지도 직접 다니며 딸의 쾌유를 기원하였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20살 때였다. 자신을 괴롭히던 눈의 통증이 저절로 사라진 것이다. 병원에 가보니 한쪽 눈은 빛만 감지할 수 있고 다른 한쪽 눈은 겨우 형상을 더듬을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눈의 통증은 사라졌지만 마음의 병은 그대로 남아 우울증과 홧병은 뿌리가 더욱 깊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아플까? 난 왜 이런 고통을 당할까? 난 왜 다른 사람과 다를까?”
그리고 자꾸 남들과 비교를 하며 스스로 절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을 보면서, 정작 자기가 부러워하던 사람들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많은 고민 끝에 30살에 비로소 직접 절을 찾아 갔다.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다. 4박5일 선수련회였다. 그때 지도법사가 이 글의 필자였다. 낯선 환경 속에서 적응하기도 힘들고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잠에 든 첫날밤 꿈을 꾸었다. 눈부신 환한 연꽃 위에 빛나는 동자승이 자기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선수련회를 잘 마치고 법명도 받았다. 절에 계속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 청년회도 가입했다. 그리고 불교 대학도 수료했다. 점점 부처님의 깊은 가르침에 매료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불교에는 운명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기도하고, 복을 짓고, 마음을 닦아라. 이 세 가지를 꼭 명심해라. 천일기도의 마음으로 수행을 잘하면 분명히 너의 삶이 점점 아름답게 변화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관세음보살을 매일 부르되 꿈에서 관세음보살이 환하게 나타날 때까지 정성껏 염불해라.”
그녀는 아주 열심히 수행했다. 항상 법문을 듣고 가르침을 배워나갔다. 매일 108배를 하고 항상 관세음보살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주말에는 후원에서 설거지 봉사도 꾸준히 했다. 점점 그녀의 얼굴이 변해갔다. 주위에서 다들 ‘어쩜 저렇게 얼굴이 환하게 바뀌느냐?’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녀는 절에 다니면서도 참 많이 울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동 받아서’ 울었다. 그리고 부처님 앞에서 절을 올릴 때 ‘자기 자신이 가여워서’ 울었다. 또 ‘그동안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지은 자신의 업장을 참회하며’ 울음이 터졌다. 마지막에는 ‘미처 몰랐지만 자신이 갖고 있었던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 덕분에 엄청 울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정화되었다.
6개월을 울면서 절을 하고 나니 꿈에서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셨다. 꿈에서 관세음보살님을 뵙고 질문을 드렸다.
“관세음보살님, 제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꿈속의 관세음보살님이 대답하셨다.
“오래 수행하면 깨달을 수 있다.”
그 꿈을 꾼 뒤로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기도 중에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신앙생활을 하다가 중간에 마음 아픈 고비도 있었지만 믿음과 수행으로 지혜롭게 이겨냈다. 그리고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친정 부모님 댁에 가서 밤이 새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아버지께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버지가 딸을 위해 전국으로 기도를 다녔다. 그녀의 나이 20살 때였다. 아버지는 팔공산 갓바위 아래에서 밤새워 기도를 하던 중에 그날따라 눈물이 쏟아졌다. 울음과 피로에 지쳐서 잠깐 졸았는데 그때 꿈을 꾸었다.
하얀색 한복을 입은 거사님이 나타나더니 아버지께 물었다.
“왜 우느냐?”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리 딸 제발 그만 아프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울면서 빌고 있었습니다.”
꿈속의 거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아파하지 않을 걸세.”
그리고 꿈에서 깼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가 그 꿈을 꾼 20살부터 눈의 통증이 저절로 사라졌던 것이다.
민선이가 보내온 편지의 한 구절로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광우 스님, 저의 눈은 아직도 어둡지만 눈이 나은 것보다 더 큰 가피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난 것과 마음의 행복을 얻은 것입니다.”
광우 스님 마음수행법회 지도법사 kgk515@hanmail.net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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