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경험담
- 이대환(목숨단주)
술을 끊고 사는 지금에도 술 먹었던 과거가
잊혀지질 않습니다, 그것이 모임에서 말하는
일 단계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이천 오년과 이천 육년 두 해에 걸쳐 있었던
저의 환시 경험담을 해봅니다
신림동 난곡 꼭대기에서 다세대 주택 지하방에
살았습니다, 그때는 이년 동안 폐인 이었습니다
이년 동안 밥을 한끼도 안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술에다 스프 안주가 내가 먹는 전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살아 있었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방안엔 검정봉다리와 불어터진
컵라면과 그 스프 비닐이 수북히 지나갈 틈도
없이 쌓여 방에 길을 만들고 누울자리를 만들고
살았습니다, 술에 취해 누우면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천장이 조금씩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내 가슴팍까지 내려 올 땐 겁이나서 껐던 불을
다시 켜서 잠을 청해도 천장은 내 가슴을 압박하고나는 숨을 쉬지도 못했습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편의점에서 또 소주 두 병에 육개장 컵라면을 사와서 컵라면 스프에 소주 두 병 먹고 누워도 천장이 다시 내려왔습니다
끝내는 이년동안 환시에 시달리어 거의 잠도
못자서 뼈만 남게 되어 몸무게가 사십 키로 정도로 야위었습니다, 결국은 계요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에이 에이를 알았습니다
퇴원후 에이 에이에서 지금까지 단주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나의 단주가 약해질 때면 나는 그곳,
난곡 꼭대기 내가 살던 집 문 앞을 보러 갑니다
단주하는 지금, 이런 환시가 없어서 너무 좋습니다
단주로 천국 이상의 무릉도원에서 산다 생각합니다